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캠페인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후보자 등록이 끝났고 2월 15일부터 여야 후보의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투표일까지 20일 정도 남았다.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대담과 토론이 진행되겠지만 후보자와 운동원들은 더 적극적으로 전국 각지를 누비며 유권자를 직접 만나 지지를 호소하게 될 것이다. 직접선거운동이 확대된다고 해도 대다수 유권자는 신문과 방송, 포털사이트를 통해 대선 관련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다. 지난 8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언론학회‧제주언론학회는 ‘제20대 대선보도 점검’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현재 선거보도의 핵심문제로 ‘장사 잘되는 질 낮은 여론조사 보도’가 기자의 취재 보도를 대체하고 있다는 점, ‘미래권력’인 후보자에게만 집중하고 시민은 무시한다는 점, 기자들이 보도자료나 취재원에 대한 ‘검증 없이 단순하게 전달’만 한다는 점 등을 들었다. 2022대선미디어감시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의 대선보도 조사결과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민언연에서는 이번 대선 100일 전부터 60일 전 사이에 나온 모든 신문과 방송의 여론조사 보도를 분석했다. 40일간 나온 여론조사 보도는 모두 347건(신문 218건, 방
“토론하면 싸움밖에 안 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경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지지율 높은 대선 후보가 ‘토론해 봤자’ 하는 태도를 보이니 당연히 논란이 일었다. 윤 후보가 토론을 안 하겠다고 말한 것은 아니게 됐지만 토론해 봤자 이득 있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는 단면을 드러내 흘려 넘길 수는 없었다. 토론은 정치 및 선거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자원이다. 뉴스는 선거 정보에 언론의 선택과 배제가 관여한다. TV토론은 언론의 간섭을 최소화한다. 정치 정보를 언론이 틀짓기 하려 든다고 우려하는 대중에게 TV토론은 정치인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유권자가 알아야 할 정책 또는 이슈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후보자의 외모나 말투와 같은 이미지만 두드러지게 만든다는 비판이 있다. 마치 하나의 정치 쇼처럼 비춘다는 지적이다. 정치 이슈 실종과 이미지 천착 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하다. 이번엔 TV토론이 후보자 얘기를 더 길게, 깊게 들을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TV토론은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 후보마다 시간 탓하며 얼버무리거나 상대 후보 반론을 가로막는다. 사회자가 주의를 줘도 후보자가
죽음과 고통이라는 악이 인간에게 나타나는 것은, 그가 자기 육신만을 위한 동물적 존재로 떨어졌을 때이다. 이 경우 죽음과 고통은 허깨비처럼 사방에서 그를 에워싸 그를 사람의 길, 곧 사랑이라는 신의 법칙을 실천하도록 내어 몰아간다. 신의 법칙에 따라 사람에게는 죽음도 고통도 존재하지 않는다. 건강, 희열, 애착의 대상, 생생한 감정, 기억력, 일에 대한 능력,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저버리고, 태양마저 차갑게 식어 인생이 그 모든 매력을 잃어버렸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모든 희망이 사라졌을 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자신의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걸고 돌처럼 차갑게 살아갈 것인가? 대답은 단 하나이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를 신의 의지에 합류시키는 일이다. 마음이 평화롭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편안함을 느낀다면 무엇이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이랴! 너는 마땅히 그러해야 할 모습의 너이면 된다. 나머지는 모두 신의 몫이다. 만약 신의 사랑이라는 것이 없고 있는 것은 오로지 만유의 법칙뿐이라 해도, 역시 인간으로서의 의무야 말로 모든 비밀을 푸는 열쇠이다. (아미엘) 우리는 신의 법칙을 예부터 있어 온 여러 종교의 가르침에서 배
며칠 전 내 아이가 엄마는 장애인들의 출근길 기습시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다. 질문에 짜증 섞인 느낌이었다. 그 순간, 파노라마처럼 함께 했던 장애 친구들의 비통한 일상이 떠올랐다. 청년 시절 장애인 야학에서 활동한 덕분에 나는 내가 알지 못했던 존재들의 삶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달걀처럼 뼈가 쉽게 부서져 평생 영화관에 가본 적이 없는 친구, 매일 도뇨관을 삽입해 소변을 빼줘야 하는 친구, 스스로 몸을 뒤집을 수 없어 욕창을 걱정하는 친구, 외출을 할 때면 계단과 10cm 턱을 넘지 못해 단박에 갈 곳을 돌고 돌아서 가야하는 친구, 겨울 거리에서 두 시간 이상 추위에 떨며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장애인 콜택시를 기다려야 했던 친구 등 중증장애인이 내 친구들이었다. 세상에 있지만 마치 없는 것처럼 존재하는 중증장애인의 곁을 들여다보면서 나에게 당연한 일이 그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타게 해달라며 휠체어로 거리를 점거하거나, 쇠사슬을 묶어 전철을 멈춰 세우는 장면은 나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 시위에는 생존의 문제와 함께 “인간의 존엄”이라는 무게가 실려 있기 때문이었다. 2001년 오이도역, 2002년 발산역에서 장애인
