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길이 없다. 거기가 흡연이 가능한 곳인지 아닌지. 소사역 1번 출구를 나와 왼쪽으로 틀면 곧장 파출소다. 파출소 앞에는 6차선 도로를 가로지르는 횡단보도가 있다. 그녀의 위치는 횡단보도와 파출소를 y축 밑변으로 하는 직삼각형의 x축 높이에 해당하는 지점이다. 그리도 오묘한 꼭짓점 좌표에서 담배를 물어서일까. 야트막한 화단 담벼락에 엉덩이를 붙이고 이등변삼각형처럼 한쪽 다리를 꼰 체 담배를 피우는 그녀가 문득 궁금하다. 화단은 구청 직원들이 심어놓은 봄꽃으로 요란하지만, 내 눈에 클로즈업 되는 건 그녀 하나뿐이다. - 아시죠. 술 보다 담배가 더 해로운 거. 임플란트 시술을 마친 의사는 금연을 요구했다. 치과 의사의 명령이 없었다면 나 또한 그녀와 한편이 되어서 담배를 태워 물었을까. 저기, 죄송한데요. 뒤통수 긁적이며 다가가 그녀에게 담배 한 개비 적선할 수 있었을까. 주신 김에 라이터도 좀...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궁둥이를 쑥 빼고, 담배 문 입술만 그녀의 라이터를 향해 전진시킬 수 있었을까. 착각은 자유지만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상황이 일어나기에는 그녀가 물고 있는, 아니 그녀에게 물림을 당하고 있는, 담배의 물림 형태와 구조가 너무 도드라졌
자신을 아는 것은 신을 아는 것이다. 어떤 것은 좋아하고 어떤 것은 싫어하는 사람의 근본 성질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다. 시간적 공간적으로 완전히 같은 조건 속에서 태어난 쌍둥이라 하더라도 그 내면적 자아에 있어서 종종 날카로운 대립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거룩한 것은 숲에도 있지 않고, 하늘에도 있지 않으며, 땅에도 있지 않고, 성스럽다고 하는 강물 속에도 있지 않다. 자신의 육체를 깨끗이 하라. 그러면 너는 그것을 볼 수 있으리라. 너의 육체를 신의 전당으로 삼아, 그릇된 생각을 버리고 마음의 눈으로 신을 바라보라. 우리가 신을 알 때 우리 자신도 알게 된다. 스스로 경험하지 않고 다만 씌어진 글을 읽는 것만으로는 우리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그림으로 그린 불이 어둠을 몰아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네가 무엇을 믿고 어떤 기도를 하든, 네 속에 진실이 없다면 행복의 길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진리를 아는 자는 새롭게 태어난다. 너희는 무엇 때문에 돌을 모아 거대한 신전을 짓고 있느냐? 신은 언제나 너희 가슴속에 살고 있는데, 어찌 그처럼 자신을 괴롭히고 있느냐? 생명이 없는 집안의 우상보다 마당의 개가 더 낫다. 수많은 신들보다
윤석열 새정부 조각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이번주 한덕수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본격화된다. 하지만 한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25일 첫날 자료 제출 문제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청문회장에서 퇴장하는 등 초반부터 팽팽한 대립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여야간에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지금까지 드러난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자격 시비는 역대 청문회의 판막이라는 점이 문제다. 부모찬스를 비롯해 위장전입, 탈세, 농지법 위반 의혹 등 단골메뉴가 망라돼 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은 본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 역시 딸의 ‘아빠찬스 장학금’ 논란이 일었다. 윤 당선인의 파격 인사로 주목받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아파트 편법 증여’ 등의 의심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많은 후보자들이 이상한 ‘전세쪼개기’ 계약, 공직과 사기업을 오가며 ‘이해충돌’ 의혹을 사는 등 연일 새로운 쟁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사안에 따라서는 의혹이나 논란이 해소되고 후보자에 따라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적 잣대를 말하기에 앞서 현
진정으로 선한 것은 언제나 소박하다. 소박하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고도 유익한데도, 소박한 사람이 이렇게 적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바다 저편에서 행복을 찾지 말라. 필요한 것은 쉽게, 필요하지 않은 것은 어렵게 만드신 신에게 감사하라. (그레고리 스코로보다) 참으로 좋은 것은 언제나 값싸고, 해로운 것은 언제나 비싸다. (소로) 이른바 진보라는 것은 언제나 우리에게 무언가를 주는 대신 반드시 무언가를 빼앗아간다. 이를테면 새로운 발명은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반면, 우리 내면의 타고난 특질을 손상시킨다. 문명인은 마차를 소유하는 대신 자신의 다리를 못 쓰게 된다. 그에게는 멋진 스위스제 시계가 있지만 태양을 보고 때를 알지 못한다. 그는 달력이 있지만, 하늘에 있는 별 하나도 구별하지 못하고 봄이 오는 절기도 모르게 된다. 참으로 현명한 사람은 필요 없는 것은 모두 버리고, 결국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으로 돌아간다. (에머슨) 우리가 쓰는 돈의 대부분은 남을 흉내내는 데 쓰인다. (에머슨) 언어와 절제와 노력으로 네 이웃을 위해 봉사하라. 사랑의 사업을 하라. 행여 나쁜 말을 입에 담지 말고 나쁜 행위를 피하며, 필요하면 용기를 내고 잘못된 수치심을 극복
1.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이 2주 남았다. 그와 손발을 맞출 국무총리와 장관 지명자들이 속속 실체를 드러냈다. 문제는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유례가 없을 만큼 후보자들 거의 모두에게서 의혹이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역시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된 정호영 경북대 의대 교수에 관한 것이 아닌가 한다. 법인카드 결제와 아들 병역 문제는 애교에 속한다. 시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딸과 아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과정에서 나타난 비리의혹이다. 아들의 경우 편입학 서류에서 한 학기에 19학점 수업을 들으며 매주 40시간의 연구원 활동을 했다고 기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2건의 공동저자 참여 논문에서도 연구진실성 논란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딸의 경우는 편입학 구술고사에서 정 후보자와 인연이 있는 3명의 평가위원들에 의해 지원자 14명 중 유일하게 만점을 받은 의혹 등이 제기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들 사례를 전형적 이해관계 충돌이요 공직자 윤리법 위반 사안으로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명증한 비판이 이형기 서울대 의대 교수에 의해 제기되었다. 이 교수는 신문칼럼을 통해 "본인의 우월적 지위가 어떤 형태로든 자녀
