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하얀 가운을 입고 환자와 마주한다. 환자는 하얀 가운처럼 물들지 않은 순결한 마음으로 어떤 누구라도 평등하게 대해주기를 기대한다. 나와 마주한 의사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의사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의사의 말은 한마디도 흘리지 않고 담는다. 작은 희망이라도 건지려고 착한 어린이가 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피터지는 전쟁에서 적아를 가리지 않고 오직 치료에 집중하는 의사, 치료제 개발으로 서슴없이 자신에게 임상실험을 하고 피고름을 입으로 짜낸 의사는 얼마나 멋진가. 멋지기 때문에 의사가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은 많다. 선호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의사가 되었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누구나 의사를 믿고 병원으로 가지만 모든 병을 완치할..
현대엔 신(神)의 뜻보다 인간의 뜻이 우위를 점한다. 현실에서 눈에 보이는 힘은 거의 사람의 것이다. 다만 폭염, 태풍, 홍수, 강풍, 풍랑, 해일, 대설, 가뭄, 한파, 지진, 화산활동 등은 예외다. 신의 지위를 넘보는 과학도, 자연의 힘 앞에선 무력하다. 기상청은 올여름 태풍이, 거셀 것을 예고한다. 세계적으로 중국의 광동성, 두바이, 케냐는 물 폭탄 세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름철이 다가왔다. 언론에선 행안부, 농식품부, 소방청 등 중앙정부의 재해 예방 대책 소식을 전한다. 한결같이 예찰(豫察)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와중에 본보(경기신문 5월 19일자)는 경기도 공기업인 GH의 ‘전세임대, 반 지하 거주 가구에 대한 풍수해·지진재해보험 가입 지원’ 소식을 관심 보도했다. GH는 지상 주택으로 이사할 경우엔 이사비용도 최대 40만 원 제공 예정이란다. 참신한..
지난해 8월 21일 이종섭 전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로부터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문자를 받거나 메일을 받은 게 없냐'는 국방위원의 질의에 "문자나 전화를 받은 것이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보다 앞선 8월2일 윤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로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인 이 전 장관에게 세 차례나 전화한 사실이 밝혀졌다. 통화가 이뤄진 8월 2일은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지시에 반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날이다. 두 사람의 첫 번째 통화 후 박정훈 대령은 보직 해임 됐다. 또한 국방부는 이 날 경찰에 이첩된 수사기록을 회수했다. 윤 대통령은 8월 8일 아침에도 이 전 장관에게 전화했다. 총 네 차례의 통화가 확인된 것이다. 이..
얼마 전 모 대학에서 ‘말하기’특강을 했다. 특강이 끝나자 많은 학생이 일대일로 다양한 질문을 해 왔다. 그런데 학생들의 이야기에서 느끼는 바가 있었다. ‘말하기’를 잘하려면 스스로를 믿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자신감을 만들어줄 ‘칭찬’이 필요하다. 1964년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였던 로젠탈교수는 인상적인 실험을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 학생 중 20%를 무작위로 뽑아 매우 우수한 지능지수의 학생들이라고 하면서 그 명단을 교사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8개월 후 확인해보니 명단에 있던 학생들이 일반 학생들보다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었다. 교사의 기대와 격려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칭찬의 중요성을 잘 안다. 인간관계에서 칭찬은 꼭 필요한 소통의 방법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칭찬을..
최근 북한이 ‘우리 당의 숙원이자 거창한 혁명’으로까지 선전하고 있는 지침은 무엇일까? 바로 ‘지방발전 20x10 정책’이다.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 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인민의 물질문화 수준’을 발전시키겠다며 제시한 것으로 지방발전 사업의 모범사례로 제시된 김화군의 성과를 강조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북한은 김화군 소재 지방공업공장들이 지난 2년간 공업 생산액이 2배 이상으로 성장하고 군 인민들의 사상정신 상태와 물질·문화 생활 영역에서 놀라운 진전이 이룩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해당 정책에 대해 통일부는 즉각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사업”이 될 것이라며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북한의 내부 형편상 최고지도자가 “내가 직접 책임지고 총화하며..
