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시작된다. 2020년초부터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하고 그 해 1월20일 한국에서 첫 환자가 나온지 오늘로 꼭 3년을 맞아 거의 일상으로 돌아온 첫 번째 설이다. 그런만큼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지고 많은 사람의 왕래가 예상된다. 하지만 코로나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그 여파는 경제영역을 비롯해 우리 삶의 모든 구석구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새해들어 올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6월만 해도 올 성장률을 3%로 예상했지만 최근 1.7%로 낮췄다. 한국의 성장률 예상치는 더욱 어둡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경제·경영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1.25%에 그쳤다. 18일 노무라 그룹 아시아 관계자는 “한국 경제가 경착륙 위험이 있다”며 0.6% 역성장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내놨다. 특히 우리 수출의 25%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인구감소, 미국의 기술통제 등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목표치(5.5%)에 크게 밑도는 3% 증가에 머문 것은 우리 경제에 또다른 도전적 위험 신호다. 설 명절에 국민들은 고물가와 고금리, 취업난 등 생활고
나는 지난 해, 선생의 부음기사를 접하고 묵념의 예를 올렸다. 한국어로 번역출판된 선생의 저서가 수십 권이다. 나는 '인덕경'(人德經)을 가장 좋아한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에는 젊은이들에게 '이나모리즘' 강의도 많이 했다. 사숙(私淑)한 건 15년쯤 된다. 열두 살에 결핵으로 죽다 살았다. 그 다음 해에는 연합군의 공습으로 집이 전소되는 재난을 당한다. 중학교 입시에서 두번 낙방했다. 대학도 오사카 의대에 떨어져서 가고시마 공대에 들어갔다. 취직시험도 모두 실패했다. 소년기 청년기의 선생은 평범 그 자체였다. 27세(1959년)에 교토 세라믹을 창업했다. 지역유지 부부가 집을 담보 잡혀서 300만엔의 자본금을 지원한 덕분이었다. 그후 2022년까지 63년 동안, 세상은 선생의 삶에 감동하는 관객이었다. 근대화 이후, 문명사회는 전통적으로 중시되었던 가치와 도덕률을 팽개쳤다. 개인 기업 국가, 이 모두가 탐진치 삼독의 갑옷을 입고 약육강식 정글의 전사로 종횡무진한다. 그 압도적 대세 앞에서, 선생은 철학을 강조하는 경영자의 길을 택했다. 희귀한 일이었다. 사방은 온통 적대적인 강자들의 세상이었다. "고난은 자기도야를 위한 절호의 기회다", "새로운 도전의 결
다음 달 9일 14명의 김포시의회 의원들이 미국으로 ‘연수’를 떠난다고 한다. 여기에 드는 ‘혈세’가 무려 1억 원에 가까운 9198만 9000원. 이와 관련해 김포시민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은 것 같다. ‘관광성 외유’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7박 9일간 연수 행선지는 미국 동부 뉴욕과 워싱턴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본보(17일자 8면)에 따르면 선진사례 연수 분야는 지방행정(시청) 및 의회 기관 방문 또는 대중교통 활성화(노면전차, 노면전차 등) 현장답사, 열병합 발전소(소각장) 또는 매립지 선진사례, 데이터 센터 건립 운영 사례, 교육 시설 등 기타 기관 등이다. 본보가 소개한 김포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 이를 데 없다. 가뜩이나 고환율과 수출 부진으로 나라 경제가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 지금 한 푼의 외화가 아쉬운데 굳이 혈세 1억 원을 외국에 쏟아부어가며 연수를 가야하느냐는 비난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한 시민은 김포 원도심총연합회 카페에 “시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 GTX-D, 인천 2호선 등을 위해서 시가 재정을 아껴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시민 세금을 써서 가는 해외연수를 비판했다. 실제로 김포시의원들은 긴
요즘 여당에서는 친윤, 찐윤, 비윤, 반윤, 친윤감별사 등 다양한 용어가 등장했다. 특히 더욱 주목 끌게 된 것은 대통령 산하 저출산고령화위원회의 장관급 부위원장인 나경원씨가 국민의힘당 당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중에 해임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사자인 나경원씨는 해임에도 불구하고 애처로울 정도로 친윤 임을 강조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의 이런 상황과 여론의 집중도는 보며 씁쓸함을 금치 못한다. 2025년에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우리 사회의 절박한 문제로서 인구 절감이라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해당 의제가 국가 유지의 장기적 근간에 직결되기에 대통령 산하에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있고 장관급의 부위원장을 둔다. 그런데 개인 정치 활동을 위해 취임 몇 달 만에 그런 자리를 던져버리는 모습 속에 국가 중대사를 다루는 위원회가 여당 정치인들에게 배급되는 임시 싸구려 자리로 전락한 셈이다. 더욱이 언론도 나경원씨와 대통령실 간의 갈등에 주목할 뿐 그런 행태의 의미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는다. 개인 당대표 출마와 관련해 중요한 국가 위원회는 거추장스러운 자리가 되어 사직하는 자리가 되었다. 이런 상황이 말해주는 것은 우
