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바람은 아직 봄의 향기를 머금은 채 천천히 여름으로 향한다. 나뭇잎은 짙어지고, 하늘은 한층 투명해지며,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진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의 입맛도 계절을 닮아 상큼하고 시원한 것을 찾게 된다. 그런 초여름에 어울리는 전통주가 있다. 이름부터 운치 있는 술, 백하주(白霞酒)다. ‘하얀 노을’이라는 뜻을 지닌 백하주는, 술이 익어가는 과정에서 하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기운이 노을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처럼 술은 투명하고 은은한 빛깔을 띠며, 유리잔에 따르면 잔잔한 기운이 고요히 피어오른다. 입안에 닿는 순간 부드러운 곡물 향과 청량감이 퍼지며, 무더위 속에서 반가운 쉼표가 되어준다. 도수는 제법 높은 편이지만, 깊이 있는 맛 덕분에 조용한 감탄을 자아낸다. 백하주의 기원은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시대 고문헌에서도 이 술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술을 단순한 기호를 넘어 삶의 지혜로 여겼던 선조들의 식문화 속에서, 백하주는 더위를 이겨내는 지혜로운 음료로 자리 잡았다. 제조법 또한 독특하다. 일반적인 술과 달리, 백하주는 ‘삼양주’ 방식으로 빚어진다. 밑술에 ‘서김’을 섞고, 여기에 덧술을 더하는 방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백 ]
그날 아침, 새소리 맑으면 하루 시작이 흥결이다.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반갑게 만날 수 있다거나 소통하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아들에게서 반가운 소식이 온다든지- 새 노래 따라 걸을 때의 생각은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새의 아침 식탁이 푸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월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처녀 여선생님이 제일 예뻤다. 그리고 여선생님은 화장실 사용도 안 하는 줄로 알았다. 그런데 때로는 혼이 나가게 꾸중을 하시어 무섭기도 했다. 그 여선생님이 풍금을 연주하며, 어린이날 노래를 가르쳐주실 때 목청껏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던 때가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존경과 사랑이 순수했던 그 시절이 있어 내가 사람 노릇을 크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겠거니 싶다. 둘레의 정원을 보면 봄꽃은 지고 장미꽃은 햇빛에 얻어맞아서 잎은 시들어 추레해지고 있다. 그러나 길가의 풀들과 나뭇잎은 진한 녹색으로 잎 속에서 돋는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이것이 5월을 지난 6월의 주변 풍경이다. 5월의 소만을 보내고 6월의 망종(芒種)을 맞이하면 본격적인 농사철이다. 보리를 수확하기도 하고 모내기를 하고 채소도 심고, 낮에는 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계획이 동력을 상실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지사는 그동안 북부 균형발전과 규제 해소를 위해 도 행정체계를 분리해 북부 지역에 독자적인 행정·재정·규제 특례를 부여하겠다며 북부특자도를 강력하게 추진해온 바 있다. 하지만 북부특자도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우려하는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도정질문에 김 지사는 “소외된 북부를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발전시켜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은 새 정부와 일치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북부 대개발·대개조 프로젝트와 같은 정책사업을 정부와 함께 추진하겠다고 첨언했다.(관련기사: 경기신문 13일자 1면, ‘권한 불균형에 흔들리는 북부특자도’) 그럼에도 도의원들을 비롯한 북부 주민들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경기도가 추진한 경기북부 발전 정책들의 동력이 약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이들의 우려를 뒷받침 하는 것은 이 대통령이 대선 선거유세에서 한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20일 의정부 유세에서 북부특자도 설립을 강하게 반대했다. “경기북부를 남부와 분리하면 규제가 완화된다는 주장은 ‘사기’”라는 말까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범도민추진위(범도민추진위)는 6월 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진짜 대한민국’ 선대위 종합상황실(실장 강훈식, 현 대통령 비서실장)에 아래와 같은 토론회 제안문을 제출했다. 그러나 아직 회신을 받지 못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이해한다. 그래서 이 자리를 통해 다시 공개 제안한다. 경기 북부 10개 시·군의 시민사회단체 대표자·전문가·마을활동가·교수·종교인 등이 모여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통해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와 지역 발전을 도모하고자 설립한 범도민추진위는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민주당에게 아래와 같은 이유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관련한 토론회를 제안한다. 1. 이재명 후보는 2025년 5월 20일 의정부 유세 중 발언을 통해, 경기 북부 분도 추진을 ‘사기’, ‘기만’ 이라는 모멸적 단어를 사용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범도민추진위는 이재명 후보 발언의 내용과 그 근거의 부적절함을 적시한 입장문을 5월 22일(목) 민주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에 전달하고 5월 25일(일)까지 이재명 후보의 해당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2. 