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크의 촉망받던 군인 돈 호세. 자신에게 꽃을 던져준 집시여인에게 영혼을 빼앗겼다. 착하고 얌전한 고향처녀 미카엘라와 결혼하려고 맘을 돌려 보지만 그 집시여인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비극의 오페라 카르멘(Carmen). 이 곡의 작곡자는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다. 그 역시 너무나 천재적 이어서였을까. 서른여섯의 아까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지 않던가. 카르멘을 두고 한 말 같다. 비제는 파리에서 가발을 만들고 이발사를 하다 가곡 선생이 된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그래서였을까. 피아노에 소질이 많았다. 그런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건 어머니다. 비제는 어려서 피아노와 작곡 경연대회를 모두 휩쓸었다. 오페라를 작곡한 건 그의 나이 스무 살 때. 아름다운 ‘진주조개잡이(Pêcheurs de Perles)’는 스물다섯에 만들었다. 하지만 비제는 아직 성공한 작곡가는 아니었다. 그에게 찬스가 온 건 파리 오페라 코미크가 카르멘을 주문했을 때. 비제는 야심찬 꿈을 갖고 부기발(Bougival)로 거처를 옮겼다. 센 강 둔치의 한적한 곳에서 카르멘을 쓰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그가 쓴 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기자회견에서 “정말 외람되오나”라며 질문을 시작했던 기자가 자신의 표현에 대해 사과하고, 공식 해명했다. 오마이뉴스에서 밝힌 해당 기자의 말인즉 “답변자가 윤석열 당선인이기 때문에 쓴 표현은 아니었다”고 했다. 평소 인터뷰 때에도 상대방이 누구든 난처함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예의상 입버릇처럼 썼던 표현이었고 이 논란이 있고서야 적절치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해당 기자는 지난 13일 윤 당선인이 인수위원회 인선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인수위 관련 질문을 하고 그 뒤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특검’에 대해 추가로 질문했다. 미디어오늘 보도를 살펴보면 1인 1질문 체제에서 질문을 연달아 했던 상황인지라 다른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차원이기도 해서 “정말 외람되오나”라고 말했는데, 이 발언이 YTN ‘돌발영상’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커졌다고 한다. 기자는 당일 기자회견에서 주제와 맞지 않은 사안임에도 당선인에게 누군가는 질문을 해주길 바라던 것이었기에 분위기를 고려한 표현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표현에만 주목하지 말고 질문의 전체 내용과 상황의 맥락을 고려해 보면 오히려 윤 당선인에게는 유리할 게 없는 압박성 질문이었다고 강
1. 이제 곧 벚꽃 잘 쓰지 않는 한자지만, 터질 탄(綻)이란 글자가 있다. 탄로가 나다, 파탄이 나다 등으로 쓰는데, 속에 들어 있는 것이 터져서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형성한 한자다. 놓을 방(放)과 합쳐서 탄방(綻放)이라 적으면, 꽃이 터질 듯이 피어나는 것을 가리킨다. 터지듯 피는 꽃이라면 단연 벚꽃이다. 앵화탄방(櫻花綻放)은 봄날에 터지듯 무리지어 피어난 벚꽃 군락을 가리킨다. 아직 벚꽃이 핀 것은 아니지만, 주야로 걷는 천변의 벚나무마다 꽃눈이 움트는 걸 보니 이제 곧 벚꽃 철이 올 모양이다. 벚꽃이야 예년처럼 장히 피어나겠지. 피더라도 꽃구경하러 갈 마음은 영 나지 않는다. 꽃구경이 다 무언가. 세상사 부질없다는 생각만 가득한 요즘이다. 2. 그는 나다 3월 9일 대통령 선거 전에 미리 마음을 다져 먹긴 했지만, 막상 결과를 받아들자 가슴 한 켠이 무너져 내렸다. 지난 2012년 대선 이후 다시 또 우리가 진 것이다. 문-박 대결 당시는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했다. 공들인 사업이 망해도 이렇게 좌절스러우랴 싶었고, 대학에 떨어졌다고 이렇게 슬플까 싶었다. 그때 슬픔이 하도 지겨워 미리 생각했다. 질 수도 있지. 이재명 후보 찍는
땅은 공기나 태양과 마찬가지로 만인의 소유이며 결코 개인의 사유물이 될 수 없다. 땅을 사유화하는 것은 타인의 자연 상속권을 빼앗는 범죄행위이다. (토마스 페인) 우리는 모두 이 세상의 나그네이다. 동서남북 어디로 가든 발길 닿는 곳마다 반드시 “이곳은 내 땅이다”라고 말하며 너를 내쫓는 사람을 만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이 세상 모든 곳을 돌아다닌 끝에, 세상 어디에도 우리의 아내가 자식을 낳을 수 있는 한 조각의 땅과 우리가 걸음을 멈추고 경작할 수 있는 한 뙈기의 땅과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의 뼈를 묻을 수 있는 한 뼘의 땅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오게 될 것이다. (라프네) 오늘날 누군가에게 이제부터 너는 자유로운 인간이다. 마음껏 일하여 스스로 번 것을 마음대로 사용해도 좋다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을 대서양 한가운데 내던지고 너는 마음대로 헤엄쳐서 해안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악랄한 짓이다. 영국에는 현재의 인구보다 열 배나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형제인 동포들에게 구걸을 하거나 가혹한 날품팔이는 강요당하면서 도둑질을 하지 않으면 굶어 죽거나 지상에서 살 가치가 없는 인간으
