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쿠데타로 빚어진 미얀마의 정정이 혼미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시민들의 불복종 시위 확산에 대해 군부 정권이 무차별 유혈 진압에 나서며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하루에만 시민 4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조준 사격을 하고 소년들을 쇠사슬로 고문하며 시민들은 절규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들끓자 군정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국제 로비스트를 고용했다. 그리고 미얀마의 민간정부를 이끌었고 민주화의 상징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중국과 가까워져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라는 고도의 심리전까지 펼치고 있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얀마는 지난 1962년 군 쿠데타 이후 2015년 총선에서 민주화 세력이 승리하기까지 50여년간 군부 독재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수천명이 희생되는 1988년 이른바 ‘8888 항쟁’과 2007년 민주화 시위가 있었다. 민주화 세력은 2015년 총선 승리에 이어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다시 군부 정당에 압승을 거둬 미얀마의 봄이 본격적인 궤도에 진입하는 기회를 맞았지만 이번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미얀마에서 군부의 뿌리는 깊고 독특하다. 1943년 수지 고문의 부친이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수원시가 군 공항 이전 계획을 포기할 때까지 반대 투쟁을 이어 가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범대위는 지난 5일 임시총회에서 결의문을 통해 “국방부 묵인 아래 수원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군 공항 이전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더는 화성시민을 군 공항 이전을 빙자한 수원 도시재생 사업의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면서 수원시의 이전 계획포기와 군공항특별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본보 8일자 8면) 국방부는 2017년 2월 수원 군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로 화성 화옹지구를 선정했으나 화성지역 반발로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수원군공항이 수원시 최대 민원 중 하나로 부상하게 된 것은 1990년대 이후 도시팽창과 인구증가 때문이다. 수원시의 인구는 1980년 31만 명이었으나 1990년대 70만~80만 명으로 급증했고 현재 수원시 인구는 120만 명이 넘었다. 기초 지방정부 중에서는 가장 많다. 광역지방정부인 울산시보다 훨씬 많다. 주민들은 비행기 소음문제, 안전문제, 고도제한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가 크다며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왔다. 수원시는 2014년 3월 국방부에 수원 군공
서울 마포에 살고있는 18살 고등학생의 사연을 접하니 마음이 짠하고 뭉클하다. 사연인 즉 이렇다. 학생은 어릴 때 부모님을 사고로 여의고, 편찮으신 할머니와 7살 아래 어린 남동생과 함께 산다. 작년 우리나라에 상륙한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면서 아르바이트로 다니던 돈까스집도 그만뒀다. 학생은 나이가 어리다보니 일할곳도 마땅히 없다. 가끔 택배 상하차 일로 할머니와 동생의 생활비를 벌었다. 고되지만 동생과 할머니, 학생이 굶지 않고 생활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어느 날 집에 들어온 동생이 치킨이 먹고 싶다며 울며 보채자, 학생은 동생을 달래주려고 밖으로 같이 나왔다. 치킨집만 보이면 조르는 동생에 학생은 마음이 아프다. 학생 수중엔 5000원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5000원 어치의 치킨을 먹을 수 있는지 가슴조려 묻지만 돌아오는 건 치킨가게 업주의 냉대뿐이다. 걷기를 반복하다 우연히 걸음을 멈춘 곳이 '철인7호 수제치킨전문점' 간판 앞이다. 쭈뼛하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치킨 전문점 사장이 가게 안으로 형제를 들인다. 젊은사장은 포장은 안된다고 말하며, 형제에게 1만9900원짜리 '난리세트' 메뉴를 만들어 내어줬다. 학생은 치킨의 양이 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부동산투기 의혹이 민심을 강타하고 있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부와 여당은 불똥 확산 차단을 위해 전전긍긍이다. 반면 야당은 온갖 수사법을 다 동원하여 선동에 열을 올린다. 진정 나라를 생각한다면 정치권의 지나친 ‘정쟁’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머리를 맞대고 긴 호흡으로 공직사회 청렴성을 구축할 방도를 찾는 게 옳다. 