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3년차 KBS 기자 55명이 엊그제 반성문을 썼다. 스스로를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사내 보도정보시스템에 올린 글에서 “유족들이 구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울부짖을 때 우리는 정부의 말만 앵무새처럼 전하고 있다”, “팽목항에서는 KBS 잠바를 입는 것조차 두렵다”는 등 공영방송에 대한 여론의 불신을 토로했다. 명실공히 국가재난주관방송임에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보도에서 품위와 균형감각을 잃고 있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보도국 간부들에게는 “청와대만 대변하려거든 능력껏 청와대 대변인 자리 얻어 나가서 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보도국장 등 고위 간부들은 이에 대해 “뒤통수를 치고 있다” “대자보 정치 아니냐” “정파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민주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직업의 속성상 선후배의 규율이 엄격하다. 도제식 교육이 주를 이뤄 데스크와 선배들의 지시 일변도의 취재가 이뤄지는 탓이다. 군대도 민주화하는 마당에 기자사회도 마찬가지여서 이에 따른 선배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KBS뿐만이 아닌 모든 언론에서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
미국은 지난 5월5일 미군 2천500명을 투입, 필리핀군 3천명과 함께 필리핀 북부 팔라완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합동 군사훈련을 벌였다. 팔라완섬은 필리핀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난사군도(南沙群島·Spratly islands)와 인접한 섬이다. 이에 앞선 4월28일 미국은 필리핀 정부와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을 허용하는 방위협력증진협정(EDCA)도 체결했다. 부상(浮上)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정책과 미국을 이용해 난사군도 영유권 분쟁의 역량을 강화해 보려는 필리핀의 의도가 맞아 떨어진 사례다. 미국은 지난 2월12일에도 일본군 등과 합동으로 괌에서 군사훈련을 벌였다. 일본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의 지배권 확보 의도를 이 훈련에 반영했다. 이에 동조하여 지난 4월24일 일본을 국빈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적용대상임을 확인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경고성 메시지를 발표했다. 동북아(東北亞)는 미국이 중국과 대(大)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이에 편승한 일본이 다시 중국을 견제하는 소(小)각축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재정적자로 국방예산을 감축할 수밖에 없
오는 6·4 지방선거 안양시장 선거에 여·야 후보가 사실상 확정됐다. 새누리당에서는 이필운 전 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최대호 현 시장이 공천 확정돼 세 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다른 시·군과 달리 이렇다 할 후보들이 없어 사실상 양자대결로 굳혀졌다. ‘안양 토박이’ 이필운 후보와 ‘호남’ 최대호 후보의 선거 전쟁이 시작됐다. 특히 이번 안양시장 선거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전·현직 시장의 리턴매치이고, 안양시의 지방선거 결과로 전국적인 선거 판세를 가늠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호남과 영남, 충청 출신별로 골고루 분포된 인구 비율과 사회학적 구성 비율이 전국 평균과 비슷하기 때문. 2007년 12월 치러진 보궐선거 첫 번째 맞대결에서는 이필운 전 시장이 최대호 현 시장을 7만9천54표차로 가볍게 따돌리며 시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2010년 6월 치러진 두 번째 맞대결에서는 최 시장이 1만835표차로 승리하며 시장에 당선됐다. 현재 상대 전적은 1승 1패인 상황. 그렇기 때문에 양 후보는 세 번째 맞대결인 오는 6·4 지방선거 안양시장 선거에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은 말할 것도 없이 사랑하는 자식과 부모, 핏줄을 잃은 유가족들이다. 그분들의 끝없는 슬픔과 단장(斷腸)의 아픔 앞에서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에도 깊은 슬픔의 강이 흘러가고 있다. 온 나라가, 전 국민이 이처럼 자신의 가족을 잃은 듯 애도하고 있다. 