<피와 뼈> 일본의 저명한 희극 배우 기타노 다케시가 김준평으로 나왔던 영화 <피와 뼈>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재일작가 양석일 원작인 이 영화는 제주도 출신의 한 조선인 청년이 일본 오사카에 건너가 어떻게 괴물이 되고 마는지 그 처절한 삶의 비극을 그려냈다. 원작이나 영화나 모두 재일 조선인들의 삶에 도사리고 있는 울분과 고통이 거침없이 분출된다. 무엇보다도 김준평이 휘두르는 폭력은 식민지 청년이 쏟을 곳 없는 욕망과 분노가 그의 가족에게 향하고 있고, 그 강도가 견디기 쉽지 않다는 것에서도 강력한 서사를 펼쳐낸다. 워낙 뛰어난 연기 탓에 몰입도가 높은 기타노 다케시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그는 일본 배우가 아니라 그 파란많은 1920년대와 30년대를 거쳐 누구도 맞서기 어려운 사나이가 된 괴팍한 조선인 남자처럼 여겨질 정도다. 결국 김준평은 북송선을 타고 북으로 간다. 제주 출신의 그가 택한 최후였다. 식민지 출신의 한 청년이 일본 오사카라는 이국의 한 도시, 그 구석진 조선인촌에서 버텨낸 삶의 뜨거운 아픔을 양석일은 전한다. 인권이 유린된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어둠의 아이들>로 이름을 알렸던 그의 <피와
흔히들 도로는 한 나라의 핏줄이라고 한다. 모든 사람과 물자가 도로를 타고 국토 구석구석으로 오고 가기 때문이다. 혈관이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하듯, 도로 역시 연결이 끊어지면 안 된다. 그래서 인류는 하천이나 산, 바다 등의 지형을 극복하고 지역과 지역, 도로와 도로를 연결하기 위해 교량이나 터널과 같은 도로구조물을 만들어 왔다. 도로구조물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차량과 사람, 물자가 밤낮없이 오고 간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 영화 ‘터널’에서 볼 수 있듯이 터널, 교량 등 도로구조물의 사고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손해를 끼칠 수 있음을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다. 특히 과거 성수대교 붕괴사고나, 지난해 12월 발생한 중국 후베이성 고가도로 붕괴, 올해 1월 있었던 미국 피츠버그 교량 붕괴 등 21세기인 현재에도 세계 곳곳에서 도로구조물 관련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 공직자로서 도로구조물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필자는 지금이야말로 도로구조물 안전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그 답은 스마트 기술에 있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이 허가 없이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거나 보관을 소홀히 한 업체들을 대거 적발했다. 도 특사경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도내 유해화학물질 취급 허가업체 360개소를 점검했다. 이 결과 77개소 업체에서 총 81건의 화학물질관리법을 위반사례가 적발됐다. 무허가 유해화학물질 취급영업 행위(6건)를 비롯해 사고대비물질 관리기준 위반 행위(10건),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 위반 행위(17건), 유해화학물질 보관 장소 및 보관 용기에 표시사항 미표기 행위(7건) 등 사례도 다양했다. 이밖에도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에 대한 자체점검을 이행하지 않았거나 대기환경보전법 및 물환경보전법을 위반한 행위 등도 많았다. 시흥시에 있는 한 업체의 경우 2017년 12월경부터 적발 당시까지 연간 약 2.4톤의 황산, 질산, 염산 등을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사용하다 적발됐다. 이들 화학물질은 화학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금속제품의 표면처리작업 시 사용된다. 안산시의 한 업체는 질산 저장시설의 잠금장치가 부식됐는데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 비상샤워시설이 작동되지 않거나, 유해화학물질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업체들도 이번 단속에 걸렸다. 도 특사경은 위반업체를…
학부모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 공부를 어디까지 시켜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을 자주 만난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직 놀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음악이나, 미술, 체육 같은 활동을 주로하다가, 초등 고학년에 올라가면서 공부 걱정이 많아지는 걸 종종 목격한다. 옆집 아이는 어려운 영어, 수학 문제를 척척 푼다는데 이제 우리 아이도 자기 주도 학습보다는 학원에 다녀야 하는 건지, 학원에 다니기에 이미 늦은 건 아닌지가 주된 걱정거리다. 걱정의 결론은 선행학습을 해야 하느냐, 현재 배우고 있는 과정에 충실해야 하느냐로 귀결된다. 대화 속에서 이미 부모님이 고민의 정답을 내려놓은 걸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보통 학부모님이 결정한 내용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대답한다. 교사의 조언으로 학부모의 마음이 바뀌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괜히 불안감을 심어줄까 봐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드리려는 일종의 배려다. 그래서 어떤 분에게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시라고 강력하게 말하다가, 다른 분에게는 아직 혼자 공부해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때는 영어, 수학 선행학습보다는 다른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폭넓은 독서와 수학 연산 연습, 여기에 기초 체력을 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