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예상됐던 일이다.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 수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할 것이라고. 그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되면서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40년 가까이 뉴스 읽고 보는 일을 업으로 살아왔음에도 대장동 의혹은 진실을 가늠하기 어렵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해 8월 31일, 경기경제신문이 보도한 이후 15개월이 흘렀다. 성남시장 재직때 이재명 후보의 연관성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고, 윤 대통령 부친 연희동 단독주택을 대장동 드라마의 감독격인 김만배의 누나가 매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모두가 아연실색했다. 여기에 곽상도·박영수·권순일·김수남·최재경 등 ‘50억 클럽’의 명단이 폭로 되어 사건은 더 혼란에 휩싸였다. 이 사건을 수사한지 1년이 넘었지만 어느 것 하나 명확히 정리된 것이 없다. 성역 없는 검찰과 책임 있는 언론이 있었다면 이럴까 반문해본다. 검찰은 가야할 방향을 정하고 꿰맞추는 모양새다. 그래서 없는 것을 짜내고, 있는 것도 덮어둔다는 비판을 받는다. 탐사보도가 거의 불가능한 언론현실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팩트 조각들을 닭에게 모이 주듯 적절하게 활용한다
윤 대통령이 취임 6개월을 넘어섰다. 국정수행지지율은 30% 안팎이다. 방문자 수 올리기에 혈안이 된 언론이 일주일 사이 1%만 오르고 내려도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오차의 한계를 감안하면 국민 70%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불만이다. 인기 없는 대통령이 된 데는 매끄럽지 못한 외교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6월 스페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는 대통령 전용기에 대통령 측근 부인을 태워 ‘지인 대동’ 논란으로 성과가 잠식됐다. 9월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은 ‘욕설 논란’으로 모든 성과가 매몰됐다. 이번 동남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관련 정상회담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는 출발 전부터 성과를 걱정케 했다. 대통령실이 순방 출발을 이틀 앞둔 9일 문화방송(MBC)에 대해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10일 자 조·중·동 세 신문은 《대통령 전용기 MBC 배제에···야 “비판언론에 보복” 여 “盧땐 기자실 대못질”》, 《MBC 전용기 못타게 해···대통령 “국익 걸려” 편협 “언론탄압”》, 《‘MBC 전용기 탑승 배제’ 놓고···野 “언론탄압” 尹 “국익 차원”》 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외
경기신문이 큰 일을 했다. 언론에서 큰 일은 특종이다. 지난 3일 저녁 7시, “국민 쫓는 ‘윤석열차’···현 정권 풍자 그림 부천만화축제서 전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윤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열차에 기관사 자리엔 김건희 여사를 그린 카툰(Cartoon, 한 컷 만화)으로, 고등부 금상 수상작이다. 5시간 후, 자정 즈음에 중앙일보가 “칼 든 검사, 조정석엔 김건희···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 논란”이란 기사로 경기신문을 뒤따랐다. 다음날 아침까지 거의 모든 언론이 이 내용을 보도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행사를 주최한 부천시 산하 기관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를 했다. 언론과 정치권의 논란이 연일 뜨겁다. 마침 4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 의제로 부각됐다. 표현의 자유에 방점을 둔 풍자라는 주장과 비하라는 주장이 충돌했다. 102억원의 후원 조건을 어겼다며 지원 축소 가능성을 내비친 정부(문체부) 대응에 언론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현 정부에 우호적이던 조선일보도 문체부가 ‘긁어 부스럼’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칫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일 수 있다는 여당 안의 비판적인 목소리도 기사에 담았다. 한 문
