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를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의 시대착오적 고집으로 ‘전쟁의 안개(the fog of war)’가 언제 걷힐지 가늠하기 어려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막후에선 휴전이나 타협과 같은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타협점을 모색하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으나, 베트남전과 같은 역사적인 전쟁의 교훈에서 볼 때 시간이 걸릴 것은 확실하다. 2년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전쟁은 몇 가지 교훈도 던져주었다. 지도자들이 자신의 군사력·경제력 등 능력을 과신하여 상황을 오판하기 쉽다는 것이 그 하나이고, 국가 간 단결이 침략자를 분쇄하는데 매우 효험 있는 수단임을 보여주었다. 물론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그 수면아래에는 각국 간에 미묘한 긴장도 흐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독일의 미온적 태도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한편으로 우크라이나전쟁은 디지털 폭탄시대의 서막을 열어가고 있다. 핵무기 경쟁 시대에 가장 큰 억지 용어가 MAD(Mutual Assured Destruction) 즉 상호확증파괴였다. 네가 공격하면 나도 너의 본거지를 쑥대밭으로 만든다는 논리다. 이 논리 때문에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도 핵전쟁을 피하고 해군력을 통한 쿠바 봉쇄 방법을 택했다. 이제 디지털
"코스모스 /또 영 /돌아오지 않는 /소녀의 /지문(指紋)". 박용래 시인의 시 '코스모스' 일부분이다.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무수한 이야기가 상상의 나래를 펴고 다가오는 느낌을 받는다. 빵 한 쪽 살 수 없는 환상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가슴이 뛰고 풍부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누구나 경험하는 첫 사랑은 이야기다. 필자에게도 첫 사랑은 이야기다. 고교시절 초등학교 동창 여자아이와 하루가 멀다 하고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매수가 매번 10장 분량이었다. 200자 원고지로 치면 40~50장 정도였으니 그 시절 쌓았던 이야기는 공주 공산성을 구축하고도 남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편지는 돌아오지 않는 그녀의 지문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첫 사랑에만 얹혀있는 게 아니다. 목로주점에 가서 단 5분만 있어보라. 사람 수 몇 곱절 분량의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걸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이야기하는 존재라는 호모 픽투스(Homo fictus)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야기라는 거미줄을 떠나 한시도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는 죽어서도 이야기로 남는다. 오죽했으면 조너선 갓셜이 그의 명저 『스토리텔링 애니멀』에서 "인간에게 이야기는 물고
머지않아 ‘이연(異緣)’이란 영화가 개봉될 것 같다. 장기봉 감독이 극본, 연출을 맡고 (사)한국시니어스타협회(이사장 김선)가 제작한 이 영화는 중장년이 된 베이비부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세대, 곧 노년으로 접어드는 이들의 가슴속 깊이 간직돼 있던 삶을 영상으로 표현했다는데 출연배우들도 베이붐 세대다. 꼬마신랑 김정훈, 고교얄개 이승현 그리고 명품배우 이경영과 김선 등 대부분 5060세대들이 나온다. 베이비붐 세대의 이야기를 아름답고 슬프게 그렸다는 이 영화를 기다리는 중·장년들이 많다고 한다. 6·25 전쟁 이후 신생아 출생률이 크게 증가했다. 이 시기인 1955년~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 베이비붐 세대다.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유신시대와 10.26, 12.12, 5·18을 겪었다. 6월 항쟁 때엔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기 위해 거리에 나섰다. 급격한 경제성장과 IMF 외환위기를 겪는 등 역동적인 시대를 살아온 세대다. 대부분 묵묵하고 성실하게 일하며 부모와 자식 등 가족을 위해 청춘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이제 은퇴하고 편안히 쉬어도 될 나이지만 그들은 아직도 쉬지 못한다. 자녀들이 취업을 하지 못했거나 혼인이 늦어지고 있어…
