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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의 책상풍경 세상풍경] 낯선 만남 그 서툰 시작을 응원하며

 

겨울 내내 적막했던 캠퍼스 곳곳이 다시 붐비기 시작한다. 강의실 앞 복도와 계단, 교내 식당과 카페가 학생들로 채워진다. 왁자지껄한 소음 사이로 들려오는 언어들도 다양하다.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은 서로 낯설지만 그 안에 흐르는 설렘과 작은 긴장감은 닮아 있다. 개강 무렵 캠퍼스 풍경은 마치 공연을 앞둔 오케스트라의 조율 시간과도 같다. 커다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악기를 들고 앉아 채 완성되지 않은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불안감과 기대감을 공유하는 그 순간.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평소보다 다소 높은 톤으로 “안녕하세요, 여러분!” 인사를 건네면 이내 수줍은 작은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되돌아온다. 출석부 속 낯선 이름들을 하나하나 불러 보며 강의실 곳곳의 새로운 얼굴들을 눈에 담는다. 이름도, 살아온 환경도, 쌓아온 경험도 서로 다른 학생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 앉아 있다. 그들 속에 단단히 서서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한다. 이번 학기도 이 공간에서 우리만의 작은 작품 하나 잘 만들어가 보자고.

 

신학기 풍경이야 늘 그렇듯 활기가 넘치지만 요즘 개강 풍경에는 예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들려오는 언어가 다양해졌다는 사실이다. 한국어 사이로 중국어와 베트남어, 몽골어와 영어가 자연스럽게 들린다. 강의실에서 도서관에서 학생식당에서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공부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대학은 적극적으로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가 시행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대학들은 표면적으로 더없이 국제화된 공간으로 변모해 가는 듯하다.

 

그러나 국제화는 단순히 해외에서 온 유학생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국적이 다양해지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낯선 언어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충분히 배우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동체가 구축되어 가고 있는지는 여전히 대학이 고민해야 할 과제다. 국제화의 성과가 유학생 증가율, 재정 수익률 등의 숫자만으로 대체되는 순간 대학이 지향해야 할 교육의 본질이 가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라는 철학자 마틴 부버의 맡은 학기가 시작되는 이 계절에 더욱 생생하게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교육이야말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다. 하나의 세계와 또 다른 세계가 만나는 일이다. 그 만남이라는 사건 속에서 우리는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마음의 방향을 바꾸게 되는 스승을 만나기도 하고, 삶의 시간을 함께 할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평생 마음에 담아둘 삶의 경구와 지표를 만나기도 한다.

 

대학의 국제화도 결국은 이런 만남의 확장에서 시작되는 일인지 모른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서로 다른 삶의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앉아 서로의 생각을 듣고 질문을 던지며 함께 배우고 성장해 가는 일. 그 과정에서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더 넓은 세계로 함께 나아가는 일이다. 마치 각자의 악기도 다르고 소리도 다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서로의 선율을 맞추어 가는 멋진 오케스트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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