지역 방송(경남MBC)에서 만든 다큐 '어른 김장하'가 SNS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경남 진주에서 60여 년 이상 경주 최 씨 못지않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묵묵히 실천해 온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런 사람을 이제 알게 됐다는 것도 한몫했을 터이다. 또한 오랜 세월 지역 언론의 가치를 위해 싸워 온 경남도민일보 출신의 김주완 기자가 100여 명을 인터뷰 하는 등 완성도가 높은 것도 감동을 주는 요인이 아닐까한다. 김장하 선생은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명의로 이름을 떨친다. 직원이 20명 가까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 직원들의 월급은 다른 한약방에 비해 3배나 많았다. 그의 사회 공헌이 가까운 곳에서부터 출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다 급기야 현대적 시설의 고교를 설립해 자립시킨 뒤 100억 원이 넘는 학원을 미련 없이 국가에 헌납한다. 지역 언론과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운동 등 지역 사회 곳곳에 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하지만 선생은 지원은 하되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한 일화가 있다. 지역 국회의원이 자신이 추천한 사람을 고교 교사로 임용하라는 청탁을 무간섭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 ‘2차 가해’ 문제는 단기간에 드러났다. 국민일보가 낸 “혐오 발전소 댓글창” 기획보도를 보면 이태원 참사 당일부터 열흘 뒤까지 ‘이태원’ 내용이 들어간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 혐오를 포함한 댓글은 58.27%로 절반을 넘었다. 참사 이전 코로나와 대선이 있던 시기조차 비혐오 댓글 비중이 절반을 넘었던 것과 대비된 결과다. 전형적인 사회적 재난을 두고 충격이나 애도 등의 반응보다 혐오 감정이 더 높게 포착된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자들은 경찰을 비난하는 분위기에 주목했다. 경찰의 상황 통제가 실패했었기 때문에 참사를 키웠다는 언론 보도 이후, 경찰에 대한 비판이 당연해졌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개 질타가 더해지면서 “모두가 공격하는” 공방의 장으로 나아갔다고 진단했다. 2차 가해는 포털 댓글에만 있지 않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막말과 폭언을 쏟아낸 일부 단체와 유튜버를 상대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분향소 앞에서 일부 단체가 대형 현수막과 방송 차량을 두고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자극적이고 모욕적인 비난을 서슴없이 내뱉는 행태를 보였다. 사고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와 아픔도…
기억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사색에 의하여 얻어진 것만이 참된 지식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왔던 것을 완전히 잊어버렸을 때 진정한 인식은 시작된다. 어떤 것을 인식하려고 할 때, 그것과 자신의 관계가 학자에 의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 발짝도 그 인식에 다가갈 수가 없다. 어떤 것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백지의 상태에서 거기에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된다. (소로) 책에서 읽은 사상에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 자신의 사상을 내쫓는 것은, 세익스피어가 당시의 여행자를 비난하여 말했듯이, 남의 땅이 보고 싶어서 자신의 땅을 팔아치우는 것과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어떤 사항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기도 전에, 남이 그것에 대해 쓴 책을 읽는 것도 유해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새로운 재료에 대한 타인의 견해와 타인의 태도가 그 사람의 머리속에 끼어들기 때문이다. 원래 인간에게는, 나태하고 무관심해서 스스로 노력하여 사색하기보다는 기존의 사상을 받아들이고 끝내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독자적인 사상을 지닌 학자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쇼펜하우어) 사람의 두뇌를 위해서는 너무 일찍 너무 많이 배우는 것보다는
엄청난 예대금리 차이로 떼돈을 번 시중은행들이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데 이어 지난해 높은 이익률을 실현한 정유업계도 대규모 성과급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이들 은행과 정유업체의 대박은 서민과 기업이 겪는 눈물겨운 고통의 반대급부라는 점에서 과연 정의로운 결과물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 등 특정 업계의 이익 독식을 막을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은행들은 기본급의 300~400%에 달하는 경영성과급을 책정했다. 신한은행은 기본급의 361%(현금 300%, 우리사주 61%), 국민은행은 280%에 특별격려금 340만 원을 따로 준다. 농협은행은 기본급의 400%를 지급한다. 은행 이익의 대부분이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나머지 부분)에서 나온다는 점이 주목거리다. 국내 5대 금융사는 지난해 이자 이익으로만 44조 9000억 원을 벌어들였다. 고금리로 신음하는 서민들이 뼈 빠지게 벌어서 낸 이자 수익으로 은행들이 ‘돈 잔치’를 벌이는 셈이다. 그들을 향한 따가운 눈총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정유업계도 비슷하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말 월 기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