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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진의 촌스러운 이야기] 해와 달의 고향을 아시나요? 

 

ChatGPT에게 ‘해와 달의 고향’을 질문하면 다음과 같은 답이 나온다. “‘해와 달의 고향’이라는 표현은 주로 시적이거나 서사적인 맥락에서 사용되며, 여러 문화와 신화에서 다양한 해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신화에서는 해와 달이 형제자매로 묘사되기도 하고, 각각의 신성이 있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 답변에서 ‘해와 달을 형제자매로 묘사’ 했다는 것은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언급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자녀에게 줄 떡을 구해 산을 넘어오던 아낙에게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며 기망하다가 결국 잡아먹는 호랑이. 그 호랑이가 아낙의 옷을 입고 그 자녀인 오누이까지 잡아먹으려 하고, 호랑이를 피해 나무 위에 올라간 오누이가 우물에 비쳐 호랑이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고, 오누이는 하늘에 빌어 동아줄을 타고 올라가 해와 달이 되고, 쫓아가던 호랑이는 동아줄이 끊어져 수수밭에 떨어져 죽었다는 전래동화. 이 신화 같은 전래동화의 배경이 됐던 마을은 어디일까?

 

가평군에 그 마을을 자임한 마을이 생겼다. 청평면 상천(上泉)4리 감천(甘泉)마을이다. 상천의 옛 지명은 감정(甘井), 즉 달콤한 우물이다. 우리나라 지명에 호랑이 ‘호(虎)’ 자와 우물 ‘정(井)’ 또는 샘 ‘천(泉)’ 자가 함께 남아있는 곳은 상천(上泉)의 호명산(虎鳴山)이 유일하다는 사실을 들며 새로운 동화를 쓰고 있다. 상천의 주민들은 마을을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오누이가 살던 마을, 바로 해와 달이 태어난 마을로 만들어 마을의 번영을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올해 토종수수를 심었다.

 

내년에는 멋진 수수 경관을 만들 계획이다. 수수로는 수수팥떡, 수수부꾸미, 고량주, 수수막걸리, 수수빵, 수수빗자루 등 수수로 만들 수 있는 가공품을 만들어 주민 소득을 올리려 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10월 3일 개천절에 처음으로 ‘해와 달이 축제’를 열었다. 호명산 산정호수인 호명호수에 있는 전망대를 ‘해와 달이 전망대’로 명명하고 ‘해와 달의 고향’에서 해와 달에게 소망을 비는 ‘리멤버링(remember ring) 걸기’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소망을 적은 종이를 ‘리멤버링’에 넣어 전망대의 난간에 걸어놓는 체험이다. 주민들은 ‘해와 달의 고향’에서 해와 달에게 소망을 빌면 햇님, 달님이 낮이나 밤이나 그 소망을 기억해 주지 않겠냐 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다소 허풍스럽게도 들리지만, 그 ‘리멤버링’이 마을주민들이 협력해 1년 넘게 모은 페트병 뚜껑을 씻고, 부수고, 녹여서 만든 새활용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방문객들은 그 허풍스러움에 시비를 걸기보다는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동화를 쓰는 역사에 기꺼이 동참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는 것 같다. 더운 날씨가 길어져 올해 단풍이 늦었다. 호명산 드라이브 코스는 가을 단풍을 즐길 수 있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불린다. 산정호수인 호명호수는 가평 8경 중 한 곳으로 호수에 비친 주변 풍경이 멋지다. 그 모습을 ‘해와 달이’ 전망대에서 볼 수 있다. ‘해와 달이 축제’는 11월 3일까지 진행된다. ‘해와 달의 고향’에서 독자의 동심 같은 염원을 해와 달에게 빈다면 아름다운 동화 같은 삶의 위안을 조금이나마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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