슬픔도 오래되면 울울해진다 /나호열 견디지 못할 슬픔도 있고 삭지 않은 슬픔도 있지만 슬픔도 오래되면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 가지를 뻗는 슬픔 잎을 내는 슬픔 뿌리가 깊어지는 슬픔 이 모든 상형의 못난 한 그루의 나무가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된다 울진 소광리의 못난 소나무 600년의 고독을 아직도 푸르게 뻗고 있다 집요한 슬픔이다. 슬픔이 오래 묵으면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는 시인의 독백이 가슴을 후빈다. 슬픔이 나무가 되어 가지도 슬픔이고 뿌리도 슬픔이다. 슬픔의 가치화에 집중돼 있는 작품이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그 슬픔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희망이 된”다고 시인은 역설로 풀어내고 있다. 슬픔의 내면을 관류하고 있는 것은 절망이지만 그 절망을 건너뛰면 인식은 새로워지고 우리는 희망이라는 파랑새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울진의 못난 소나무는 그렇게 600년을 아직도 푸르게 살고 있다. 아니 살아내고 있다. 아프지만 아프다는 말을 삼키고 살아가는, 위로가 필요한 이웃들이 많다. 그들을 돌아보는 따뜻한 目이 많은 세상에는 분명 파랑새와 희망이 있는 것이다. /이채민 시인
비의 종류는 많다. 소리 등에 따라 이름도 가지가지다. 줄잡아 60가지가 넘는다. 그리고 살가운 우리말이 대부분이다. 빗방울이 가장 작은 것은 안개비다. 그보다약간 굵은 비는 는개라 한다. 이슬비는 는개보다 굵지만 가랑비보다는 가늘다. 맑은 날 느닷없이 왔다 가는 여우비도 있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는 고마움을 담아 단비라 불렀다. 귀에 익은 구슬비 외에도 밤비가 있고 가루비,날비, 싸락비도 있다. 모두 잔비에 속하고, 큰비라 불리는 달구비, 발비, 억수 등도 있다. 또,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비의 이름이 다르다. 농사일이 시작되는 봄철 할 일 많다고 일비, 농사일 뒤끝에 내리는 여름비는 잠이나 자라고 내리는 잠비다. 추수철에 내리는 가을비는 떡이라도 해 먹으라고 내리는 떡비요, 애주가들이 지어낸 술비는 겨울 농한기에 내리는 비다. 모종 철이나 모내기철에 내리는 비라면 그건 분명 단비로, 꿀비이자 약비이다. 모두가 자연 현상의 정취를 자아내 정겹다. 하지만 같은 비라도 장맛비는 아니다. 워낙 질기게 내리는 탓에 몸은 처지고 기분은 개운치 않아 환영 받지 못한다. 인명과 재산 피해까지 내서 더욱 그렇다.시인들에게도 장마만큼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던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그랬다. 이 역사의 시작은 BC 44년 4월 13일이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시이저(Gaius Julius Caesar, BC 100~44)의 독재가 계속되자 공화정이 파괴되는 것을 걱정한 정치인들이 원로원 폼페이우스의 상(像) 아래에서 각자 단검을 들고 그를 둘러쌓다. 최초의 일격은 원로원 의원인 카스카였다. 이어 23개의 단검이 차례로 상처를 냈다. 시이저는 신음 소리만을 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숨을 끊은 것은 자식처럼 사랑했던 브루투스(Marcus Junius Brutus, BC 85~42)였다. 그때 시이저가 뱉은 한마디, “브루투스 너마저도”다. 그 후 배신당한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로 전해진다. 가까이에는 박정희와 김재규가 있겠다. 애증이 넘나들었거나 역사적 대의였거나, 아무튼 박은 김의 총탄에 오랜 독재를 안고 역사 속으로 투신했다. 그 세력의 중심에 있던 영원한 2인자가 얼마전 세상을 떠났다. 아류 정치인들을 이런저런 명목으로 그를 기리겠다고, 혹시나 적자라는 인증이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꼼수로 기웃기웃 거린다고 한다. 정치라는 아편에 취
최근 복지실천에도 변화가 있다. 복지는 항상 시혜적이고 자선적인 경우가 많았는데, ‘주민 주도, 마을공동체 중심’ 실천이 주목받고 있다. 영구임대단지 내 복지관은 전국에 200개, 경기도에 26개 정도가 있으며 영구임대단지에는 독거노인, 장애인세대, 탈북주민 등 취약계층이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주변 지역과 교류가 없이 섬처럼 존재하고, 혜택을 받기 위해 주민 간 경쟁과 갈등이 심하고 공동체가 깨지고 낙인 또한 심한 곳이다. 많은 주민이 일하지 않는 수급자이고 낮부터 술을 마시거나 배회하다가 노름이나 싸움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는 공간이다. 하안종합사회복지관이 위치한 광명시 하안 13단지도 과거 그런 공간이었다. 복지관은 취약계층 주민들을 위해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주민은 그냥 이용자이고 수혜자였다. 사회복지사가 제공하는 일방적인 서비스이고 사후치료적 실천이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아무리 많은 양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해도 개인들의 변화가 크게 없었고 마을의 근본적인 변화도 없었다. 복지실천에 대한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변화가 필요했는데, ‘도시재생’과 유사하게 &lsquo
예전에 ‘공무원’이란 직업은 ‘철밥통’, 고압적인 태도 등 요즘말로 ‘갑질’이 연상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상황이 변하고 있다. 선거로 선출된 지자체 수장이 유권자인 시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당연히 시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세금으로 급여를 지급한다. 공무원에 대한 편견을 갖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시민을 위해 맡은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경찰관과 119소방대원, 행정관청의 공무원들은 결코 많지 않은 급여에도 성실하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민원인들의 행패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취객들의 파출소 난동, 119 구급대원 폭행 등 몰지각한 망동이 국민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 이런 난동은 시청이나 군청, 구청, 동사무소 등 행정관청에서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공무원들의 스트레스가 극한으로 치닫는 것은 물론 신체적인 폭행을 당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수원시의 경우 시장실 앞은 각종 민원인들로 인해 ‘문전 성시’를 이룬다. 