그런 날이 있습니다. 무얼 해야 할지, 왜 해야 할지, 텅 비어버린 날 말입니다. 껍데기만 살아 펄럭거리는 하루는 시간을 삼키는 종이인형 같습니다. 인형이 삼켜버리는 시간 때문일까요. 봄이 찾아왔지만, 사람들은 봄을 맞을 겨를도 없이 겨울을 삽니다. 세상은 ‘확진’과 ‘격리’의 틈에서 몸살을 앓습니다. 약기운인지, 봄기운인지. 거리에는, 계절을 따라 걷지 못하고 주저앉은 그림자로 가득합니다. 애써 길을 걸어도 보이는 건 겨울뿐입니다. 어떻게 살아야할까요. 아무리 찾아도, 왔다는 봄은 아득하기만 합니다. 다시 봄입니다. 움트고 싹트는 것들로 세상은 천지가 젖몸살입니다. 몸살꽃 이파리는 저물고 뜨는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 돋아납니다. 저무는 것과 뜨는 것들이 경계의 이쪽과 저쪽에서 요란합니다. 삼월의 낮과 밤이 덩달아 흔들립니다. 흔들리는 하늘과 땅에서 잠들었던 봄이 실눈을 뜹니다. 저무는 것들이 흘린 눈물에서 뜨는 것들의 생명이 잉태합니다. 씨에서 싹이 트고 알에서 새끼가 깨어납니다. 흙에서 눈을 뜬 것들은 하늘로 줄기를 뻗고, 물에서 숨을 튼 것들은 바다를 향해 꼬리를 흔듭니다. 새는 날개를 펴고, 꼬리를 접은 올챙이는 네 발로 걷습니다. 다시 봄입니다. 울어
검찰은 최근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숨진 여성은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하던 대학생이었다. 새벽에 치킨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30대 음주운전자는 지난해 10월 음주운전을 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이 여성과 30대 남성을 들이받은 뒤 도주했다. 이 사고로 여성 숨지고 남성은 전치 12주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 사고 지점은 제한속도가 시속 30㎞인 어린이보호구역이었지만 운전자는 시속 약 75㎞로 달리며 사고를 냈다. 뿐 만 아니라 블랙박스를 꺼내 도망쳤다고 한다. 음주운전은 항상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최근 언론과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 음주운전 사건 중 대표적인 것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인 래퍼 장용준 씨 사건이다. 장씨는 면허 없이 운전하다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경찰관을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검찰은 음주운전 등으로 집행유예 기간에도 재범했다면서 재판부에 징역 3년을 요청했다. 그룹 ‘애프터스쿨’로 데뷔해 가수 활동을 해오다가 얼마 전부터 배우로 전향한 리지 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08%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앞서가던 택시를 들이받는 사
살기 힘들다 해서 죽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도덕적인 사람은 자신에게 지워진 무거운 짐을 벗기 위해 자신의 사명을 오로지 실천한다. 자신의 사명을 다했을 때 비로소 그 짐에서 해방될 수 있다. (에머슨) 현재의 삶만이 진정한 삶이다. 과거는 이미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현재의 순간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이 순간을 잘 사는 것, 오직 그것에만 온 정신을 쏟아 노력하라. 내세를 위해 현세를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사람이 있어도 믿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삶, 실제로 살고 있는 삶은 현재의 이 삶뿐이다. 따라서 이 삶을, 이 삶의 한 순간 한 순간을 가능한 한 잘 사는 것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인생은 고뇌도 아니고 쾌락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끝까지 성실하게 수행해야 할 사명이다. (토크빌) 너는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아, 뭔가 다른 생활이라면 더 쉽게 할 수 있을 텐데 하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그 생활 속에서, 네가 현재 놓여 있는 조건 속에서, 너는 언제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다는 진리를 알아야 한다. (칼라일) 사람들 속에서 세속적인 목적을 위해 사는 자에게도, 혼자서 정신적인 목적을 위
대선의 결과로 인한 트라우마가 꽤 오래가고 있다. 의학적 용어인 정신적 외상(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이 선거 후유증으로 전환되어 뉴스도 보기 싫고, 의욕 상실에 식욕부진까지 겹치고 있다.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충격으로 나온 선거 후 스트레스장애(Post Election Stress Disorder)를 나도 겪는가 보다. 그러나 이젠 일어나야 하는데 벌써 나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들이 또 다른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승리가 확정된 후 윤석열 당선자는 자신은 젠더, 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며 투표 결과는 다 잊었다고 한다. 글쎄? 국민통합을 위해서 투표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미라며 백번 환영이지만 결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이재명 후보보다 더 받은 표는 겨우 24만여 표였다. 0.73% 차이는 역대 최소 차이이자 다른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기가 힘들 정도의 아슬아슬한 승리였다. 그만큼 나라가 양단 났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 당선인으로서는 가장 먼저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투표 결과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