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생중계로 화제가 되었던 정부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낯익은 주제가 들려왔다. 문화체육관광부 보고에 대한 대통령 질의 중 일부이다. 정리해 인용하자면 이렇다. “해외 순방을 다녀보니 한글을 배우는 기관 단위가 다양하게 있더군요. 세종학당, 한글학교, 한국학교... 세종학당은 어떻게 지정하는 겁니까? 몇 개나 있어요? 예산이 얼마나 되나요? 수요가 많다면서요?” 평소 동료 교수나 지인에게서 종종 마주하게 되던 질문을 대국민 국정보고 자리에서 듣게 되니 반가움이 밀려왔다.
한국어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나 정부 부처는 대상에 따라 목적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국정보고 자리에서 언급되었던 해외 교육기관들만 한정하여 살펴보더라도 한글학교는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며 외교부 재외동포청에서 관리한다. 한국학교는 교육부에서 관리하는 정규 교육기관으로 주재원 자녀 등 대한민국 국적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세종학당은 외국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기관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리한다.
재외동포 사회에서 자생하여 계승어로서의 한국어교육을 담당하는 한글학교나 한국의 정규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한국학교와는 달리 세종학당은 K팝이나 K드라마, 웹툰, 뷰티, 패션 등 다양한 영역에 관심과 흥미를 지닌 학습자들이 모여들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는 곳이다. 세종학당 수강생들은 대부분 열렬한 한국문화의 애호가이자 전파자이며 장차 유학 및 취업 등 다양한 경로로 한국에 유입될 수 있는 잠재적 인력이다.
해외 한국어교육의 대표적 플랫폼인 세종학당은 2007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최초로 설립되었다. 같은 해 미국, 중국 등 3개국 13개소에 개설되었으며 당시 수강생 규모는 연간 740명 수준이었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2025년 현재 세종학당은 전 세계 87개국 252개소에서 운영 중이다. 수강 대기자만 1만 2천 명에 달하며 연간 수강생 수는 21만 명, 누적 학습자 수는 106만 명에 달한다. 앞으로 매년 20개씩 늘려 2030년까지 360개소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 중국의 공자학당 등과 같이 국가 브랜드로서 또 ‘한국문화 수출의 교두보’로서 세종학당이 제대로 기능하게 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정부 문화 정책의 대원칙이 세종학당 신규 지정 및 운영 과정에도 적용될 필요가 있다. 국가가 주도하되 현지의 특성을 고려하여 실제 작동 가능한 제도와 규정들이 마련되어야 하며 교원의 보수 체제 및 학당 운영 지원 예산 등에 있어서도 지역에 따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언어교육 및 문화교육 역량을 갖춘 우수한 교수 인력 유입 및 재교육 방안, AI 시대에 맞는 매체 및 플랫폼 전환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지난 11일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매기 강 감독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최우수 애니메이션 영화상과 최우수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앞서 2021년에는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2020년에는 한국 영화 최초로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당시 봉준호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소 다른 맥락이기는 하나, 언어 장벽만 낮춰 줄 수 있다면 한국문화 전파의 무한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지금이 그 일을 해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