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발생한 강진으로 튀르키예와 인접국가 시리아에서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큰 재산피해가 났다. 한국 등 우방은 물론이고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나라들까지도 서둘러 구조대를 파견하고 구호금품을 전달하는 등 국제사회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도 나섰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충격과 슬픔에 빠진 국민께 깊은 위로의 말씀 드린다”면서 튀르키예에 100만 달러 규모의 구호금을 긴급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의료, 구호, 구조 등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2008년부터 경기도가 중국 쓰촨성, 아이티, 동일본, 네팔 지진과 태국 홍수, 필리핀 태풍 등에 총 200만 달러 규모의 재난복구지원금을 지원한 것에 비교하면 이번 튀르키에 지진 100만 달러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대한민국과 튀르키예는 서로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른다. 두 민족은 1500년이라는 역사적 인연을 갖고 있다. 튀르키예의 뿌리인 돌궐족과 우리의 고구려가 이웃했다. 당나라에 맞서 외교를 강화하고 위기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를 돈독히 했다. 1000년이 지나 6.25 전쟁으로 곤경에 처한 한국을 돕기 위해 파병도 주저하지 않았다. 튀르키예군은 6·25전쟁…
코로나로 인한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여기저기 겨울축제가 한창이다. 축제현장을 가보면 쓰레기가 넘쳐난다. 컵, 접시, 각종 용기, 나무젓가락, 플라스틱 숟가락, 포크, 각종 비닐 등 평소 분리 배출되거나 줄여 사용하던 것들도 축제현장에서는 가득가득 버려진다. 탄소 중립 기후 행동 실천을 해야 한다고 학교에서 배웠을 어린이들도 배우는 것 따로 실천하는 것 따로인 참세상을 축제현장에서 배우게 된다. 꽉 막힌 도시를 떠나 탁 트인 촌에서 일탈의 쾌감을 느끼고자 축제를 찾았을 도시민들은 일상의 분리배출에서도 일탈하는 불편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인천의 수도권매립지는 2025년에 문을 닫는다고 하고, 그 대안을 찾기 위해 경기도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아는데, 쓰레기는 하염없이 버려진다. 우리의 축제는 여전히 지속가능한 지구를 전제로 펼쳐지고 있다. 지구가 인류를 파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기후재앙의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 이런 사실을 잠시라도 망각하기 위해 축제를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런 축제의 모습을 계속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지난해 ‘쓰레기 없는 축제’를 경험했다. 가평군 청평의 한 마을에서 열린 작은 규모의 수제맥주 축제에서였다. 축제 음식을 파는 두…
오는 3월 8일에 치러지는 동시조합장선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연말연시 거리 곳곳에 난데없이 나부꼈던 조합 관계자들의 현수막에 어리둥절했던 시민들도 이제 각 언론을 통해 조합장 선거 때문이었음을 체감하는 중이다. 과거 임명제였던 조합장은 민주화를 거치며 직선제로 달라졌다. 허나 정관과 선출 방법은 각양각색이었고, 불법·혼탁 선거로 변질되었다. 이를 막고자 선관위 의무 위탁이 된 적도 있었으나 과도한 위탁비용이라는 오해와 유관기관의 외면 속에 선거관리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돈 선거', '인맥 선거', '깜깜이 선거'라는 고질적 병폐는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런 여러 문제의 대안으로 개별 조합법이 다르게 규정하던 선거 절차와 모든 조합장의 임기가 '2015년 3월 20일'로 정리되었고 동시선거로 4년마다 실시되며 벌써 3회에 이르렀다. 지난 선거에서는 전체 1,344개 중 1,316개의 조합이 위탁선거에 참여했고 후보자는 3,475명으로 조합당 2.6명의 후보가 치열한 승부를 겨뤘다. 경기도는 180개로 185개인 전남에 이어 경북과 함께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조합이 참여했다. 전국 80.7%(제1회 80.2%보다 높아졌다.)에 못 미치는 76.8
요사이 여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는 곳은 대통령실이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의 갈등에 이어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의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비판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과 선거 중립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기 때문에, 총선과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 등에서는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한다. 선거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선거에서의 중립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은 다르다. 대통령은 정당의 당원이다. 우리가 편의상 “1호 당원”이라고 부르는 엄연한 정당의 구성원이라는 것이다. 여당이 여당으로 불리는 이유도,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만일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위해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여당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이렇듯 대통령은 정당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당의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물론 대통령의 의견은 다른 정당 구성원들의 발언보다, 영향력이나 파급력이 클 수 있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의 당 문제에 대한 의견 피력을 불법 혹은 탈법적