경기도가 기존 사업용 태양광 설치기업뿐만 아니라 자가용 태양광 설치기업까지 금융 지원대상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태양광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발전시설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생산자가 사용하는 자가용 태양광까지 ‘경기도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특별보증’ 금융을 지원한다는 것이다.(경기신문 28일자 3면, ‘道, 기후위기 대응 특별보증 지원 확대’) 지금까지는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기업만 금융지원이 가능했고 생산된 전기를 판매하지 않고 공장 등에서 직접 소비하는 자가용 태양광 설치기업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 도는 이로 인해 소형 태양광 설치 기업과 소상공인 등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양광 에너지는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여서 전 세계 태양광 설치는..
인간은 농담에 약하다. 농담은 마음을 사로잡는다. 상대방이 고심하여 던진 농담에 당신이 웃었다면, 상대방은 당신을 지원군으로 얻은 셈이다. 농담은 또한 상대방의 속내를 들여다볼 좋은 창이기도 하다. 어떤 농담을 구사하고, 무엇에 웃는지를 보면 상대방의 진솔함이 드러난다. 그러니 상대방과 함께 웃어 동료가 되기 전에 그 속내부터 꿰뚫어 보자. 그는 왜 이런 농담을 했을까? 오픈AI가 GPT-4o(omni, 옴니) 음성 챗봇의 데모 영상을 발표했고, 많은 이들이 자연스러운 대화에 놀랐다. 빠르게 응답하고, 응답을 중간에 끊을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구분하여 인식한다. GPT-4o의 성능은 그것이 ‘구사하는’ 유머를 통해 한층 자연스러워진다. 대화 곳곳에 섞인 그것의 웃음소리는 생동감을 더한다. “내가 너를 웃겨보마” 하며 던지는 썰렁한 농담이 아니라, 이용자를 배려하는 듯한 부드러운 농담에 손쓸 도리 없이 마음을 홀라당 빼앗겨 버렸다. 오픈AI는 자신들의 기술에 농담으로 해자(垓子)를 둘렀고,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GPT-4o의 농담에 웃음으로 화답하기는 이르다. 오픈AI의 새로운 음성 챗봇은 왜 우리에게 ‘그녀’ 목소리로 농담을 건네는가? GPT-4o 데모 영상이 공개되고 며칠 뒤, 스칼렛 요한슨은 영상 속 챗봇의 목소리가 자신의 것과 너무나 유사하여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음을 밝혔다. 샘 올트먼이 찾아와 GPT-4o 음성 챗봇에 그의 목소리를 쓸 수 있도록 라이선스 계약을 제안했으나 거절했던 터였다. 오픈AI는 GPT-4o 음성 챗봇 목소리의 실제 주인공은 다른 배우이며, 스칼렛 요한슨과 목소리가 비슷한 배우를 일부러 섭외하거나 그처럼 연기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재 음성 챗봇 서비스는 일시 중단되었다. 샘 올트먼은 목소리 라이선스 계약을 위해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가 GPT-4o와 창작자, 이용자와 잇는 가교역할을 해줄 거라며 설득했다고 한다.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를 통해 연상되는 영화 ‘그녀(Her)’의 서사가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 속도에 대한 불안에 위안을 주리라 기대했던 듯하다. 오류와 편향, 스칼렛 요한슨을 포함한 창작자와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 약화, 환경 오염, 독점으로 인한 혁신의 저해 등 인공지능은 다양한 차원에서 불안을 심화한다. 매력적인 목소리의 농담을 더한 의인화 전략은 이러한 현안들을 가린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샘 올트먼의 영화 취향과 함께 그가 사회적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려 하는지 알게 되었다. 샘 올트먼이 진정으로 고객의 불안을 걱정한다면,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겠다는 약속과 함께 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었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덧입혀진 목소리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오픈AI는 창작자, 노동자를 비롯해 인공지능으로 인해 한층 더 취약해진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영화 속 그녀의 목소리를 닮은 GPT-4o의 농담은 이러한 물음에 답하지 않는다.