이 와중에 봄철을 맞아 계획됐던 각종 축제나 문화·체육 행사, 단체 여행 등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이로 인해 영세한 동네 통닭가게나 대폿집마저도 손님이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올해 봄은 이래저래 우울하다. 지금 이 나라를 뒤덮고 있는 추모분위기는 남의 슬픔을 내 슬픔처럼 여길 줄 아는 한국인의 오래된 심성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웃고 떠들고 즐기는 축제나 체육대회, 야유회, 단체여행, 회식 등은 터부시되고 있다. 이에 관련 업계가 도산 위기까지 몰리고 있다는 또 다른 안타까운 소식이다. 본보(8일자 23면)에 의하면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21일 도내 학교의 현장체험학습 중단·보류를 발표했다. 이어 전 국민적 추모 분위기에 맞춰 관공서·기업·대학과 단체·모임도 4~5월 내 계획했던 체육대회, 단체 나들이 등…
세월호 사고로 고귀한 인명이 살상당한 비극적 사건으로 세상의 슬픔은 끝이 없다. 온 국민과 세계인의 애도 속에 희생자 가족들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가 “사고 원인과 구조작업 지연에 관해 투명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더불어 수사가 미진하거나 의혹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상규명을 위한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직도 찾지 못한 실종자 구조에 더욱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아울러 피해자 가족에 대한 위로와 지원에도 국민의 정성을 모아가야 할 것이다. 사고의 진실규명과 더불어 앞으로는 이 같은 참사의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과 관리에 철저하여야 된다. 이번 참사원인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여 관련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데 수사당국은 최선을 다해가야 한다.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 그룹 회장 일가의 실체를 조사하여 책임을 끝까지 물어서 처벌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잘못된 의식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근
사람 사는 세상은 2000년 전 중국 땅이나 오늘의 한국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나 보다. 기원전 2세기 한나라 무제의 재위 시절 회남왕 유안이 편찬한 책 <회남자(淮南子)>에는 이런 글귀가 나온다. “난생유곡 불위막복이불방(蘭生幽谷 不爲莫服而不芳)/주재강해 불위막승이불부(舟在江海 不爲莫乘而不浮)/군자행의 불위막지이지휴(君子行義 不爲莫知而止休).” ‘난초는 그윽한 골짜기에서 자라되 맡아주는 이 없다고 향기를 멈추지 않고, 배는 강과 바다에 있되 타는 이 없다고 뜨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며, 군자는 의로움을 행함에 있어 알아주는 이 없어도 그것을 멈추지 않는다.’ 군자가 마땅히 지녀야 할 본연의 자세와 사회적 책임감을 읽을 수 있다. 당시의 군자란 중국 춘추시대의 귀족에 대한 통칭이었는데, 점차 도덕수양을 갖춘 사람, 학식과 덕행이 높은 사람,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을 두루 가리키게 되었다고 한다. 그 시절에도 사회 지도층이나 기득권층에게는 이런 덕목이 부족했나 보다. 그러니 이런 글을 통해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깊은 골짜기에서 향기로운 난처럼 묵묵히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가르침을 주려던 것은 아닌지. 꿈결처
史記(사기)에 있는 말이다. 성품이 모질고 거칠며 미관말직(微官末職)에 있던 義順(의순)이란 자는 그의 누이가 황태후의 병을 고쳐주었다는 소식을 듣고 누이에게 부탁해 太守(태수)의 큰 벼슬을 얻었다. 그는 흉악하기 이를 데 없고 잔인무도한 방법으로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황태후를 뒤에 엎고 무지막지하게 고을을 다스렸다. 그가 부임하면서 감옥에 있던 죄수와 죄수의 친지를 붙잡아 모두 400여명을 처형했는데 이 소식이 고을에 퍼져 백성들이 추운 겨울도 아닌데 덜덜 떨었다(是日皆報殺400餘人郡中不寒而慄). 탄압이 심한 나머지 지방토착세력과 명문가를 가리지 않고 처단했으니 요즘 같으면 사회 정화 운동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으나 너무도 지나쳤다. 