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은 2017년 6월 2일 선을 보인 후 2018년 12월 14일 막을 내린 시즌 3까지 6%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알쓸신잡은 지난 12월 2일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알쓸인잡)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다. 알아두어서 쓸데없는 앎은 없다. 속임수나 가짜뉴스도 평소에 넓게 지식을 축적해두면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사실 공부는 꼭 쓸 데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내가 좋아서, 나의 만족, 자아의 발전을 위해 습득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적 욕구를 채우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원시인류가 말을 하게 되고, 따라서 뇌가 발달하면서 조리 있게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사피엔스로 진화해온 원동력이었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다. 이때 흔히 안다고 하는 것(knowledge)은 라틴어로 스키엔티아(sciéntĭa), 즉 지식이었다. 내가 아는 것은 참인가? 단순히 안다는 것과 지식은 다르다. 경험적 실증적으로 검증된 지식이었다. 그래서 브로노프스키는
행정 부재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와 유사한 형태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160명 가까운 희생의 사회 참사는 유족은 물론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특히 참사를 흔적 없이 지워버리려는 정부의 의도적 참사 대처 방식은 사람들의 분노를 더욱 유발했다. 그런 방침은 참사 이튿날인 10월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결정이었다. 희생자들에 대한 49재 시민 추모제가 지난 주 이태원역 앞에서 있었다. 정부의 방해 공작과 무책임한 변명 속에 분노한 국민 모두, 유족의 슬픔과 함께 하며 참사 희생자를 기리고, 다시는 이와 같은 참사가 없기를 바라는 행사였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굳이 그날 살던 아파트 주민들에게 감사 떡을 돌리고, 특정 행사에 참석해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환히 웃는 모습을 연출했다. 세상을 향해 눈물 흘리는 예수를 십자가에 올린 로마 권력자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에게는 오직 ‘법대로’만이 진리로 보인다. 이처럼 우리사회는 정치 검찰에 의한 검찰독재국이 되어, 이제 ‘민주’가 아닌 ‘법주공화국’이 되었다. 사람을 노예로 생각하며 법을 주인으로 모시는 나라다. 법주공화국에선 정치 검찰에 의한 정치 폭력이
허리 통증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겪는, 아주 흔한 증상이다. 허리 통증은 추운 날씨에 몸이 더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하면 쉬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 날이 차가워 지면 흔해진다. 특히 추워지는 날씨에 불편한 자세를 장시간 취하거나 하면 더 나빠지기가 쉬운데, 이런 조건들을 빠짐없이 만족하는 우리의 전통이 있으니 김장이 바로 그것이다.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이며 흔한 것은 ‘추간판 질환’ 이다. 흔히 사용하는 허리 디스크라는 용어는 실상 여러 의미가 뭉뚱그려진 표현이다. 척추는 몸통인 척추체와 후궁으로 구성되는데, 척추체의 사이는 척추 원반이라 부르는 연골 조직으로 연결되어 움직임과 안정적 신체 지지를 가능하게 한다. 이 척추 원반(또는 원판)이 흔히 '디스크(intervertebral disc)'라 부르는 것이고, 우리말로는 추간판이라 한다. 추간판은 튀어나오거나(탈출), 찢어지고(파열), 낡아가기도(퇴행성 변화) 하는데, 이런 다양한 추간판의 질환들을 ‘디스크’라고 묶어서 부르다 보니 혼란이 생기곤 하는 것이다. 김장처럼 장시간 허리를 구부리고 압력을 가하며 때로 무거운 물건을…
눈이 한바탕 내리더니 기온이 영하권으로 곤두박질친다. 그래도 부곡체육공원, 고천체육공원, 왕송저수지 둘레길, 도로 등을 걸을라 치면 반려견을 동행자로 또는 운동 삼아 같이 산책하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반려견이 내어놓는 용변을 보고도 나 몰라 지나친다. 또 갑자기 달려드는 반려견으로 주변인이 화들짝 놀라는데 그 원인은 목줄 또는 가슴줄이 없어서다. 간혹 입마개를 해야 하는 맹견의 입은 자유롭다. 목도(目睹)하는 필자의 눈살에 주름살이 더하며 찌푸려지는 이유다. 과태료 부과, 목줄 착용이란 문구가 알람 하듯 내걸려 있지만 반려견주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한 가족처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를 반려견(伴儷犬)이라 일컫는다. 반려견은 가족이라는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지는 구성원이자 우리 곁을 지켜주는 감사함 그 자체다. 반려견 1000만 시대, 우리나라 인구의 5분의 1이 반려견과 함께한다. 앞으로 반려견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계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웃과 함께 사는 공존의 사회에서는 반려견을 관리하는 예절이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목줄 또는 가슴줄은 반려견과 외출시, 주변인에 대한 배려이면서 견주와 반려견을 동시에 보호하는 방편이 된다.…
