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전후에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던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돌베개 출간)을 읽으면 허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하프너는 저널리스트답게 히틀러에 관한 기록을 건조하게 따라간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오히려 실체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 과거를 현재진행형으로 만든다. 독일 포로수용소에서 굶어 죽은 러시아군 포로 300만 명. 폴란드에서 유대인 200만 명 살해. '쓸모없는 식충이'로 분류된 독일인 10만 명 살해. 집시 근절작전으로 독일인 50만 명 살해. 폴란드 지도층 근절 정책으로 100만 명 살해... "히틀러는 오직 자신의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수많은 해롭지 않은 사람들을 죽게 하였다. 그런 측면에서 그는 알렉산드로스나 나폴레옹과 같은 범주에 속하지 않고, 여성 연쇄살인범 퀴르텐과 소년 연쇄살인범 하르만과 같은 범주에 속한다. 그의 손에 희생된 사람은 몇 십 명 또는 몇 백 명 단위가 아니라 몇 백 만 명 단위로 헤아리게 된다. 그는 그냥 대량학살을 행한 범죄자이다." 하프너를 떠나 이제 우리가 빈 칸을 채워야 한다. 히틀러의 대량 학살, 제노사이드를 과연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자본주의라는 구조적 모순이 낳은 필연인가? 아
“벌에 쏘여 본 적 있으세요?” 한의원에서 봉약침 시술을 하는 경우가 있기에 혹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종종 하던 질문이다. 예전에는 이 질문이 유효했지만 최근에 특히 도시에서만 생활하는 젊은 층에는 의미가 없다. 당최 도시에는 벌에 쏘일만한 일이 없기도 하거니와 벌의 개체수도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리라. 나는 임상에서 꿀벌의 도움을 자주 받는다. 한의원에서 만성 통증치료에 적용하는 봉약침 요법은 자연상태의 벌(Honey Bee)이 가지고 있는 독을 추출, 정제하여 치료에 유관한 경혈에 주입함으로써 인체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질병을 치료하는 요법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독치병(以毒治病)이라 하여, 약물이 가지고 있는 독성을 잘 이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데 봉약침 요법 또한 이에 해당된다. 벌의 독은 약 40가지의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진통과 소염 효과가 뛰어나고 면역기능을 증진시켜 준다. 꿀벌이 생산하는 꿀은 예로부터 한약재로 쓰였다. 한약재명은 봉밀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봉밀의 효능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5장을 편안하게 하고 기를 도우며 비위를 보하고 아픈 것을 멎게 하며 독을 푼다. 여러 가지 병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최근 마이스(MICE)산업이 주춤하고 있지만 부가가치가 매우 큰 산업이다. 연관 산업이 매우 다양하고 경제적 파급효과 역시 커서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도 불린다. MICE 참가자들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이 일반 관광객의 3.1배나 된다고 한다. 체류기간도 1.4배다. 자체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도 크지만, 행사를 주최하는 단체·기획사·개최지·숙박업체·음식점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되며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더 크다고 한다. 도시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고, 지역의 문화산업 육성 효과도 기대된다. 수원컨벤션센터가 마이스 산업의 중심을 꿈꾸며 개관한 지 3년이 넘었다. 수원컨벤션센터 건립사업은 1995년부터 추진해왔다. 고 심재덕 수원시장은 수원시의 미래 산업을 고민하다가 다채로운 전시·국제회의, 이벤트 등 행사를 진행하면서 고부가가치를 발생시킬 수 있는 컨벤션센터에 주목했다. 심 시장은 수원천 복원, 수원화성 세계문화유산 등재, 수원화성행궁 복원, 월드컵 경기 유치, 세계적 화장실문화 메카 수원을 만들었던 인물이다. 그는 컨벤션이야말로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산업’이라고 결론 내리고 사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당시
사람들의 내부에 있는 신적 본원의 해방은 필연적으로 사회 체제의 개혁으로 우리를 이끈다. 오래 살면 살수록 내 앞에는 할 일이 더욱더 많아진다. 우리는 중대한 시기에 살고 있다. 일찍이 사람들 앞에 이처럼 해야 할 일이 많았던 적은 없었다. 현대는 좋은 의미에서의 혁명의 시대, 물질적인 의미가 아닌 정신적인 의미에서의 혁명의 시대이다. 숭고한 사회체제의 이념, 숭고한 인간성의 이념이 창조되고 있다. 우리는 수확을 거두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지만, 믿음을 가지고 씨를 뿌리는 것은 크나큰 행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채닝) 모든 사람이 한 형제자매라는 종교적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현대에 진정한 학문은 이 인식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하고, 예술은 또 이 인식을 사람들의 감정 속에 불러일으켜야 한다. 나는 내 눈앞에서 예속과 정치적 속박에 갇힌 민중이 누더기를 걸치고 굶주림에 지쳐 부자들이 호사스러운 술자리에서 모욕적으로 던져주는 음식 찌꺼기를 줍는 민중을 보고, 또 야수 같은 증오와 야만적인 기쁨에 취해 무서운 반역의 충동에 몸을 던지는 그들을 본다. 그리고 그러한 때 야수로 둔갑한 사람들의 이마에도 신의 손가락 자국이 새겨져 있는 것을