지난해 8월 감사원이 공개한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실태’에 대한 감사결과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2047년에는 대한민국의 229개 모든 시·군·구가 인구학적으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한다는 것이다. 소멸위험지수는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이다.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인 지역은 ‘인구소멸위험지역’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20~39세 가임여성의 수보다 2배 이상 많은 곳이다. 저출산 고령화 지역으로써 머지않아 인구가 감소해 소멸될 수밖에 없다. 감사원은 2047년 157개 지역(69%)은 ‘소멸 고위험 단계’, 2067년이 되면 13개 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216개 시·군·구(94.3%)가 소멸 고위험단계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역 소멸위험의 원인은 지역 간의 불균형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지속 감소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청년층은 수도권과 대도시로 몰리고 있다.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 문화기반, 의료시설 등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159만 명의 청년층(15~34세)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입됐다고 한다. 최근엔 멀리 있는 섬지역이나 농어촌지역뿐 아니라 도시까지 소멸지역이
김정은 정권은 요란한 미사일 발사로 임인년 벽두를 장식하고 있다. 1월 중에만 다섯 번에 걸쳐 각종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그중 두 차례가 극초음속 미사일이고 한 차례가 ’북한판 토마호크‘로 불리는 중거리 순항미사일이었다. 한반도를 우크라이나, 이란, 대만해협과 더불어 세계의 4대 화약고로 부상시키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합참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애써 과소평가하고 있지만, 북한의 미사일 고도화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머지않아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미사일 방어망이 무력화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이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와 국제사회는 지난 30 년간 북한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했고, 마침내 2017 년 11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오늘날 북핵문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에 굴복하여 비핵화 협상장에 걸어 들어오기를 마냥 기다리기에는 너무 엄중하고 급박하다. 북한의 핵역량 증가는 대남 군사적 위협의 증가에 그치지 않고, 향후 비핵화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며,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촉발하고 한반도에서 핵무기…
몇 년 전 중국거지 구걸통의 QR코드가 해외토픽으로 화제된 적 있었다. 중국 SNS인 위챗의 결제서비스다. 중국의 핀테크는 미국을 넘어 세계 1위다. 신용카드도 잘 사용하지 않던 중국의 디지털화는 엄청난 변혁 속에 핀테크의 시대로 성큼 들어섰다. 국가자본주의라 정부가 그냥 밀어붙이면 된다. 아날로그에서 1차 디지털을 거치지 않고 고도 디지털사회로 급이행된 유일한 국가다. 일본은 스스로 잃어버린 30년이라 한탄한다. 1988년 세게 100대 기업에 일본기업이 52개, 톱10 중 8개였다. 미국기업은 IBM과 액슨모빌이 끼어있을 뿐이었다. 2021년 세계 100대 기업에는 소니, 도요타, 소프트뱅크만이 들어있다. 소니도 삼성전자에는 한참 못 미친다. 8, 90년대 일본은 소비자편의성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감각적 디자인으로 세계산업을 선도하며 일본신드롬을 일으켰다. 한마디로 감성제조산업의 극치였다. 그 대단한 소니가 삼성전자에 밀린 이유는 무엇인가? 미래사회와 산업의 패러다임을 놓친 것이다. 삼성의 주력제품은 가전이 아니라 반도체와 스마트폰이다. 반도체는 AI,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더 필요한 소재이고 스마트폰은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필수불가결한 디
건전한 정책대결이 돼야 할 제20대 대통령선거가 혼탁에 혼탁을 거듭하고 있다. 불과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처럼 네거티브에다가 고소·고발전 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박빙의 대결을 거듭하고 있는 이번 대선은 시종일관 쩨쩨한 티 뜯기와 인신공격만 난무하는 최악의 선거전 형국이다. 공식 선거 기간이 도래한 만큼 각 진영은 이쯤에서 ‘비호감 대선’을 멈춰 세워야 한다. 백척간두에 선 이 나라, 국민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부디 지혜와 비전을 겨루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등 거대정당 후보 간 양자 대결 구도로 치러지고 있는 이번 대선은 애초부터 건강한 정책대결이 실종됐다. 마땅히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를 겨뤄야 할 선거전은 상대방 할퀴기에 중독된 채 끊임없는 증오와 비방, 폭로전으로 치달아왔다. 후보등록이 끝난 직후에도 변함없이 민망스러운 사진 한 장씩을 꺼내 흔들면서 망신 주기에 급급한 저질 선거전을 벌여 유권자들의 한숨을 보태고 있다. 국민의 여론 한복판에 자리 잡은 “찍을 만한 인물이 없다”는 개탄은 어쩌면 정치혐오를 넘어서 절망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은 두말할 필요
‘어질면서(仁) 무(武)하지 않으면 어짊을 이룰 수 없다.’('춘추좌전' 선공편). 무가 어짊 실현의 필요조건임을 말한다. 무는 戈(과: 창으로 무력을 뜻함)와 止(지: 전쟁을 막아 평화를 지키는 힘)로 이뤄진 합성한자이다. 권력은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용기 있는 자에 주어져야 한다는 경구이다. 루쉰은 물에 빠진 개를 보면서 일갈한다. “물에 빠진 것은 사람이 아니라 미친 개다.” 사람들을 물어뜯다가 참다못한 사람들의 몽둥이에 쫓겨 물에 빠진 개를 구해선 안된다. 측은지심으로 차마 내치지 못한다면 미친 개는 다시 사람들을 물어뜯게 될 것이다. 회개하지 않는 세력은 단호히 때려잡아야 함을 비유한 것이다. 루쉰은 “페어플레이 좋다, 그러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도 지켜야 하는 절대선이란 없다”고 단언한다. 시민의 용기는 로마를 악에서 구했다. 쿠데타로 원로원 공화파를 속여 황제에 즉위하려는 카이사르는 브루투스에 의해 살해된다. 브루투스는 그를 죽인 뒤 “폭군은 죽었다”고 시민들에게 외쳤다. 브루투스는 사실 카이사르 정부(情婦)의 아들로 카이사르의 최측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시민의 자유와 권리가 억압받을 때 국가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일어섰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