‘빈곤(貧困)포르노’라는 반응도 나왔다. 미술의 한 장르(갈래)인 피에타상(像)의 원용(援用)이라는 해석도 있어 이채롭다. 대통령실이 제공한 ‘그 사진’에 대해 세상 관심이 크다.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심장병 아동을 안고 있다. 언론을 많이 타서 익숙해진 이 사진, 아픈 아이를 보살피는 그녀의 이미지에 대한 세상의 눈길이 동정적(同情的)이고 긍정적인 것만은 아님을 느끼게 한다. 명암(明暗)과 구도(構圖)가 김 여사에게 포커스(초점)를 맞추고 있다는 (학구적인) 이미지 분석 또는 감상평도 주목을 받는다. 빈곤포르노는 포르노 기법으로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그려 ‘어떤 목적’을 이루려는 시도다. 기아(飢餓)에 허덕이는 난민을 구하자는 국제적인 TV 캠페인에도 그런 지적이 가해진다. 포르노건 (예술)작품이건 세상이 그로 인해 색다른 느낌을 가졌다는 것은 작가나 제작자의 의도와 숙련도 때문이겠다. 이를테면, 관객이 색정(色情)이나 감동을 느끼게 하는 ‘힘’이다. 이 힘이 감수성을 승화시키거나, 장삿속 같은 (숨겨진) 의도를 구현하게 하는 것이리라. 그 (심장병 아동과 찍은) 사진은 전형적인 모자상(母子像) 이미지다. 상당한 수준의 기획과 기법이 보인
수원은 초기삼국시대의 벼농사 흔적이 발견됐고 조선 정조 대 국영농장이 시범운영 된 곳이다. 정조는 1800년 6월 1일 “내가 화성(華城)을 건설한 진짜 이유는 조선의 백성들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새로운 농법을 실험하고, 이를 성공시키고, 성공시킨 농법을 조선 전체에 보급하여 모든 백성이 행복하게 살게 하기 위함이다”라고 했다. 수원이 농업혁신지역으로 선택됐다. 서호(축만제)와 서둔이 그때 조성됐다. 서호는 유엔 국제관개배수위원회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정도로 세계 농업사에 획기적인 농업유산이다. 농촌진흥청과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이 수원에 자리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일제 감정기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원은 우리나라 ‘농업의 성지’였다. 수원의 농촌진흥청은 우리나라 농업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농업의 성장을 견인했던 농촌진흥청은 2014년 9월 수원을 떠났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립농업과학원, 국립식량과학원, 축산과학원은 전북혁신도시(전주)로, 농림축산검역본부·국립종자원이 경북혁신도시(김천)로 갔다. 농대도 서울로 이전했다.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라곤 하지만 수원으로서는 아쉬운 결정이었다. 이에 수원시는 정부에 ‘농촌진흥청이 이
사랑은 때때로 위험한 말이다. 가족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사악한 행위가 저질러지고, 조국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사악한 행위가 자행되며, 인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큰 사악한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사랑이 인간 생활에 의의를 주고 있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지만, 도대체 그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 문제는 지금까지 끊임없이 동서고금의 현자들에 의해 해답이 제시되어왔지만, 그것은 언제나 부정적인 답이었다. 즉, 흔히 사랑이라 불리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통하고 있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랑은 우리가 마치 서로 이방인이나 원수처럼 살고 있는 이 피폐하고 낡은 세상에 새로운 희망을 준다. 사랑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여, 그들은 당장 정치가들의 외교활동과 거대한 군대, 수많은 요새가 아주 쉽게 사라지는 것을 목격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조상은 어떻게 저런 불필요하고 사악한 것을 위해 그토록 오랫동안 고생을 해왔을까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에머슨) 중국의 현자 가운데 맹자와 비교되는 묵자(墨子)가 있다. 그는 권력자들에게 힘과 부와 권력과 위세에 대한 존경심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존경심을 사람들에게 고취하라고 충고했다.
