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와 성 정체성마저 혼란스러운 전청조 씨의 사기 혐의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 일변도네요. 웬만한 사람들은 실물 구경도 못 해 봤을 벤틀리 자가용을 척 사주는 남자(?)의 사기술에 정말로 남 씨가 일방적으로 당한 건지는 아직 아리송한 상태죠. 백억 대 고급주택을 비롯해 억 소리 나는 명품들 이야기에 구경꾼들은 대략 주눅이 잔뜩 든 분위기이군요. 대다수 국민에게는 꿈 얘기 같은 두 사람의 스캔들 뒤에 도사린 도무지 경계가 없는 인간의 욕망이 슬프게 느껴지네요. 타인의 욕망을 자극해 감쪽같이 속여내는 고도의 기술을 발휘하는 사기꾼들의 머리는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갈수록 궁금해져요. 낯모르는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나 상상도 못 해 본 고가(高價)의 선물을 앞세워 유혹한다면 누군들 이를 거절할 재간이 있을까요. 지난 6월..
2008년 2월 26일 저녁, 그때 나는 북한 남포항의 선원크럽 식당에 앉아 평양에서 내려 온 L선생과 함께 북한 전역에 생중계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고 있었다. 그 공연이 특별했던 것은 뉴욕 필이 공연하고 있는 장소가 평양의 동평양대극장이기 때문이었다. 먼저 양국 국기가 카메라에 잡히면서 국가가 연주되었다. 미국 국가인 '성조기여,영원하라'가 평양에서 연주된다? 옆의 L선생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공화국 창건이래 미국 국가가 공화국에서 처음 연주되는 느낌이 어떻냐고’. 그러나 그는 대답대신 질문을 한다. “이선생은 어제 이명박대통령 취임사를 못 들었으니까 내용을 잘 모르겠구만. 허지만 거, ‘비핵·개방·3000이란 거에 대해 어케 생각합네까?” 나는 연주회 실황에 집중하고 싶은데 이 양반은 자꾸 말을 걸어 왔다. 철..
경기도교육청의 여론조사 결과 경기도민 대다수가 다문화가정 학생의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한 공교육 지원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민 대부분이 다문화가정을 보살피는 일이 우리나라 미래를 개척해가는 매우 소중한 과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청신호다. 중앙은 물론 지방정부가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전방위적인 지원 확대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희망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방책이기도 하다 도 교육청은 지난달 17일부터 8일간 만 19세 이상 경기도민 12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으로 ‘경기 다문화교육 추진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다문화가정 학생의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해 공교육의 지원이 필요한지를 묻는 항목에서 응답자의 79.6%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도 교육청이 추진하는 지역..
얼마 전에 자연 체험을 하러 반 아이들과 양주에 있는 노고산에 다녀왔다. 체험학습 장소로 유명한 곳이라 처음 예약을 진행하던 시점엔 이미 비어있는 날짜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덕분에 원하는 날짜에 예약하지 못하고 비어있는 날짜 2개 중에 하나를 골랐다. 조금 더 서둘렀어야 하는데 아쉬웠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1학기 시작 전에 예약하리라 다짐했다. 상황이 반전된 건 학교에서 체험학습용 버스로 타고 다니던 전세 버스가 불법이 되면서부터다. 아이들이 타는 체험학습 버스 겉면에 노란색 랩핑이 되어 있어야 하고 안에는 어린이용 좌석이 설치되어 있어야 합법이라고 했다. 전세버스를 타고 다니다 경찰이 단속하면 걸리는 상황이었다. 그대로 체험학습을 진행하면 졸지에 불법을 저지르게 되었다. 관련 기사가 뜨자마자 교사 커뮤니티가 뒤집어졌다. 교사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8∼9월 ‘외국인 근로자 활용현황 및 정책 인식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국내 300인 미만 주요 업종별 중소기업 615개사(응답자 기준)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인력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외국인노동자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37%나 됐다. 올해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업은 58.7%, 올해보다 축소해야 한다는 기업은 4.4%였다. 외국인 도입 확대를 원하는 기업은 ‘내국인을 구하기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92.7%로 압도적이었다. 외국인 노동자의 생산성은 96.2%로 국내 노동자에 비해 낮았다. 이에 비해 인건비는 103.3%로 더 높았다. 임금에 더해 숙소비와 식비 등 기타 부대비용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이 외국인 노동자 도입을 늘려야 한다고 응답한 것은 현장의 인력난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
BC 4세기, 시칠리아의 시라쿠사는 디오니시오스 2세가 통치하고 있었다. 독재자였던 그는 절대 권력으로 휘하에는 꼼짝 못 하는 부하들과 호화스러운 궁전에는 값진 물건으로 가득했다. 측근이었던 다모클레스는 이런 왕의 권력과 부가 늘 부러워했다. 어느 날 다모클레스가 디오니시오스 왕에게 부탁했다. 왕처럼 하루만이라도 호사를 누려봤으면 좋겠다고. 왕의 허락이 떨어지자 다모클레스는 드디어 하루 동안 왕 노릇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를 경배하는 부하들과 향기로운 술, 아름다운 여인, 흥겨운 음악. 모든 것이 완벽했다. 푹신한 방석에 앉아 오늘만큼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그는 우연히 천장을 바라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날카로운 칼이 단 한 가닥의 말총에 매달려서 그의 머리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벼운 미동..