대학을 입학하자마자 군대에 갔었다. 그 당시 가정 형편도 어려웠고 젊은 시절의 치기어린 고민들을 회피하기 위한 도피처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강원도 모처에 위치한 훈련소를 퇴소하고 자대 배치를 받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때는 철책이 쳐진 해안가의 작은 부대였다. 군 복무를 마친 남성들은 공감하겠지만 신병이 부대에 들어오면 선임들의 장난과 관심을 동시에 받게 된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온갖 몹쓸 말들을 들어야 했고 육체적으로 힘들어야 했다. 그러나 육체적인 괴롭힘보다 더 마음이 힘들었던 것은 선임들의 말이었다. 어느 한 선임이 내게 말했었다. “너희는 돼지 새끼나 마찬가지야. 예전 시골에서 잔칫날 때려잡기 위해 사료 먹이고 물을 주는 거다. 너희도 다르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앞에 나가서 총알받이 하라고 밥 주고, 재워 주고, 옷도 주는 거다.” 나는 군대에 있는 동안 그 말이 계속 생각났다. 지금 생각해도 비참하고 모욕적인 말이다. 아마도 짐작컨대 국방의 의무를 마치기 위해 입대하는 청춘 대부분은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징집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군에 복무하는 기간 동안은 국가에서 더 보살피고 자존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징집된 젊은 청년들이 국방의 의무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군사적 강대국인 이유는 압도적 무기체계가 있기 때문이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참전 군인에 대한 예우가 각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금 우리사회의 중요한 이슈인 채 해병 순직 사건에 대한 처리 방식은 후진적이고 미개하다. 군 복무를 하기 위해 해병대에 지원한 젊은이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으면 여기에 걸 맞는 예우를 해야 하고 그 첫걸음은 사망의 원인과 책임자를 엄벌하는 일이다. 왜 이처럼 간단한 일을 하지 못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군의 통수권자이다. 통수권 아래에 있는 병사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원인과 처벌을 지시하고 채 해병 영정 앞에서 사과하면 될 일이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만약 내가 대통령이라면 채 해병의 가족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채 해병의 장례식을 엄숙하게 거행 해 줄 것이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제일 소중하다. 그건 채 해병과 그의 가족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군에 간 자식이 어떻게 사망했는지 감추려는 정부와 군대에 어떤 부모가 보내고 싶겠는가?
최근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피싱 범죄 ‘스미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부분 금융정보 사칭 관련 내용이지만, 관공서를 사칭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파고드는 범죄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중이다.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고도화된 스미싱 범죄에 20대 이하 청소년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어 정기적인 예방 교육 등 대책이 시급하다. ‘클릭해서 주식 꿀맛 보세요’, ‘쓰레기 무단투기 신고’ 등을 앞세운 ‘스미싱’ 범죄에 적극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스미싱’은 문자메시지(SMS)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다. 