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의 민족에게 식민지화되고 노예가 되었던 민족은, 그 상태에서 벗어나는 순간에 「부정을 부정」하는 전민족적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환시대의 논리』와 함께 1970년대 한국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리영희 선생의 저서 『우상과 이성』에 수록된 ‘다나까 망언(妄言)에 생각한다’(1978)에 나오는 핵심적인 구절이다. 일본은 우리의 역사와 언어, 심지어 우리의 민족적 자질과 경험을 그들보다 열등한 것으로 만들고 가르침으로써 우리 민족을 부정했다. 그렇다면 해방 후에는 그 부정을 부정함으로써 노예에서 주인이 된 자아를 긍정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고, 그 결과가 다나까 일본 수상의 “일본의 한국 통치 교육이 한국인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망언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일제시대 교육을 받은 정관계, 재계, 교육계 등의 인사들은 일본인들과의 회합에서 유창한 일본어로 대화하며 친선을 도모한다. 부정을 부정하기는커녕 노예근성이 내재화된 모습이다. 한일협정 회담 당시 식민정책을 합리화했던 구보다 망언 이후 일본 관료들의 망언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그 사람들도 나쁘지만, 우리 내면의 자세도 살펴보자는 것이 선생의 뜻이었다. 같은 책에 수록된 ‘광복 32주년
역사란 무엇인가.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 Carr)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언명하였다. 그저 시간이 흘러 역사가 되는 것이 아니고, 사건이나 인물이 현재와 미래 관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최근 독도 인근에서 일본과의 해상 훈련이 여론의 관심되면서 이 훈련이 ‘한반도에 욱일기 휘날릴 우려’라는 행태로 비판을 받자 한 정치인이 일본은 조선과 전쟁을 한 적이 없고 조선은 내부에서 썩어서 무너졌다고 발언하여 논란이 되었다. 식민사관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조선이 무능하고 부패하여 내부적으로 붕괴된 것이며, 일본과의 전쟁을 통해 패망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조선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일본의 식민사관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조선이 내부적으로 무너지는 상황이라면 힘에 의한 일본의 한반도 침탈은 정당화되는 것인가. 이 같은 식민사관적 발언에서 역사의식의 부재(不在)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제의 강점으로 국권을 잃은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핍박받고 피눈물을 흘렸는가. 상해로 하얼빈으로 또 만주벌판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떠날 수밖에 없었
미국경제가 1년 내 침체에 빠질 확률이 100%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망했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직전 조사(65%)에서 급등했다. 자고나면 변화무쌍한 글로벌 소식이 한국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무역수지에 이은 경상수지 적자 전환, 주택·주식시장에선 ‘영끌·빚투족’이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초긴축의 고삐를 계속 죄고 있다. 연준은 지난 3월에 2018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25bp(0.25%p) 인상하기 시작해 5월 50bp, 6,7,9월엔 세차례 75bp까지 5회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지난해만 해도 연준 관계자들이 올 연말쯤에야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최근 6개월여 사이에 무려 3%p나 금리를 올렸다. 다음달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이 예상되고 있지만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긴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비상이다. 한국은행도 올해 5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는데, 특히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이 이어지자 올 8,10월 잇따라 초유의 빅스텝(0.50%p)을 밝아야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여건의 불가측성으로 미국발 긴축 강도와 파장은 갈수록 안갯속이다. 지금의 세계경제는 물가지수 등 그 결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유랑 가요의 고전은 태평레코드사에서 1940년 10월 발매한 음반으로서 ‘산 팔자 물 팔자’와 뒤를 이은 ‘번지 없는 주막’이란 노래이다. 이 노래는 1940년의 대표곡이요 히트곡으로써 백년설이 불렀다. 이 가요는 해방이 되고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다니던 1960년대까지 불러졌다. 내 기억의 저장고에 기록된 내용의 가사를 보자면, ‘산이라면 넘어주마 물이라면 건너 주마 / 인생의 가는 길이 산길이냐 물길이냐 / 그님도 짝사랑도 풀지 못할 내 운명 / 인심이나 쓰다가자 사는 대로 살아보자’ 이다. 나는 인천에 사는 매형의 회갑 때 이 노래를 불렀다. 많은 사람이 산길인가 물길인가 하면서 지치고 힘들어 했기 때문이다. 내 인생도 그랬다. 산길인지 물길인지, 번지 없는 주막에서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다시 걸어야 했다. 그때 장만(張晩)의 시조를 만났다. ‘풍파에 놀란 사공 배 팔아 말을 사니 / 구절양장(九折羊腸)이 물도곤 어려워라 / 이후란 배도 말도 말고 밭갈이만 하리라.’ 바다의 풍랑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험한 산길에서 다시 고생을 한 어느 한국인의 한숨 소리를 듣는 듯했다. 이어서 배·말 다 집어치우고 흙 속에서 호미로