총선이 임박한 모양이다. 선정성 공약이 널을 뛰고 있다. 전 세계에서 서울만큼 비대한 나라도 없다. 그런데 또 서울을 키운단다. 서쪽으로 쭉 빠진 김포를 서울로 밀어 넣어 주겠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판단인가? 국힘당은 ‘김포 서울 편입’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장으로 조경태의원을 임명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조의원이 토목공학박사 출신으로 도시 설계 등에 전문적 지식이 있는 분”이라며 “김포의 서울 편입 건의를 적극 검토함에 따라 선수도 비중 있게 높였다”라고 논평했다. 한 나라의 국토를 개편하는 데 급이 높은 ‘선수’ 운운하는 게 온당한가. 급 높은 선수를 등장시키면 급 낮은 담론이 금방 고질화되기라도 한단 말인가. 정치를 희화화해도 유분수다. 지금 세간에는 김포-서울 편입을 두고 특정 정당 편을 드는 논객들이..
본지는 지난 6월 16일자 사설에서 민주당 혁신위원회에데 대해 비판과 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송영길 전 민주당대표가 출마해서 당선된 전당대회에서 돈봉투가 살포된 것이 드러나고, 김남국의원 코인사건이 불거지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던 민주당 혁신위에 대해 본지는 ‘무엇을 혁신하고, 어디까지 수술할 것인지’ 뚜렷한 방향성이 부재한 것에 대해 우려를 밝혔다. 또한 혁신 성공의 열쇠는 국민에게 있음을 깨닫고 특권과 기득권에 갇힌 민주당에서 국민의 민주당으로 돌아올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끝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혁신안은 내놓지 못했고, 위원장의 잇단 설화 등이 불거지면서 혁신위원원는 서둘러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월 23일 국민의힘은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
‘미래를 마중하는 당신의 배려’ 지하철 어떤 좌석의 글, 시(詩) 구절 같은 비유다. 멋진가? 말과 글(다루는 일)이 직업인 사람도 갸우뚱하는 말이라면 보편성은, ‘꽝’일 터. 주위의 몇 사람에게 물었다. 미래를 마중한다?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아기 밴 여성을 위한 자리이니 앉지 마시오.’라야 했다. 공공(公共)의 언어에서 가장 보기 싫은, 저질스런 대목이 바로 저런 있는 체, 유식한 체다. 당신의 높은 교양과 일반의 수준을 착각하지 말 것. 말글은 뜻을 전하려고 있다. 혼자 ‘잘 썼다’며 자위하려는 따위의 글은 우리의 세금 낭비다. 실례되는 짐작이지만 십중팔구, 그 이상은 베낀 글이다. 표절 절도이니 정직성도 ‘꽝’일러라. ‘인문학’이란 단어 자주 본다. ‘인문학의 홍수’인가. 허나 인문학의 첫 계단인 문자(文字)와 문장(文章)을 밝고 확실하게 사용하는 대목은 ‘글쎄요’다. 옆에는 임신한 여성을 나타낸 듯한 추상적인 도안(디자인)이 그려져 있다. 제목은 ‘임신부 배려석’이다. 그런데 열(10)에 넷(4) 이상은 ‘임산부 배려석’이다. 물었다. 임신부와 임산부는 같은가요? 글쎄요, 같겠지요, 몰라요, 오마 참 이상하다. 효과 얻으려면 임신부도 ‘아기 밴 여성’으로 바꿔야 옳다. 글자 막 깨친 이도 알아야 ‘배려석’은 쓸모 있다. 문젯거리 또 있다. 임산부는 ‘아기 밴 여성’이 아니고 ‘아기 낳은 여성’이다. 임신부(姙娠婦)와 임산부(姙産婦)는 같은가? “왕비마마가 왕자님을 생산하셨습니다”하는 연속극 대사 기억하시는지. 생산(生産)은 농작물처럼, 요즘에 뜸하지만, 아이를 낳는데도 쓰였다.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 왈(曰), 아이를 낳을 때까지의 여러 사항을 돌보는 과목을 산부인과라고 합니다. 환자 중 임부(妊婦)는 아기 밴 여성, 산부(産婦)는 아기 낳은 여성이올시다. 필수 검토사항, 출산 직후 환자로서의 ‘산부’ 말고, 아기를 낳은 (경험이 있는) 여성 모두를 산부라고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등산복 입고 활달하게 떠들며 저 ‘배려석’에 앉은 건강한 중년 여성도 임산부(姙産婦)에 포함되는가? 상식적으로, 경험상, (환자로서의) 産婦는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이나 집에서 치료하고 섭생한다. 서울수도권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지 지하철 객실은 ‘임신부’로 통일 하는 것이 낫겠다. 필자는 ‘아기 밴 여성’을 쓰기를 추천한다. 훨씬 많은 이가 아는 말이다. 품위가 없다고? 우리 한글은 무(無)품위이고 한자어는 고품위인가? 싹수하고는... 배려석(配慮席)의 ‘배려’도 요즘 늘 쓰는 말이기는 하지만, 의미로 볼 때 어렵다. 또 ‘내가 왜 배려해야 하냐?’는 이도 있을 수 있다. 필자도 목격한 장면이다. 뱃속 저 아기는 가까운 미래의 우리 모두의 자녀이며, 당신 노후와 나라 미래를 책임질 귀한 인구(人口)다. 배려 아닌 ‘의무’라고 해야 옳다. 그 이상의 단어도 결코 지나칠 수 없다.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임신부인가? 産婦로 그 기쁜 아픔 경험한 (적 있는) 어머니들은, 아버지들도 이 이야기 다 아신다. 화급(火急)한 저출산 대책에는 이런 마음도 한 몫 하리라.