그는 나중에 나랏일을 방해했다는 큰 죄목으로 처형되어 거리에 버려졌으니(棄市) 아무리 세월이 흘러 오래 되었다고 하나, 汚名(오명)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지금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는 40도가 넘는데도 사람들은 추워서 덜덜 떨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반쪽 북한에서도 어김없이 떨고 있는 이들이 있다. 아니 우리도 현재 북한의 기습공격에 떨고 있지 않는다고 누가 말할 수 있나. /근당 梁澤東(한국서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 웃음과 수줍음이 유난히 많다. 눈은 빛나고 뺨이 홍조로 물들기도 하며 콩닥거리는 가슴은 진정시키기가 어렵다. ‘도파민(Dopamine)’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우리 뇌 안에 있는 신경전달 물질로 쾌감·즐거움에 관한 신호를 전달함으로써 행복을 고조시킨다. 따라서 도파민이 늘어나면 의욕이 높아져 활동이 왕성하게 된다. 그리고 일단 한번 경험하면 우리 기억에 새겨져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과도하면 환각이나 편집증을 겪는 부작용도 유발하고, 반대로 부족하면 의기소침하거나 우울해진다. 사랑에 실패해 헤어진 연인들이 슬픔과 고통을 겪는 것도 급격히 줄어든 도파민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감정을 조절하는 호르몬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관장하는 노르아드레날린도 있다. 분노의 물질이라 불리는 이 호르몬은 적당하면 용기를 불러일으킨다. 아침에 눈을 뜨면 분비되기 시작해서 열심히 일하는 낮에 왕성해지고 밤이 되면 우리와 함께 잠이 든다. 두 호르몬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세로토닌(serotonin)’이다. 두 물질의 과다한 배출을 조절하는 방향타 구실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 세로토닌 분비량이 봄에 가장 많이 줄어든다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20여일이 지났다. 자식을 기르는 어미로 그 슬픔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 모든 언론매체에 세월호 소식이 이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불신을 증폭시킨다. 정부의 대응이 그러했고 속속 등장해 늘어놓는 전문가들의 말과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각종 유언비어가 불신의 벽을 높이 쌓는다. 전천후 장비로 지칭되던 다이빙벨의 투입과 성과 없는 철수, 오대양사건의 재현이라는 말까지 지칠 대로 지친 많은 사람들의 심기를 휘두르고 지나간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데 서울시 지하철 사고가 이어지고, 독도로 항해하던 선박이 회항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사고의 원인은 유사했고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사고가 나고 정전으로 인한 암흑 속에서 한동안 안내방송도 없는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용기 있는 승객이 유리창을 깨고 탈출을 시도하고, 다친 승객을 업고 탈출을 하는 시민 정신이 있어 우리를 천길 나락에서 이끌어낸다. 코레일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세 시간이나 지나서 상황실을 설치한 서울시는 또 무슨 변명을 들고 나올지도 이젠 궁금한 일도 아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독도행 여객선의 회항은 저절로 한숨이 나오게 한다.
어린 시절, ‘안녕하세요’가 너무 싫었다. 좀 더 멋있는 인사도 많을 텐데. 밤새 안녕이라니. 그렇게 초·중·고등학교를 보냈다. 참 좋은 세월이었다. 새벽종이 울리면 빗자루를 들고 골목골목을 청소했다. 그래야만 했다. 방학이면 잔디 씨를 모았다. 가을에는 퇴비도 리어카에 실었다. 부국강병은 초등학생의 손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잔디가, 퇴비가, 리어카가 이룬 경제력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최근 종합편성방송 가운데 하나인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보면서였다. 탈북 미인들이 그 고운 손으로 50대인 우리가 했던 그 일을 했단다. 아, 어쩌면 더 심했다. 그런데도 지금은 밝은 얼굴이다, 다행이다. 아, 채변봉투도 있었다. 쥐꼬리도 있었다. 그런 세월이었다. 한때는 쌀밥만 먹으면 영양 불균형이라고 했다. 하여, 밀가루 빵을 배급받았다. 그래야 서양 아이들처럼 키도 크고 힘도 세진다고 했다. 감사할 따름이었다. 미군(美軍)부대 옆에 사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그들은 ‘미루꾸’나 ‘쪼꼬렛뜨’를 쉽게 먹었다. ‘캠프 어쩌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