중년의 남자가 전시장 작품 앞에서 고개를 떨군 채 울고 있었다. 겨우 마음을 가눈 듯 다른 자리로 옮겨 전비담 시인의 ‘공무도하公務渡河’ 시를 읽다가 결국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 내어 운다. 그의 여식이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별’이 되었단다. 애통하고 분통이 터져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공무원인 그는 정치적 중립 의무 때문에 유가족협의회 활동을 할 수도 없고, 영정 사진을 분향소에 올릴 수도 없단다. “아침마다 아이의 방문을 열어봅니다. 어떤 때는 평소처럼 이름을 부르기도 하지요. 늘 방을 따뜻하게 해 두지만 휑하기만 한 아이의 방을 보면서 내 아이가 죽었다는 자각이 들 때면 한참을 멍하니 서 있게 됩니다. 아침 마다요.” 다 키운 자식이 죽었는데, 왜 죽었는지 따질 수 없는 나라, 슬픔을 내비칠 수도 없고 가족끼리 숨죽이고 살아야 하는 나라에 지금 우리는 살고 있다. 지난 2월 1일부터 16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아르떼 숲’에서 열린 ‘못다 핀 청춘, 10·29 이태원 참사 넋기림’ 전시가 많은 시민의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이 전시에는 40명의 화가와 시인이 참여해 이태원 참사를 주제로 시와 에세이, 담론과 같은 글과 함께 설치와 영상, 평면
지난 3~5일 고양 킨텍스와 김포 아라마리나에서 펼쳐진 제16회 ‘2023 경기국제보트쇼’가 역대 최다인 6만8000여 명의 관람객이 몰리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행사 개막식에서 “해양레저산업의 중심인 경기도에서 대한민국 신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도는 서울·인천과 더불어 국민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 한복판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품고 있는 최대의 해양레저 수요 적지다. 경기도의 해양레저산업 신성장 동력 선정은 매우 적절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두바이, 상하이보트쇼와 함께 아시아 3대 보트쇼로 불리는 이번 경기국제보트쇼가 열린 킨텍스 1전시장은 주말 내내 주차장이 가득 차는 등 큰 관심을 반영했다. 행사 기간 중 경기도 3대 보트 제조사인 스타마린, 시스타마린(화성), 빅베어마린(안성)의 피싱보트는 현장에서 30대를 모두 판매하는 성과를 냈다. 올해의 제품상 해수부 장관상 수상기업인 ㈜모토젯의 전동 서퍼보드는 5개국 대리점 계약 추진과 더불어 160대 분량의 구매 문의가 잇따랐다. 해양레저산업은 레저 선박을 정박하는 마리나 등 SOC 인프라와 요트 모터보트 등을 생산하는 제조산업, 요트를 타고 즐기는 서비스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조선을 구해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긴 세월 폄하돼온 ‘선비정신’에 대한 재평가 이야기가 요즘 등장하고 있군요.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삼은 것까지는 좋은데, 사회를 개혁해내기는커녕 교조적 맹종으로 반상(班常)의 부조리를 심화시킨 게 문제였죠. 나라를 패망시킨 죄로 ‘선비’는 현대인들에게 그리 좋은 이미지를 갖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물론 일제강점기 일본의 교활한 모함도 한몫하긴 했죠. 국리민복(國利民福) 추구는커녕 오직 권력 연장에만 눈이 어두운 작금 정치꾼들의 소인배 행각을 지켜보다가 문득 ‘선비정신’ 덕목이 떠올랐어요. 학식과 예절로 지키는 지행합일(知行合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두려워하지 않는 기개와 불요불굴(不撓不屈)의 정신력, 공적인 일을 앞세우는 ‘선공후사(先公後私)’,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하라는 ‘박기후인(薄己厚人)’ 등이 선비정신의 요체이지요. 강한 것은 억제하고 약한 것은 부양한다는 ‘억강부약(抑强扶弱)’, 남보다 먼저 근심하고 남보다 나중에 즐거워하라는 ‘선우후락(先憂後樂)’, 권력을 가져도 재화를 탐내지 않는 ‘청빈검약(淸貧儉約)’ 등도 있어요. 이런 교훈에 우리 정치권 인사들을 견줘보면, 안타깝
2023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전국 13개 교육대학교(이하 교대)와 초등교육과 중 11곳이 미달 됐다. 정시 모집 때 대학 세 곳을 접수할 수 있기에 모집인원의 3배가 지원하지 않으면 미달됐다고 본다. 전국 대부분의 교대가 미달 되었고, 이는 입학 점수의 추락을 가져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년에 이후에 교대 입결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지방대 인기 하락과 교사 인기 하락이 맞물려서 상위권 학생들이 교대를 선택할 요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교대 자퇴생의 비율도 10년 전보다 20% 늘었다. 수치로 보면 2016년 102명이었던 교대 자퇴생이 2021년 426명으로 급증했다. 교대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몇 년 전까지 한 과에 1~2명 있던 자퇴생이 요즘은 3~4명씩 생겼다고 한다. 교대에는 편입이 없으므로 중도 탈락자가 생기면 그대로 졸업생 수가 줄어든다. 교사라는 직업의 인기 하락을 입시생과 재학생이 보여주는 상황이다. 교대의 인기가 떨어지는 건 예견된 일이었다. 인기 하락에는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는데 첫 번째 이유로 교사의 급여를 꼽을 수 있다. 처음 교사가 되고 나서 놀랐던 점은 월급이 200만 원이 채 안 된다는 점이었다.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