낙엽이 질 때 가을이 깊어가는구나! 싶었다. 독감예방주사를 맞고 매일 하던 운동들 접은 뒤 산길을 걸었다. 어느 덧 바람은 겨울바람 되어 피부를 자극했다. 세상이 좋아져 옛날 같이 쌀과 연탄걱정이야 덜었다고 하지만, 추위가 닥치면 습관처럼 자본주의에 허기진 서민층과 홀로 사는 사람, 고아원과 양로원 사람들 걱정이 앞선다. 젊은 시절, 태 자리를 뒤로하고 개척정신으로 이곳저곳 헤매며 죽지 않을 만큼 고생을 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피멍이 든 것은 젊은 영혼의 자존심이었다. 그때 만난 책이 『인생의 선용(善用)』이다. 이 책에서 읽은 한 문장 「행실이 사람을 성공시킨다.」는 것. 이것이 내 가슴 근육을 굳건하게 해 주었다. 홀로 살아가며 어찌 서러움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내가 당하고 겪은 만큼 정신의 면역력이 생기고, 내적으로 강인한 실천력과 지혜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였을까 지금 살고 있는 고장에서 아이들 낳아 교육시키며, 평생 우러를 스승을 만나 인문학적으로 보람 있는 삶을 일궈왔다. 덕분에 평생교육원이나 인재육성개발원에서 강의할 때는 ‘인생의 삼대(三大) 만남’을 유머 있게 말하면서 생각의 눈을 달리하도록 한다. 만남의 첫 번째는 부모와의 만남.. 두 번째는 배우자와의 만남이요. 세 번째는 스승과의 만남을 실감적으로 들려주었다. 이어서 ‘인생의 삼 단계’를 들려준다. 처녀 총각 때까지는 3분의 1의 인생길이요.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면 3분의 2의 인생을 사는 것. 그리고 아들딸 낳아야 제대로 된 3분의 3의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라고. 따라서 가정의 소중함과 가족 사랑이 최고인 것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자 공을 들인다. 다음으로는 ‘제3의 인간과 3자의 의미’다. 아라비아 숫자에 있어 3자의 의미와 그 자리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어릴 적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도 아버지는 세 번까지는 용서해 주었다. 공부에서의 실력도 상, 중, 하로 평가 되고, 1, 2, 3 등까지는 상을 주었다. 올림픽 경기에서도 금, 은, 동으로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평소 내가 희망했고 실천하고자 했던 ‘제3의 인간’이다. 제1의 인간은 학교 다닐 때는 우수한 성적으로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다. 제2의 인간은 학교 다닐 때는 별로였는데 사회생활하면서 열심히 공부해 성공한 사람이요. 제3의 인간은 직장에서나 정년 한 뒤나 변함없이 공부하며 자신의 성품을 기르고 자연이 준 재능과 색깔을 충분히 발휘하는 사람을 말한다. 오래전, 중국의 등소평이 미국에 갔을 때 기자들이 질문을 했다. 어는 대학을 나왔느냐? 고. 등소평은 ‘지금도 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평생 공부하면서 살기로 했다고 답했다. 그래서였는지 대학에서는 그때부터 평생교육원 과정이 개설되기 시작했고 오늘날은 노인대학에서도 공부하는 제3의 인간들이 많다. 한마디로 평생 공부하다 가고 싶은 내 뜻이요. 나를 설득하기 위한 내용이다. 그러나 폭을 넓혀 세상 살아가면서 선·후배요, 이웃이요 또는 직장에서 학원에서 윗사람 아랫사람 또는 동료로 살아가는 동안 만남의 인연과 가치를 생각하며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철학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