조선 중기에 천재 딸 셋이 태어났다. 그들의 삶은 하나같이 비운(悲運)의 시간이었다. 황진이 허난설헌 이숙원이 그들이다. 여염집 처자가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것은 대개 불행의 원인이었다. 치명적인 저주가 되기도 했다. 몽매하고 흉악한 시대였다. 황진이는 시서화무(詩書畵舞)의 탁월한 종합예술가로 당대를 풍미했다. 기생이었기에 가능했다. 성리학이란 게 이 얼마나 난폭한 세계관인가. 난설헌과 진이에 비하여 덜 알려진 숙원은 이들 못지않은 천재였다. 왕실 후손으로 출세길을 마다하고 시골 군수를 지냈던 이봉(李逢)의 서녀였다. 멸문폐족의 한 처자와 화합하여 얻은 이 특별한 딸은 아비의 문재를 내려받아 총기 넘치고 영민하였다. 어린 나이에 자신의 호를 옥봉(玉峰)이라 지었다. 이봉은 '옥돌이 아름답게 솟아오른 봉오리'에 크게 감탄했다. 그날부터 숙원은 옥봉이 되었다. 그 이름은 아비가 하늘까지 높여준 자존감의 기호였다. 딸은 무시하고 첩의 딸은 더욱 심하게 냉대하는 천형의 세상에 던진 돌팔매였다. 옥봉은 열다섯에 당시 젊은 관리 중에 가장 촉망받던 엘리트 조원을 찍어 그의 소실로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봉은 딸을 위하여 그에게 청혼한다. 일언지하에 거절당하는 수모를…
국내외적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잇따른 말 폭탄이 민심과 여론을 자극하는 상황이다. 김 부부장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핵 공갈’을 연상케 하는 막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정권교체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 안보 문제를 놓고 여야가 엇박자를 내는 것은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초당적인 자세로 점증하는 안보 불안에 대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 김여정 부부장은 며칠 전 서욱 국방부 장관을 향해 “동족끼리 불질을 하지 못해 몸살을 앓는 대결광”이라며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핵보유국을 상대로 객기를 부린다”는 협박 발언도 내놓았다. 서 장관이 북의 도발에 대해 “미사일 발사징후가 명확할 경우 발사원점과 지휘시설을 정밀 타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이다. 김 부부장은 4일에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고 공갈을 이어갔다. 그는 “이런 상황에까지 간다면 무서운 공격이 가해질 것이며 남조선
조선 건국에 깊이 관여한 무학대사와 삼봉 정도전이 궁궐의 좌향을 놓고 치열하게 맞섰다는 역사는 유명한 얘기이지요. 무학은 “인왕산(仁旺山)을 주산으로 유좌묘향(酉坐卯向)이나 해좌사향(亥坐巳向)으로 대궐을 지어야 한다”고 한 반면에 삼봉은 “북악산을 주산으로 임좌병향(壬坐丙向-정남에서 동쪽으로 약 15도 틀어진 방향)으로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그러니까 무학은 인왕산을 뒷산, 낙산을 앞산, 북악산을 좌청룡, 남산을 우백호로 삼자 한 것이고 삼봉은 북악산을 뒷산, 남산을 앞산, 낙산을 좌청룡, 인왕산을 우백호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는 뜻이에요. 이 대결은 결국 왕실이 ‘도선비기’와 같은 주장을 한 정도전의 견해를 받아들임으로써 종지부를 찍었어요. 그래서 조선의 대궐은 임좌병향으로 지어지게 된 거예요. 하지만 그 이후로도 풍수학적인 논쟁은 끊임없이 일어났지요. 지금의 경복궁은 자좌오향(子坐午向=정북 방향을 등지고 정남향을 바라보는 방향)을 하고 있는데 임진왜란 이후 복원하는 과정에서 바뀌지 않았나 추정되지요. 만약 경복궁의 좌향이 원래대로 임좌병향으로 유지됐다면 조선은 그렇게 허망하게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지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
윤석열 행정부의 초대 총리로 한덕수 전 총리가 내정됐다. 안철수 위원장이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는 결심을 밝힌 이후, 총리 인선은 급물살을 탔다. 안 위원장의 이런 결심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안 위원장이 초대 총리를 맡았을 경우, 본인의 행정 경험에는 유익할 수 있지만, “정치 초보 대통령”과 “행정 초보 총리”라는 조합이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었다. 더구나 윤석열 행정부는 향후 최소 2년간은 “압도적 야대(野大)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두 사람 중 최소한 한 명이라도 경험이 풍부해야 함은 당연하다. “압도적 야대(野大) 상황”은 벌써부터 잘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임대차 3법을 인수위가 손보겠다고 하자, 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계약 갱신율이 70%에 이르고 있는 등 세입자들과 무주택자의 주거가 안정돼 가고 있다"라면서 "(축소나 폐지하면) 임대차 시장에 대단한 혼란이 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가 반복적으로 사과했던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민주당은 바꿀 의사가 없으며, 인수위의 임대차 3법 수정 혹은 폐지 시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