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수산물이 아닌데도 유기농·무농약·무항생제 농수산물인 것처럼 허위 광고하는 등 불법행위를 한 친환경 인증제품 판매업체가 경기도 민생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에 대거 적발됐다. 상품을 매매하면서 품질이나 원산지를 속이는 행위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사기 범죄다. 대다수의 선진국에서도 식료품을 갖고 폭리를 취하기 위해 저지르는 범죄는 엄중히 다룬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이런 비리는 문자 그대로 발본색원돼야 한다. 경기도 특사경은 지난달 도내 친환경인증 농수산물 유통 및 판매업체 등 360개소를 집중적으로 조사해 위반업체 43곳(45건)을 적발했다. 주요 위반내용은 ‘친환경 미인증 제품에 인증표시 등 표시사항 위반 10건’·‘유기농·무농약·무항생제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사용하는 것처럼 허위 광고한 28건’·‘유기..
나에게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숲 속으로 가라’는 말과 같다. 집 근처에 물기 마르지 않고 사철 푸른 산 속 숲이 있어 아침저녁으로 긴 시간 들이지 않아도 숲의 품에 안기어 묵상하고 기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숲속 공기는, 우선 콧속을 통해 호흡기와 폐를 맑히며 냉기 어린 맛감각이 나의 두뇌를 일깨워 사유하고 상상하며 정리하게 한다. 그런 뒤 귀한 문장을 얻어내는 길을 닦아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달 초순이었다. 체육회관 3층 헬스장에서 달리기 운동을 하던 중 유리창 밖으로 ㅇㅇ초등학교 정문 현수막을 보게 되었다. 운동을 멈추고 더 가까이 가서 보았다.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합니다. 선생님께서 남기신 그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 ㅇㅇ초등학교. 49제를 맞이하여”라고 검은 천에 흰 글씨로 쓰여 있었다. 사노라니 못 볼..
이 불우한 시기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1980년대 일본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모리타 요시미츠의 영화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행운과 같은 것이다. 모리타 요시미츠 감독 회고전은 지난 15일부터 열리고 있고 향후 24일까지 계속된다. 16일에 상영된 '하루'는 그의 1996년작으로 비교적 초중기작에 속하고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1998년에나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영화로는 이와이 슌지의 ‘러브 레터’와 기타노 다케시의 ‘하나비’가 있다. 두 영화는 일본영화가 개방된 후 앞서거니 뒷서거니 들어 왔다. 국내 개봉 1호가 된 일본영화는 ‘하나비’였다. 모리타 요시미츠의 영화는 이상하게도 한국에서의 개봉이라는 ‘수혜’를 입지 못했는데 ‘하루’ 직후에 내놓은 ‘실락원’이 국내에서 개봉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 화근이 됐다. 표현 수위가 국민들이 보기에 적절치 않다는, 그야 말로 후진국적 ‘영화 심의’ 탓이었는데 당시 한국은 18세 이상 관람가의 일본영화는 2004년 이전까지 여전히 개봉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실락원’이 뭐 그리 대단한 수위의 작품도 아니었다. 흔한 정사 씬이나 베드 씬도 이렇다 하게 나오지 않는다. 다만 불륜 남녀의 러브 스토리이고 이 둘은 너무 사랑한 나머지 설국의 온천에서 동반자살한다는 내용이다. 근데 바로 이게 문제가 됐다. ‘실락원’은 초기에는 심의 탓에 나중에는 너무 늦은 영화인데다 흥행을 우려한 탓에 한국에서 2011년에나 첫 개봉됐다. 요시미츠의 또 다른 영화로 국내에 소개되지 못했던 영화 ‘하루’의 하루는 24시간 하루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 이름 ‘하’야미 노보’루’(우치노 마사유키)의 첫 자와 끝 자를 따서 만든 PC통신 아이디이다. 일본어로는 ハル라고 쓴다. 이 ‘하루’는 PC통신으로 만난 ‘호시’라는 여자, 실제 이름은 후지마 미츠에(후카츠 에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 둘은 오프 라인 상에서 딱 두 번 만난다. 한번은 스치듯이, 또 한번은 정면으로 겨우 만난다. 둘의 사랑은 철저하게 통신 상으로 이루어진다. 1996년에 공개된 이 영화는 사랑의 익명성이 지닌 놀라운 오묘함을 보여준다. 현대적 사랑은 어쩌면 半익명적일 때, 통신과 온 라인이 지금처럼 모든 걸 다 까발리기 전일 때, 그렇게 덜 진보적이고 미숙할 때 더욱 매력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랑은 모든 걸 다 보여주거나 모든 걸 다 줄 때가 아니라 반은 자기의 욕망으로 감추어 둘 때 진짜일 수 있고 더욱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증거한다. 그 뒤늦은 깨달음이 보석같은 작품이다. 사랑은 자기가 자기일 때, 적어도 반은 자기일 때 이루어지기가 더 쉽고 좋은 법이다. 일본영화는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보다 아름답고 진실되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영화와 문화로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게 옳은 길이다. 외교와 영토의 분쟁을 전략적으로 모호하게 놔 둘 수 있는 길은 문화적 접근이다. 영화로 서로를 호환하게 하는 길이 더 주단 길이다.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다. 군사적으로는 강박되고 문화로는 유리되고 있다. 양쪽 정치가 무식해서이다. 안타깝고 무서운 일이다.