식물성장에 필수 영양소인 질소의 발견은 화학에 위대한 성과이다. 공기속 질소를 얻으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전기는 물로 만들어진다. 물의 길을 따라 생겨난 것이 화학공업도시 흥남이다. 흥남을 만든 노구치 시타가우(野口遵)는 1873년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태어나 도쿄제국대학 전기공학을 전공한 화학기술자이다. 암모니아합성기술 특허권을 구매하여 노베오카(1923년), 미나마타(1909년)에 암모니아합성공장을 세웠다. 비료수요가 높아지자 자원이 풍부한 조선에 눈길을 돌리었다. 화학공업도시로 천혜의 자연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함흥-흥남은 해발 2,000m가 넘는 산맥에서 내려오는 풍부한 강수량과 석탄과 석회석이 풍부하고, 저렴한 토지와 노동력, 대륙과 해양을 잇는 교통이 편리하다. 이러한 이유로 노구치는 1927년 함흥에서 12km 떨어진 흥남에 질소비료공장을 세웠다. 이를 시작으로 물의 길은 부전강에서 장진강, 허천강에서 압록강까지 뻗어나갔다. 그리고 흥남은 빠르게 확장되었다. 흥남은 화학공장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거대한 화학공업도시가 되었다. 노구치는 흥남의 초대읍장으로 흥남에 모든 것을 관할하는 기업도시가 되었다. 리승기는 1905년 전라남도 담양에서 태어나…
‘난방비 폭탄’의 지원책을 놓고 정부·여당이 고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 계층을 넘어 중산층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문제 때문이다. 중산층은 전 국민의 60% 정도다. 취약계층에 중산층이 더해지면 천문학적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추가경쟁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하는데,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1000조원대의 국가채무는 더 늘어난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범위 확대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했다. 그러나 중산층을 포함한 현 정부의 난방비 지원 문제는 지난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한 국민 80% 대상 7조2000억원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선때는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놓고 각계에서 치열한 논의가 벌어졌다. 이같은 일련의 복지 대상 확대 논란은 중산층 축소 또는 붕괴에 대한 우려, 궁극적으로는 양극화의 시대적 위기감과 연계된 불가피한 진통이다. 세계적으로 ‘고용없는 저성장’ 기조가 심화되고, 한국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와 부동산 폭등 등을 통해 중산층의 하방 흐름이 고조돼 왔다. 그럼에도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따르면 한국 중위소득 50~150%(중산층)의…
서양화가 장욱진(1917~1990)의 그림에는 주로 나무와 새, 소, 달, 산, 사람 등이 등장하는데 표정 하나하나가 우스꽝스럽다. 어느 하나 특출 난 것 없이 두루뭉술하다. 모두 어깨동무를 한 것 같다. 이 때문인지 장욱진의 그림 세계를 불교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수행의 십우도(十牛圖) 중 마지막 단계인 입전수수(入廛垂手)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입전수수는 이른바 깨달음을 성취하고 난 뒤 중생 속에서 아픔을 함께하는 보살도의 단계다. 한자 '전(廛)'이 말뜻을 잘 나타낸다. '전빵(전방)'의 '전'자와 같은데 가게를 상형한 것이다. 가게는 저잣거리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입전수수는 저잣거리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쉽게 풀이가 된다. 저잣거리에서 대중들과 함께 한 이들이 어디 한 둘이겠느냐만 한 사람만 꼽으라면 우리는 신라시대의 원효를 드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머리를 기른 채 저잣거리에서 춤을 추는 퍼포먼스를 서슴지 않았다. 부처가 대중 속에 깃들어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승려와 신도, 엘리트와 대중, 권력자와 피지배층이라는 이분법이 들어설 틈이 없었다. 당대의 지배 이데올로기에도 초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이후는 원효 지우기 시대였
필수노동을 제공하는 취약계층 노동자 중에 아파트 경비원들이 있다. 이들은 심성이 어긋난 일부 입주민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아파트에 사는 것이 큰 벼슬이라도 되는 것처럼 ‘갑질’을 해대는 못난 입주민도 있다. 입주민의 괴롭힘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던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파트경비원의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2021년 10월 21일 ‘경비원 갑질금지법’을 전면 시행했다. 이를 위반하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여전히 청소, 제설작업, 재활용품 분리 배출, 안내문 게시 등 ‘경비’ 외적인 업무들을 수행해야 한다. 경비원들이 겪는 고통은 이것 뿐 아니다.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쉴 곳이 마땅치 않다. 이미 수원시는 2015년 7월부터 아파트 경비원, 각종 시설의 미화원 등을 위한 휴게시설에 개선사업을 벌였다. 공동주택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사업을 추진, 단지 규모별로 휴게시설 설치를 위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건축계획 단계부터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2016년 6월엔 조석환 전 수원시의회 의장 등 수원시의원들이 ‘수원시 주택조례 일부개정 조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