문재인 대통령은 “LH 투기 의혹 사건은 검·경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첫 사건으로 발본색원하라”고 특명을 내렸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설치를 지시했다. 수사권이 없는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이 진상 규명에 나선데 대한 비판론이 제기되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중심으로 수사를 확대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속속 드러나는 LH 임직원들의 투기 행각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시흥에 있는 논을 공동 매입한 직원 4명은 농업경영계획서에 주 재배 예정 작목을 벼로 기재하고 실제로는 묘목을 심었다. LH 직원 5명과 가족 2명 등 7명이 공동 구매한 다른 농지의 농업경영계획서도 서로 입을 맞춘 듯 대동소이했다. 토지 보상비, 수목 이식비를 계
조금씩 봄기운을 더해가며 바깥 세상을 보고 싶다가도 창문을 열고 싶지 않은 계절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건으로 우리 사회 선별된 계층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실명으로 버젓이 땅을 매입하고 희귀 수종까지 심으며 추가 보상까지 노렸다. LH 일부 직원들은 “왜 우리는 부동산을 투자하면 안 되느냐”고 말한다. 직전 LH 사장을 맡았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술 더 떠 "LH 직원들이 개발정보를 미리 안 것도 아니고 이익 볼 것도 없다"며 해당 직원들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가 사과했다. LH 직원들의 법적인 문제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의혹이 불거진 이후 나온 이같은 공직사회의 인식은 경이롭다. 또 LH 직원만 그랬을까. 광명·시흥 이외 지역은 문제 없을까. 진짜 ‘숨은 고수’들은 수용되지 않는 인접 지역으로 더 큰 이득을 본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법과 정의, 공정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난해 검찰인사 개혁을 둘러싼 이른바 ‘추-윤 갈등’을 지켜봤다. 그리고 올해 검찰의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놓고 여권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라운드로 정면 충돌하다가 결국 윤 전 총장이
한탄강은 50만년 세월이 빚은 자연생태와 역사가 흐르는 강이다. 지난해 7월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네스코(UNESCO) 제209차 집행이사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곳은 한탄강이 흐르는 경기도 포천시 유역, 연천군 유역, 강원도 철원군 유역의 화적연, 비둘기낭 폭포, 아우라지베개용암, 재인폭포, 직탕폭포, 고석정, 철원 용암대지 등 총 26곳의 지질·문화 명소들이다. 지난 2010년 10월 제주도 전체, 2017년 5월 경북 청송군, 2018년 4월 광주 무등산권에 이어 우리나라 네 번째 세계지질공원이 됐다. 유네스코 지질공원은 미적 가치, 과학적 중요성과 고고학ㆍ문화ㆍ생태학ㆍ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곳을 지정한다. 세계(문화·자연)유산, 세계생물권보전지역과 함께 유네스코의 3대 보호제도다. 보호가 목적이지만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세계적 명소로 공인된 곳이라서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관광객의 유입은 곧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탄강은 지질자원의 보고(寶庫)다. 내륙에서 보기 어려운 화산 지형이 잘 보존돼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전곡리 선사유적지부터 고구려 당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신도시 예정 지역인 광명·시흥에 100억원대의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총리실 지휘아래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LH뿐 아니라 국토부, 관계 공공기관에 걸쳐 발본색원,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도 그만큼 사안이 엄중함을 의미한다. 우리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는 오랜 역사와 뿌리를 갖고 있다. 권력형 게이트는 물론 세무비리, 각종 뇌물, 특혜성 비상장주식 보유, 자녀 입시·취업 특혜, 성상납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TI)는 2020년 한국의 국가청렴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23위로 발표했다. 전년보다 4계단 올랐지만 여전히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왜 그럴까. 우리 사회의 구조를 보자. 우선 이번 사건을 맡는 정부의 전담팀은 도마위에 오른 LH 직원은 물론 국토부와 관계 기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이다. 그런데 조사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제대로 이뤄질까. 역대 정부에서 보면 관료 집단 이기주의로 조사 과정에 보호막이 쳐지고, 설령 비위 사실이 더 드러나도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축소지향으로 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