낚시 끝에 매달린 ‘과태료·민원 신고 대상’, ‘민원 영상 및 과태료 사전통지서 확인하기’, ‘무료쿠폰 제공’, ‘돌잔치 초대장’, ‘모바일 청첩장’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미끼 메시지 내의 인터넷주소를 클릭하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친목 차원에서 화투 놀이나 운동 경기를 하다가 사소한 걸로 다툼이 일어나 마침내 큰 싸움에 이르는 일이 드물지 않다. 대개는 그 게임의 규칙을 두고 일어나는 다툼이다. 그런데 이런 장면에서 죽기 살기로 나서서 우기는 사람이 있다. 꼭 있다. 예컨대, 축구 경기에서 자살골이 터졌는데, 자살골은 골이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다면, 어떡할 것인가. 그는 제법 논리적인 주장인 양, 골은 반드시 상대가 공격해서 상대 선수가 넣는 골만이 정정당당하다고 우긴다. 그에게 FIFA(국제축구연맹) 규정을 들이밀며 자살골도 엄연한 골이라며 다그쳐 보아도 그는 막무가내 우긴다. 그건 FIFA 규정이 잘못된 것이란다. 독선의 극치를 본다고나 할까. 그의 우기기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그에게 너는 무슨 근거로 자살골은 골이 아니라고 우기는 거냐? 근거를 대라고 다그친다. 그는 이게 무슨 근거가 필요한 거냐고 버틴다. 근거 없는 규칙이 어디 있느냐. 이렇게 되 몰아붙이면 그는 조금도 밀리지 않으면서, 마침내 우기기의 끝장 끝판을 보여 준다. “야, 우리 동네에서는 진작부터 자살골은 골로 치지 않는 축구를 해 오고 있단 말아야. 뭘 좀 알고 이야기하란 말이야!” ‘우기다’의 사전적인 뜻은 ‘억지를 부리어 어떤 의견이나 주장을 고집스럽게 내세우다.’로 되어 있다. 그냥 고집스럽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억지를 부리어’ 내세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러면 ‘억지’란 무엇인가. 잘 안될 일을 무리하게 기어이 해내려는 고집이 바로 억지이다. 그러니까 우기는 행위 속에는 ‘억지’, ‘고집’ ‘잘 안 될 일(마땅하지 않은 일)’, ‘무리하게’, ‘기어이(계속해서)’ 등의 부정적인 의미 자질들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요컨대, 바르고 마땅한 일을 우기지는 않는다. 마땅치 않은 일이 우기기의 내용이 되는 것이다. 우기는 행위를 다반사로 하는 사람에 대한 심리학자들의 진단은 금방 공감이 간다.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우기지 않는다. 아는 척하는 사람이 우긴다. 그래서 ‘제대로 아는 사람’보다 ‘아는 척하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 옛말에도 서울 가 본 사람과 서울 안 가 본 사람이 남대문을 두고 싸우는데, 결국은 서울 안 가 본 사람이, ‘남대문’이라 써 붙인 걸 보았다고 우겨서 이긴다고 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아는 것이 없으면 거기서부터 우기기 시작하는지도 모르겠다. 이기는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람이 우긴다. ‘이기다’와 ‘우기다’를 동의어로 생각하는 것이다. 우기는 자의 심리는 대체로 이러하다. 자기가 잘못되었다는 걸 본인도 속으로는 알면서도 그 잘못을 잘못 아니라고 계속 주장하는 것인데, 이는 일종의 유아 심리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어떤 열등감이나 강박에 시달릴 때 우기게 된다는 것이다. 약한 내면을 은폐하기 위해서 강한 척해 보이는 몸짓으로 볼 수도 있다. 똑같은 잘못을 나도 범하고 남도 범했는데, 내 잘못은 안 보고 남의 잘못만 물고 늘어지는, 이른바 ‘내로남불’의 행태도 ‘우기다’의 변형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계속 우기다 보면 자신조차도 속이게 된다는 점이다. 문제는 우기다가 개인의 심리 차원에서만 횡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우기는 사회’가 되었다는 데에 있다. ‘우기는 놈이 이기는 놈’이라는 굳게 믿는 사회가 된 듯하다. 병든 사회이다. 바른 판단을 내려야 할 사법 시스템도 마냥 느리고 지연되기만 하여, 우기는 쪽을 키운다. 음주 운전한 인기 연예인도 그것을 인정하기까지 가능한 버티고 우긴다. 정치인들은 자기가 범한 잘못은 돌아보지 아니하고 그 잘못을 상대방이 조작한 것이라고 우긴다. 진영 논리에 갇힌 사람들은 자기 정당의 대변인들에게 공격 능력을 주문하면서 은연중에 우기는 역량을 주문한다. 정파 내의 열성 팬덤은 우기기를 강화하기 위한 외곽 조직인 듯하다. ‘우기는 사회’로 기울어지는 이 사회를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