최근 교권 강화 방안으로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를 금지하는 아동복지법 조항을 일부 개정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이와 상관없이 아동학대 범죄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걱정거리다. 아동학대는 주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사실도 여전하다. 인권 선진국으로 발전해온 나라의 위상에 걸맞은 강력한 예방체계를 갖춰야 한다. 제대로 된 ‘부모교육’의 확대 시행도 절실하다. 경찰청이 국회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검거 건수는 1만1970건으로 2018년(3696건) 대비 3.23배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363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 2061건, 인천 869건, 대구 586건 순이었다. 학대 유형별로는 신체학대 8090건, 정서학대 2046건, 방임 756건, 중복 656건, 성 학대 321건으로 나타났다. 학대 가해자를 보면 부모가 1만630명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했으며 타인(690명), 교원(645명), 보육교사(550명) 순으로 조사됐다. 아동학대는 신체학대, 정서학대, 방임, 성 학대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살펴보면 역시 신체학대가 전체의 67.6%로 가장 많고, 정서학대가 17.1%, 방임 6.3%, 성 학대 2.7% 등으로 분석된다. 두 가지 이상의 학대가 중복하여 일어난 사건도 5.5%에 이르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주로 부모들이 훈육의 목적을 핑계로 아이를 구타하는 일이 많다는 얘기다. 아이를 자신들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고질적 인식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학대 범죄는 정서학대다. 점차 증가하고 있는 이 범죄는 어린이의 정상적인 발달을 방해할 수 있는 정신적인 폭력이나 가혹행위다. 아이의 독특한 취향이나 습관을 배려하지 않고 함부로 예단하여 핍박하거나 망신을 주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무분별한 부부 싸움 등으로 아이의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정서학대의 한 유형이다. 연구에 의하면 신체학대는 장기적으로 비행 청소년과 약물 중독자가 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정서학대는 정신 건강과 정서적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며, 정신병과 약물 중독의 가능성을 높인다. 방임된 아이들은 언어와 지능 발달 방해로 사회적 소통 능력이 떨어지거나 지능을 감소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학대는 정상적인 남녀 관계 형성을 방해하고, 심각한 정신의학적 문제의 원인이 된다. 아동학대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주로 부모라는 사실은 곧 실제로 학대가 있음에도 은폐되는 경우가 많을 개연성을 높인다. 사랑 속에서 자라야 할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일 은밀하게 학대를 당하고 있을 현실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난다. 세상에는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된 채로 부모가 되어버리는 사례가 너무 많다. 중요성에 비춰볼 때 우리 사회에서 체계적인 ‘부모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 참으로 안타깝다. 아동학대의 증가 현상을 방치한 채로 우리가 ‘인권 선진국’을 운위할 수는 없다. 어린이날이라고 고작 1년에 한 번씩 요란을 떨면 뭐 하나. 뭔가 오명을 씻을 획기적인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가평군에는 ‘선생님 마을’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마을이 있다. 가평읍 하색1리가 그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배출한 교사는 총 10분이다. 가평군 홈페이지에서 확인되는 가장 오래된 주민등록통계(2002년 12월 31일 기준)에 이 마을의 가구 수가 93가구임을 감안하면 대략 열 집 당 한 명꼴로 교사를 배출한 격이다. 놀라운 것은 이 10명 중 8명이 교장 선생님이 되셨다. 여기에 옛날 마을 서당에서 훈장을 하신 분도 두 분이 계셨고, 가평문화원장 두 분(2대, 10대 현임)도 이 마을 출신이니 하색1리는 선생님을 배출하는 뭔가 특별한 학재(學才)의 기운을 만들어 낸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무슨 특별한 비방(祕方)이라도 있었던 걸까?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마을 이야기를 채록하며 나름대로 세 가지 가설을 세워봤다. 먼저 ‘풍수기원설’. 이 마을에는 명..