따뜻한 봄바람에 가지마다 몽우리가 진다. 햇살 가득한 팔달산 자락에 위치한 경기도 의회 1층 현관앞,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 의자에 자리하고 있다. 2018년 12월 14일 전국지방의회 최초로 경기도의회를 찾아온 평화의 소녀상은 광화문 일본 대사관 앞에 처음 소녀상이 설치된 날을 기념해서 건립됐다. 그런데 경기도의회에 자리한 소녀상의 머리형태는 여고시절 필자가 했던 단발머리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목을 둘레삼아 가지런히 하여 자른 머리가 아닌 울퉁불퉁 거칠고 깡총하다. 평화의 소녀상의 거칠게 잘려진 머리카락을 보고있노라면, 부모와 내가 자란 고향을 뒤로하고 동력잃은 나라에서 힘없이 강제로 끌려가야만 했던 가슴뭉클하고 아픈 모습의 시대적 상황 그려진다. 비라도 내리는 날엔 머리에서 눈으로 그리고 볼로 흐르는 빗물은 슬픔을 더한다. 그리고 소녀상의 발은 마음편히 땅에 닿지도 못한 채 들려있는 맨발이다. 어디로 끌려갈지 모르는 예측불가의 암담한 불안감과 심적고통, 나약함에 대한 슬픔을 표현하는 것 같아 볼때마다 가슴은 시리도록 서럽다. 해방은 감격이지만 소녀는 귀향(歸鄕)을 못 하거나, 돌아와도 마음은 편할리 없다. 스스로 지은 죄가 아닌데 못할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5년이 넘게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친일 청산 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일부 친일 세력들은 “해방된 지가 언젠데, 무슨 잔재가 남아 있다고 아직까지 친일 청산을 얘기하느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독일과는 반대로 일본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역사 왜곡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이걸 또 옹호하는 한국인들이 있으니 그저 한심할 뿐이다. 이들은 ‘토착왜구’라고 불린다. 이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한민국은 해방 이후에도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던 친일세력의 반발로 친일 잔재 청산의 기회를 잃고 말았다”며 “그 후과를 지금도 겪고 있으며, 잊을만 하면 독버섯처럼 되살아나는 과거사에 관한 망언 역시 친일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3·1절 기념사를 통해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패망으로 해방을 맞았지만 ‘미완의 해방’이었다고 지적했다. 피해 당사자인 한반도가 분할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으며 냉전의 최전선으로써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왜곡된 역사는 왜곡된 미래를 낳습니다. 우리가 친일 잔재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는 과거에 얽매이거나 보복을 위해
코로나 재난지원금과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으로 나랏빚이 크게 늘면서 여당을 중심으로 증세론이 활발하다. 증세론은 정치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기본소득제도와도 연계돼 있다. 오랫동안 복지는 늘리자면서 증세는 반대하는 모순 속에 찌들어 있던 정치권이 이 만큼이라도 정직한 논쟁을 하게 된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진전이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재정난 타개를 위해 증세 말고 찾을 수 있는 해법이 뭐가 있나. 이젠 솔직할 필요가 있다. 야당이 정부·여당에 “퍼주기 정책 남발”이라는 비난을 퍼부으면서 대안을 말하지 않는 것은 큰 잘못이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그래도 세금 부담을 늘리면서 복지도 늘리는 ‘중부담·중복지’를 주장해왔다. 유 전 의원은 다만 “경기가 좋아도 조세저항이 심한데 지금은 적절한 시기라 보기 어렵다”며 시기 조절론을 펼치고 있다. 기본소득제도는 국정운영을 책임진 여당으로서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기본소득제를 줄기차게 주창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증세에 대한 국민 합의를 전제로 목적세 추진을 거론한다. 그는 조세감면 축소와 함께 기후변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탄소세, 디지털 데이터세 등의 신설과 함께 불로소득에 부과하는 기본소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