영국·미국·캐나다 3국을 순방한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국민의 자긍심을 심기보다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18일부터 24일까지 순방일정엔 여왕 장례식 참석, 유엔총회 기조연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및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이 예정돼 있었다. 런던에선 장례식 전날 예정됐던 참배일정이 현지교통 사정으로 무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1분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게 치밀히 짜여지는 대통령의 외교행사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국민을 당혹게 했다. 뉴욕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과 48초 동안 환담하고,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30분 간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대부분 언론이 저자세 외교라고 비판했다. 일본은 정상회담이 아닌 간담이라고 두 정상간 만남의 격을 낮췄다. 순방 성과를 국민 앞에 내놓기가 민망한 수준이다. 실제로 이번 순방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기억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21일 뉴욕에서 있었던 ‘글로벌 펀드’ 행사장을 나서며 한 대통령의 발언으로 극에 달했다. “국회 이 xx들 승인 안해주면···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 이 발언이 22일부터 국내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프랑스의 AFP를 필두로 미국의 CNN, 영국의 가디언 등 세계 유력언론들까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다. 지난 8월 8일 서울지역에 내린 큰비는 4일간 언론의 머리기사를 차지했다. 채 한 달도 안돼 9월 6일 태풍 힌남노가 제주와 영남지방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시간이 지나면 두 재난은 ‘반지하 일가족 3명 사망’과 ‘지하주차장 침수로 차 빼러 간 아파트 주민 7명 사망’ 사건 정도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기억을 조금만 확장해도 모두가 위험사회의 한복판에 있음을 실감한다. 2010년 9월 21일 시간당 100mm에 가까운 폭우가 서울에 쏟아졌다. 광화문이 폭우로 잠기고 양천구 신월동이 큰 피해를 입었다. 동아일보는 물에 잠긴 광화문광장 사진 설명을 ‘파도치는 광화문’으로 달았다. 2011년 7월 26일-27일 기록적인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 참사가 있었다.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언론보도는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폭우 참사가 나면 언론은 마치 올림픽 기록경기를 연상케 하는 보도를 쏟아낸다. ‘동작구 신대방동 1시간에 136.5mm, 시간당 강수량 최고치 경신’, ‘2일 연속 강우량 기준으로 종전 최고치인 390.6mm 기록을 훌쩍 뛰어 넘었다’ 같은 유형의 보도다. 대부분 언론이 이 같은 보도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불편을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 ‘심심한’ 이란 단어가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젊은 세대의 어휘력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루한 사과’로 오해한 젊은 세대를 향해 나이 든 세대가 ‘이런 단어도 모른단 말이야?’라며 거드름을 피운다. 필자도 한 축하행사에서 옆 자리 안면 있는 대학 교수에게 기성 세대 눈으로 이 말을 꺼냈다가 핀잔을 들었다. ‘심심한’을 ‘깊은’으로 바꾸면 누구나 다 알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나의 의견에 동조해 주지 않아 서운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혼자 생각해보니 ‘나도 역시 꼰대가 되고 있구나’라고 반성했다. 역시 젊은 세대를 가르치는 직업이라 달랐다. 젊은 사람들이 쓰는 말 가운데 뜻을 몰라 ‘그 뜻이 뭐야?’라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킹받을’ 때(열받을 때)’, ‘존맛탱(아주 맛있다)’, 헬창(헬스 매니아) 등이 이런 말들이다. 언론도 유행어 유통에 크게 일조한다. 정치권에서 한 말이 언론을 타면 일상어가 된다. ‘개딸(개혁의 딸)’, ‘이대남(20대 남자)’처럼. 해외 언론도 우리 언어를 번역하기보다 소리 나는 대로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서울의 집중호우 피해를 보도하면서 반지하를 ‘b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53·사법연수원 27기)를 현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했다. 언론보도가 홍수처럼 쏟아졌다. ‘한동훈 장관과 함께 윤석열 사단의 핵심’이란 언급은 거의 모든 언론이 같이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 후보자와 한 장관은 좌천성 인사도 같이 당했다’는 표현은 신문마다 조금씩 달랐다. 조선일보는 19일자 지면에서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는 2017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바로 곁에서 보좌했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던 두 사람은 문재인 정권의 핍박을 같이 받으며 동병상련을 느낀 것으로 안다”는 한 검찰 간부의 말을 익명으로 인용했다. 