자본주의 상징인 미국 뉴욕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OWS)’는 시민 시위가 있은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2011년 9월 ‘고학력 저임금’ 세대가 시작한 일종의 계층 투쟁이었던 OWS는 그 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2016년 10월 시작된 광화문 촛불 집회는 누적 참여 인원 1600만을 넘어서면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내었다. 세계 최초로 평화 시위에 의한 정권 ㅛ체의 무혈혁명이다. 군사정권의 맥을 이어온 새누리당은 적폐 정당으로서 와해 되었고, 19대 대선 패배를 통해 민주당 정권이 등장했다. 이런 흐름은 21대 총선까지 이어져 민주당의 역대급 국회 의석 확보로 나타나, 사회개혁을 위한 행정부 및 의회 권력을 확보했다.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지금도 여전히 1%는 기득권을 이용해 배를 불리고, 코로나19는 양극화를 더욱 심화되었다. 심지어 촛불 시민은 지난 대선에서 쫓아냈던 적폐정당의 재집권마저 목격하게 된다. 적폐 정당에 기반한 검찰 독재정권의 출범이었다. 그동안 힘들게 전국에서 서울로 집결했던 촛불시민들의 열망과…
김정은 정권이 하루가 멀다하고 미친 X 널뛰듯 핵무력을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맞서는 최후의 수단으로 ‘공포의 균형’으로 일컬어지는 핵무장론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타부로 여겨져 온 ‘핵사용 전략’을 구체화하고, 선제핵사용 독트린마저 폐기한 북한을 상대로 우리가 취할 궁극의 수단이기도 하다. 더욱이 국제적 핵질서의 조정자역할을 해왔던 NPT(핵확산금지조약) 거버넌스는 핵보유국, 특히 러시아가 비핵국을 상대로 핵위협을 노골화함으로써 균열조짐도 보이고 있다. 그간 우리는 NPT 체제를 최대한 존중하고 핵무기 개발보다 IAEA의 사찰 등을 적극 수용하면서 평화로운 핵이용에 앞장서왔다. 그러나 지난 8월 뉴욕에서 4주간의 토론에도 불구, 최종문서도 도출하지 못하고 끝난 NPT 10차 평가회의는 NPT 존속의 당위성에 의문을 더한다. 여기에다 1995년 25년간 한시적 존재키로 했던 NPT를 영구연장키로 한 ‘NPT 영구연장’은 비핵국과 핵보유국간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영구연장 이전에는 핵보유국의 핵비확산 요구와 비핵국의 핵군축 요구가 대체로 균형을 이루었지만, 이후에는 핵비확산 의무가 더욱 강조되었다. 핵보유국은 더 이상 비핵국의 눈치를 보지 않
경기신문과 수원문화원이 함께하는 ‘수원화성돌기’ 행사가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22일 오전 8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 수원화성 일원에서 열린다. 정확히는 화서문(서문)과 서북공심돈이 이어져 있는 성 밖 광장에서 출발해 서장대->행궁광장->봉돈->창룡문->동장대->화홍문->장안문을 거쳐 화서문까지 되돌아오는 일정이다. 사전행사로 무대 이벤트에 이어 개회식과 문화행사가 마련돼 있고 부대행사로는 홍보부스, 체험부스, 보물찾기, 경품추첨도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수원화성의 아름다운 길을 따라 걸으면서 역사와 문화, 자연의 변화를 체험하는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수원화성은 18세기 과학·건축·예술이 집적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수원화성은 다산 정약용이 동서양의 기술서를 참고하여 만든 ‘성설’을, 정조대왕이 ‘성화주략’(1793년)이라는 이름으로 발행했고 이 책을 지침서로 해서 축성됐다. 채제공의 총괄 아래 조심태의 지휘로 1794년 1월에 착공에 들어가 1796년 9월에 완공됐다. 화성은 참 아름다운 성이다.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그리고 서북각루 같은 곳은 군사시설이라기보다는 경승지에 가깝다. 정조대왕
경기도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불법행위 적발 건수가 전국 최다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원상복구를 강제할 수 있는 근절책 등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그린벨트 훼손은 개발 호재를 기대한 투기 성행에다가 선거로 뽑히는 자치단체장 등 정치인들이 표심 이탈에 대한 우려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약점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도 엉성하기 짝이 없는 관련 법·규정들을 대폭 손질해 단속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다. 2017년 1월~2022년 6월까지 최근 5년여간 전국의 개발제한구역 불법행위 총 적발 건수는 3만631건이다. 이 중 경기도가 1만8348건으로 전체의 59.9%를 차지해 가장 많다. 경기도에서는 2017년 1974건, 2021년 3794건이 각각 적발됐다. 5년 사이에 2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그린벨트가 설정된 전국 14개 광역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개발제한구역 불법 관리현황’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경기도의 불법행위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액과 원상복구 이행률은 오히려 대폭 줄어들었다. 이행강제금 부과액은 2021년 184억여 원(1485건)으로서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