행정안전부가 정의한 ‘적극 행정’은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의 개선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다.(적극행정 운영규정 제2조-정의) 다시 말하자면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노력이나 주의의무 이상을 기울여 맡은 바 임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된다. 업무관행을 반복하지 않고 가능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도 이에 포함된다. 아울러 새로운 행정수요나 행정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새로운 정책을 발굴·추진하는 행위 역시 적극행정이다. 이밖에 이해충돌이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이해조정 등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와 불합리한 규정과 절차, 관행을 스스로 개선하는 행위 등도 그렇다. 반대로 ‘소극행정’은 ‘공무원이 부작위 또는 직무..
제가 강사로 노량진에 입성하여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기자격증 인기는 높습니다. 전기 관련 자격증들은 사실 쉬운 시험이 아닙니다. 하지만 자격증 취득 시 취업이 보장되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자격증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청년들뿐만 아니라 은퇴를 앞두고 있는 노년층도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 전기 관련 자격증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수강생 중에는 다양한 직군 경험자를 만날 수 있는데, 그중 제대군인들은 수강생들 사이에서도 두각을 나타냅니다. 첫째, 당연한 얘기겠지만 제대군인들은 군인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대군인들의 나라에 대한 충성심과 사명감, 책임감은 다른 직업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습니다. 이런 태도는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특성에 가장 부합합니다. 본인이 속한 조직을 위해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군인들이 가진 최고의 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공동체 생활을 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제대군인은 공동체 질서를 유지하며, 남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는 인재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잘 융화되는 사람입니다. 또한 남을 방해하는 일 없이 묵묵히 본인의 일을 수행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도와주고자 하는 이타심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둘째, 제대군인들은 지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능사 취득 실기 시험을 볼 때 시험시간은 4시간 30분으로 상당기 긴 시간입니다. 또한, 기능사과정의 제어판 작업을 훈련할 때 초반에는 익숙하지 않아 한 작업 당 약 4~5시간이 소요됩니다. 한마디로 전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무엇보다도 체력과 지구력이 중요합니다. 수강생 중 일부는 의욕과 열정이 있어도 체력이 받쳐 주지 않아 집중력이 흐려져 실수하거나 완성도를 떨어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대군인들은 체력부족으로 인한 실수가 적고 작업시간 동안 수업내용을 복기하며 따르기 때문에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올해 안양대산 전기기술학원은 경기남부보훈지청 제대군인센터의 위탁교육을 진행하였고,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기능사 이수자 평가에서 전국 약 10% 미만의 기관에만 주어지는 A등급을 받았습니다. 경기남부보훈지청 제대군인센터의 제대군인 수강생들의 역량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경험해 본 제대군인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입니다. 제대군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대군인 여러분 제2의 인생을 힘껏 응원합니다. 제대군인 여러분들 파이팅!
윤석열 정부의 언론정책 주도자들이 내뱉는 말들이 소름을 돋게한다. 전임 정부가 임명한 언론기관장 갈아치우기에 물불을 가리지 않더니,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를 계기로 폭주 기관차를 방불케 한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인터넷 뉴스가 가짜뉴스를 퍼뜨리면 그걸 공영방송이 증폭시키고, 이를 특정 진영 편향적인 매체들이 방송을 하면서 또 환류가 되는, 말하자면 가짜뉴스 악순환의 사이클”이라며 “수사 당국의 수사와는 별개로 방송통신위원회 등 이걸 모니터하고 감시하는 곳에서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기자 출신 장관급 인사가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발언이었다. 장제원 의원은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언론..
‘접경지역지원특별법’ 제2조는 “접경지역을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따라 설치된 비무장지대 또는 해상의 북방한계선과 잇닿아 있는 시·군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민간인통제선 이남의 지역 중 민간인통제선과의 거리 및 지리적 여건 등을 기준으로 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군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접경지역지원특별법 시행령’ 제2조 접경지역의 범위에는 접경지역을 구체적(인천광역시: 강화군, 옹진군, 경기도: 김포시, 파주시, 연천군, 고양시, 양주시, 동두천시, 포천시, 강원특별자치도: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 춘천시)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는 접경지역의 범위에 빠져 있으므로, 자신의 지역도 접경지역에 포..
가짜노동이라는 개념이 있다. 덴마크의 인류학자 뇌르마르크와 철학자 예센이 '가짜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에서 제기한 아이디어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노동 시간 중에서 실제로 업무에 전념하는 시간은 절반도 되지 않고 나머지는 가짜노동이라는 것. 이를테면 비생산적인 지루한 회의, 형식적인 보고서 작성, 프로젝트 진행 등이 해당된다. 그래서 저자들은 실제 업무를 제외한 노동의 일부를 휴가 기간으로 대체하자고 제안한다.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 화이트칼라에 국한되는 이야기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블루칼라 노동자들에게는 꿈과 같은 얘기다. 공휴일을 겨우 하루 추가하는 것도 극력 반대하고, 무노동 무임금을 강조하는 자본가들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 노동시간의 절반 이상을 휴가로 하면 임금 삭감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