이 후보자가 대검 기획조정부장에서 수원 고검 차장으로 2020년 1월 ‘좌천’ 됐고, 1년 6개월 후인 지난해 6월에는 제주지검장으로 한 차례 더 ‘좌천성’ 인사발령을 받은 뒤 윤대통령 취임 이후 검찰총장 직무대리(대검 차장)로 복귀 했다는 내용도 상세하게 전했다. 동아일보도 ‘윤석열 사단’ ‘좌천’같은 표현을 기사에 담았다. 다만, 전 정권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을 강조했다. 중앙 역시 ‘좌천’이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행정학자 출신으로 교육 정책 경험이 전무하고, 정상윤 차관은 국무조정실 출신, 이상원 차관보는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이처럼 장관·차관·차관보가 모두 교육행정 무경험자로 이뤄진 경우는 과거 정부에선 거의 없었던 일이다”. 조선일보가 지난 8월 4일자 A12면에 실은 기사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교육 정책은 이해관계자가 많아 하나하나가 민감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데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교육계의 비판 목소리도 같이 전했다. 윤 정부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조선일보 보도로는 이례적이었다. 박 장관을 꼬집어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출신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전문가로 통한다”고 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는 취지로 2007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부터 시행됐다. 경영평가단은 실적 부진 기관장 해임건의까지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부여 된다. 박 장관은 2017년 경영평가 단장(문재인 정부 시절)으로 2016년(박근혜 정부 시절)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를 총괄했다. 이전에도 부단장 3년 등 10여년 동안 공공기관 평가를 맡았다.
# 4년 전인 2018년 6월 30일 광화문에서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난민 수용 반대 측은 “누구를 위한 나라입니까! 자국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라고 외쳤다. 이 집회에는 경찰 추산 700여명이 모였다. 난민 수용 찬성 집회는 70여명이 모여 “정부는 예멘 난민 보호 입장을 뚜렷이 하라”고 촉구했다.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와대 입법 청원은 한 달 만에 70만명을 돌파했었다. 당시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예멘 난민 수용 찬성은 39%에 그쳤다. 반대는 49%였다. 반대여론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지지자, 여성, 20대와 노년층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인권적으로 비춰졌다. # 통일부가 지난 12일 문재인 정부시절 발생한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진 10장을 공개했다. 13일자 조선일보는 1면에 “자해하며 발버둥쳤지만···귀순어민 北으로 끌고가”라는 제목의 기사와 사진 한 장을 실었다. “엉덩이를 최대한 뒤로 빼며 몸부림 치고 있다”는 사진 설명이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5면에서도 “눈가리고 손묶고···저항하면 경찰특공대가 제압”이라 제목의 기사와 함께 사진 3장을 더 실었다. “귀순어민은
모바일로 뉴스를 접하면서 새벽시간 현관 앞에 배달되는 신문을 집어드는 즐거움이 거의 사라졌다. 무슨 말이냐고 의아해할 젊은 미디어 수용자들이 있을 것이다. 신문 한 부를 확장하기 위해 자전거를 경품으로 주고, 1년 구독료를 받지 않던 시절이 오래되지 않았다. 이런 행태가 전설로 남겠지만, 지면 신문은 담길 기사량이 제한돼 기사의 질은 상대적으로 정제되었고 높았다. 정보기술은 뉴스의 무한 공급을 가능케했지만, 싸구려 기사가 양산될 가능성을 크게 키웠다. 실제로 뉴스의 질은 크게 떨어졌다. 특히 한국이 유별나다. 기사가 포털을 통해 유통되면서 뉴스 이용자들은 어느 언론사가 제공한 기사인지를 크게 따지지 않는다. 전통있는 언론사조차도 클릭수 높이기 전쟁에 뛰어들면서 이 같은 추세는 가속되고 있다. 선정적인 기사가 난무하는 배경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언론이 좋아하는 최고의 뉴스 메이커는 뭐니뭐니해도 김건희 여사다. 김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은 대통령의 뉴스를 덮을 정도로 집중적 관심을 받는다. 호불호를 넘어 기사 클릭 로켓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김 여사의 활동이 부각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다. 김 여사 뉴스는 청년실업, 경기침체와 인플레, 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