크로아티아를 가면 시내 곳곳 붉은 글씨로 ‘KRAVATA’라고 쓰인 간판을 만날 수 있다. 크로아티아의 수제 넥타이 판매점이다. 프랑스에서는 이 단어를 넥타이로 쓴다. 기원을 알면 재미있다. 17세기, 기독교 신·구교간 ‘30년 전쟁’(1618-1648)은 프랑스, 스페인, 덴마크, 스웨덴 등 대부분 유럽 국가가 참여한 국제전이었다. 프랑스 우방이었던 크로아티아는 파리로 파병을 한다. 파리 시민들은 크로아티아 병사들의 목에 맨 붉은 스카프를 보게 된다. 국왕 루이 14세도 스카프에 관심을 갖고 한 병사에게 정체를 물었다. 국왕의 질문을 제대로 못 알아들은 병사는 얼결에 ‘크라바트’라고 답한다. 크라바트는 ‘크로아티아의 군인’이라는 말이다. 병사는 답을 이렇게 했어야 했다. ‘우리 크로아티아에서는 남편과 아들이 전쟁에 나갈 때 목에 붉은 스카프를 매어주는 전통이 있습니다. 마귀를 쫓는다고 생각해 부적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무사귀환을 바라는 염원을 담은 것입니다.’ 루이 14세의 눈에 그 붉은 스카프가 멋있게 보인 듯하다. 루이 14세는 ‘크라바트’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후 파리에서 유행하게 되는데 모두 이를 ‘크라바트’라 불렀다. 크라바트는 프랑스를 대표
1.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이기적 유전자’를 빌리자면, 성(性)에 대한 관심은 우월적 종족 보존을 위한 DNA의 절대 명령입니다. 거부할 수도 뿌리칠 수도 없는 유혹이지요. 사랑과 섹스 이야기가 세계 각국의 신화와 전설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폼페이(Pompeii)는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근처에서 융성했던 환락도시였습니다. 그런데 A.D. 79년 8월 24일 비극이 닥칩니다. 근처의 베스비우스 화산이 폭발한 거지요. 거대한 용암과 유독 가스가 도시를 덮칩니다. 수만의 생명이 불길과 화산재 아래 묻혀버렸습니다. 이 도시는 그렇게 흔적 없이 사라졌다가, 1592년 밭을 갈던 한 농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됩니다. 본격적 유적 발굴은 1748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로마 전성기의 문화와 생활풍속이 기적처럼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내게 되지요. 2018년 폼페이의 레지오 브이(Regio V) 유적지구에서 새로운 프레스코 벽화 하나가 발굴됩니다.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킨 발견이었지요. 그리스 신화를 다룬 내용이었습니다. 천하의 난봉꾼 제우스가 백조로 변신하여 스파르타의 여왕 레다를 유혹하는 이야기. 이때 레다가 임신을 해서 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