이재명 후보 측은 2025년 5월 26일(월)까지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학교 현장에 도입된 ‘5등급제’ 성적 평가가 오히려 학생들에게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위 등급의 폭이 좁고 한 번 떨어진 성적을 회복하기 어려워지면서 오히려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는 것이 현장 반응이다. 생활기록부 기재에 대한 민감성도 커지고 교사 기록에 대한 민원이나 이의제기도 발생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동기를 줄 수 있는 평가제 보완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나온다.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올해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내신 등급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완화됐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내신 경쟁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현재 내신 평가에 적용되고 있는 5등급제의 경우 기존 9등급제보다 등급 수는 줄었지만, 한 등급 안에 포함되는 학생 수가 늘어 등급 간 점수 폭이 넓어졌다. 절대평가 기반의 성취평가제를 도입해 ‘줄 세우기’를 완화하고 협력 중심의 수업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지만 내신 경쟁 완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학생들의 반응이다. 지난해와 같은 점수를 받았어도 5등급제로 인해 등급 자체가 하락하고 한번 떨어진 등급은 만회가 어려워 내신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마저…
천지개벽! ‘하늘과 땅이 뒤집힐 정도로 엄청난 변화’를 일컷는다. 지난 반년, 대한민국을 보면 이 단어 외에 다른 말을 찾기 어렵다. 윤석열의 친위쿠데타 이후 IMF를 걱정하던 경제는 최근 코스피가 연일 랠리를 거듭하며 11일 2900선을 뚫었다. 전대미문의 1500원을 위협하던 환율은 1370원대로 안정을 되찾았다. 바뀐 것은 대통령 한명이었고 이제 고작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다. 그럼에도 변화의 폭과 깊이는 크고 깊었다. 오는 15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G7정상회의에 초청되었다. 앞으로 지긋지긋한 ‘코리아 디스카운터’를 졸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섞인 전망까지 언급되고 있다. 긍정적 변화는 경제지표만이 아니다.나많은 사람들이 뉴스 볼 맛이 난단다. 놀라워라. 비상계엄 후 치솟던 내 혈압도 120/80으로 차분해졌다. 모든 스트레스의 근원은 후진 정치 때문이었던가? 걱정도 생겼다. “전 대통령은 출근을 안해서 탈이더만 새 대통령은 퇴근을 안해서 문제”라나? 대통령 건강까지 걱정하는 사람이 생겼다. 허나 쉽지 않다. 지난 3년 동안 대한민국호는 해도를 잃은채 점괘만 보고 운항을 한 것이나 다를바 없었다. 술취한 선장 쫒아내고 앞을 보니 사방 암초와 빙산 가
브라질 대통령 룰라와 이재명 대통령은 서로 다른 공간을 살고 있지만 너무도 닮은 평행이론이다. 어려웠던 성장 과정과 험난했던 성공스토리와 앞에 쌓인 과제까지 닮아도 너무 닮았다. 현재 양국의 대통령인 두 사람은 가난 속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 룰라는 초등학교 중퇴 학력에 선반공 생활 중 노동자를 위하는 국가정책도, 대변해 줄 국회의원도 없는 것에 분노해 노동자당을 만들어 정계에 진출하였다. 이재명 역시 가난 속에서 초등학교 졸업 뒤 바로 공장 노동자 생활을 해야 했지만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과 사법시험을 합격, 보장된 미래를 박차고 성남시의 노동자를 위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다가 정계에 입문하였다. 룰라는 4수 끝에 대통령 당선되어 눈부신 업적을 이루었다. 축구와 삼바 그리고 세계 최악의 치안과 불평등이 만연한 국가인 브라질을 단숨에 세계 경제 8위의 국가로 올렸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원을 차단하고 국가부채도 모두 해결했으며 무엇보다도 빈민들에게 희망을 준 볼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 정책으로 그들을 중산층으로 올려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했다. 그가 8년의 임기를 마치고 대통령궁을 떠날 때 모든 업적은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대통령의 집무실과 관저는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닌, 국가 운영과 위기 대응의 중심지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의 관저는 대내외적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장소이자, 국격을 드러내 주는 상징(象徵)이다. 물론 새 정부는 6월 초에 현 청와대를 보수하여 다시 입주한다고 발표하였지만, 필자는 대통령의 관저가 보다 안정되고 좋은 터에 새로 신축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에 필자는 대통령의 집무실·관저 부지 결정을 보다 신중하며 치밀하게 검토하여 결정해 주기를 요청하고 싶다. 나아가서 이에 관련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건축학·지리학·사회학·행정학 분야 전문가들의 합동, 논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청와대 복귀의 한계 청와대는 과거 국가 권력의 상징 공간으로 본관·관저·춘추관 등 주요 시설이 갖춰져 있고 도심 접근성과 외교적 활용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그러나 2022년 5월 전면 개방 이후 국민 인식은 ‘국정의 심장’이 아닌 ‘관광지’로 바뀌었다. 보안상 문제가 제기되었다. 복귀 시 리모델링에만 최소 300억 원 이상이 소요되고, 이미 개방을 위해 약 250억 원이 투입되었다. ◇청와대 관저의 치명적 결함 청와대 관저는 본래 계곡이었던 지형을 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