청원경찰과 관련 직원들은 점심도 거른 채 꼼짝 못하고 문 앞에 서서 이들의 거친 항의나 욕설을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내일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오른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오후 2시 입영소집에 불응하면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이 위헌인지 여부를 가리게 된다. 이에 대해 법원이 낸 위헌법률심판은 모두 6건이며 당사자 10명이 같은 취지로 낸 헌법소원사건 10건도 함께 결정한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논란은 그동안 계속 있어왔지만 무죄 판결을 받는 경우가 있었는데다 지난해 청주지방법원에서 예비군훈련 거부자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돼 파장이 일었다. 최근 들어서는 이 문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여서 이번 헌재의 결정이 더욱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방법원 별로 종교적인 이유로 군 입영을 거부한 병역법 위반자에 대한 소성이 이어지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 2015년 5월 이후만 해도 광주지법 7건, 수원·인천·청주지법 각 2건, 부산·전주지법 각 1건 등 15건이 다뤄져 1심에서만 유·무죄 판결이 엇갈렸지만 항소심에서 첫 무죄 판결도 나온 바 있다. 내일 헌재의 결정 여부에 따라 대법원이 오는 8월30일 심리 중인 두 건의 병역법 위반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도 취소된다. 공개변론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강연을 위해 기차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한 가족이 제 건너편에 앉았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아이가 세상모르고 소리를 지르며 기차 안을 뛰어다녔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뛰어다니는 아이에게 웃고만 있고, 아빠는 스마트폰만 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예의범절을 지키도록 ‘좋은 성품’을 가르치는 부모는 아름다운 가치를 다음 세대에게 흘려보내는 참된 선구자입니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는 ‘좋은 성품’을 반드시 가르쳐야 합니다. 인간만 가지고 있는 ‘좋은 성품’은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며 살아가는 4차 산업시대에 중요한 역량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성품’이 가장 잘 표현되는 것은 ‘예의범절’을 지킬 때입니다.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은 더 그렇지요. 예의범절이란 ‘일상생활에서 갖추어야 할 모든 예의와 절차’(국어사전 정의)이며, 공공예절은 국가나 사회구성원 전체가 지켜야 할 사회적 질서들이며 더 행복한 삶을 위한 약속들입니다. 한마디로 예의범절을 지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성품’을 발휘하는
6·25전쟁 제68주년을 맞아 25일 경기도 내 곳곳에서 6·25전쟁 기념식이 거행됐다. 남양주시는 시청 다산홀에서 호국영령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시민의 안보의지를 다짐하고자 보훈단체장과 참전유공자를 비롯, 국가유공자 및 시민, 군인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는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6·25관련 동영상 방영, 기념사, 남양주시립합창단의 기념공연과 6·25노래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사전행사로 진행된 안보교육과 제7포병여단장병의 태권무 시범은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참석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광명시는 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박승원 시장 당선인을 비롯해 강희진 시장 권한대행, 보훈단체 회장 및 회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추모하고, 그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자유수호 의지를 다지기 위해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시립합창단의 식전공연을 시작으로 ▲국민의례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6·25 영상물 상영 ▲박창근 6·25참전유공자회 회장의 6·25전쟁 인사말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박물관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2018 지뮤지엄 포럼(G-Museum Forum)’이 오는 26일과 27일 라마다 용인에서 열린다. ‘경기도 뮤지엄 발전 정책’을 논의하고자 마련한 이번 행사는 26일 포럼에 이어 27일에는 호암미술관, 한국등잔박물관 등 용인 지역 뮤지엄을 답사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26일 포럼에서는 ‘민선 7기 경기도 박물관 진흥핵심(4차산업혁명과 뮤지엄)’을 주제로 최병식 교수(경희대)가 발표하며 안상용 고양어린이박물관장과 김영진 우석헌자연사박물관 학예실장이 각각 ‘지자체와 지역박물관 관계’, ‘사회 환경 변화에 따른 경기도의 박물관 현안과 발전방안’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경기문화재단에서 진행 중인 경기 문화예술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지지씨’ 사업에 대한 소개도 이어진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지뮤지엄 포럼을 통해 경기도 뮤지엄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새로운 도정에 제안하는 경기도 뮤지엄 발전방안에 대한 의미 있는 정책 토론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