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끝난 이른 아침을 기억하는가. 광란의 밤이 훑고 간 취기 남은 몽롱한 눈앞에 펼쳐지는 일상이 갑자기 낯설다. 어깨 비듬을 털며 지하도로 내려가는 사람들, 상가 셔터를 올리고 째지게 하품하는 상인들, 도로를 메워가는 자동차들...... 꿈이었던가. 지난밤이 전생인 듯 하다. 그 생경한 아침의 감정을 말과 글로 풀면 반이나 전할까. 그럴 때 도와주는 음악이 있다. 영화 흑인 오르페(Black Orpheus)의 주제곡 ‘카니발의 아침’. 인생에서 몇 번 안 될 그 생경한 순간의 감정을 넘치게 표현해준다. 영화 ‘흑인 오르페(감독 마르셀 까뮈)’는 1959년에 만들어져 우리나라에는 60년대 들어왔다. (손가락 하나로 모든 영화,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겠지만) 80년대 청춘을 보낸 나는, 지난 영화는 볼 수가 없어 심야 라디오를 통해 영화도, 음악도 처음 알게 되었다. DJ가 영화 소개를 장황하게 했는데 ‘그리스 신화 오르페우스와 유리디스의 비극에서 소재를 따왔으며 무대를 브라질로 옮겨 만들었다’ 정도만 기억난다. 음악이 나오자 공기가 달라졌다. 전주에 기타소리에 맞춰 여가수의 허밍이 나오는데 절로 눈이 감겼다
- 포르노와 딥페이크 배우 스칼렛 요한슨은 포르노 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다. 그런데 그녀가 등장한 포르노 영상이 걷잡을 수 없이 온 지구에 공개되고 있었다. 2018년 <워싱턴 포스트>지와의 대담에서 그녀는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렇게 하소연했다.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더라고요. 모든 나라에 가서 일일이 다 그 영상을 다 내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이러다가는 누구라도 영상조작의 희생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AI를 동원한 이른바 심층조작 테크놀로지 ‘딥 페이크(Deep Fake)’에 대한 이해가 없었더라면 스칼렛 요한슨은 명백한 영상증거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할리우드 인기 여배우가 이런 식으로 피해자가 되고 있는 딥페이크는 오늘날 포르노 시장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기술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영상뿐만이 아니다. 이방카 트럼프와 미셀 오바마가 함께 변태 성행위를 하는 걸 빌 클린턴이 보고 있는 영상도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는 판국이다. 바로 이런 딥페이크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영상도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바 있다. 오바마의 영상이었다.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이 영상에서 딥페이크 기술로
지난 8일 성남시청에서 ‘노동통계 및 노동 사각지대 실태조사 연구용역 최종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유니온센터가 성남시의 의뢰를 받아 최근 7개월간 연구용역 끝에 작성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보고서에는 IT 임금노동자·프리랜서(1627명), 일용직 노동자(679명) 등 2306명을 설문 또는 심층 면접 조사한 결과도 들어 있다. IT 임금노동자의 51%는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연평균 34일간 야근과 특근을 반복하는 ‘크런치모드’를 경험했다는 내용이 있다. 크런치 모드(Crunch Mode)는 게임 등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개발 마감 시한을 맞추기 위해 잠, 음식 섭취, 위생, 기타 사회활동 등을 희생하며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과로사와 자살사건이 일어나면서 개발 업계의 노동 환경실태가 드러났다. 보고서는 IT노동자의 45.6%(월평균 5.3회)가 퇴근 후 혹은 휴일에 회사로부터 SNS로 업무지시를 받았고, 30.8%(월평균 2.9회)가 업무에 복귀했다고 한다. 스트레스도 컸다. 아이템 개발 압박감 33.4%, 처리 속도 압박감 32.6%, 업무량 압박감은 32.2%로 조사됐다. IT 프리랜서의 경우는 일이나 업무를…
국회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미디어 제도개혁을 위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지난 9월 29일 여당과 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놓고 크게 충돌한 후, 언론중재법과 방송법을 포함하여 국회에 제출된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을 통합 논의하기 위해 국회 내에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언론특위)를 오는 12월 31일까지 운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여야는 언론특위 구성에 합의한 후 48일이 지난 11월 15일 전체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했고, 이어 11월 25일에는 문화부 장관과 방송통신위원장을 불러 미디어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의견을 경청했다. 12월 2일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세미나를 열었고, 6일에는 가짜뉴스 규제와 국민추천위원회 구성을 통한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 선임 등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현재 국회에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17건,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 방송법개정안 56건, 포털뉴스서비스의 공정성 확보 관련 신문법개정안 18건, 포털사이트나 SNS의 가짜뉴스 규제와 관련한 정보통신망법개정안 48건이 각각 계류 중이다. 언론특위는 연말까지 이러한 법개정안을 통합 심
올해 6월 30일을 끝으로 41년간 근무한 직장에서 아쉽게 정년 퇴직했다. 어느 날 수원시 홈페이지에서 장안구청에서 쓰레기 불법 투기를 근절하고 올바른 쓰레기 배출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깨끗한 쓰레기 처리 감시원을 채용한다는 내용의 공고가 눈에 띄었다. 관련 서류를 접수하고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을 거쳐 지난 9월 1일부터 장안구 송죽동사무소에서 근무하게 됐다. 동사무소에서 이미 7월부터 일하고 있었던 선임 두 분이 반겨주며 단속방법과 지역 경계, 순찰 코스를 친절하게 안내해 줬다. 내가 활동 중인 깨끗한 쓰레기 처리 감시원은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과 적발이 주요 임무이면서 단속 후 주변 정리, 민원 처리는 물론 올바른 쓰레기 배출 방법을 계도와 홍보도 함께 맡고 있다. 지난 1995년에 도입된 쓰레기 종량제와 재활용품 분리수거 제도로 인해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줄어든 반면 재활용량은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버려진 쓰레기 종량제 봉투 속을 들여다보면 70%는 재활용품이다. 분리 배출할 수 있는 자원이 고스란히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분리 배출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연간 5억 장의 종량제 봉투와 3000억 원 상당의 종량제 봉투 구매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만큼 분
국방부가 내년부터 일급 15만 원의 '6개월 예비군'을 운영하기로 했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킹메이커로 합류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차기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로 저출산 문제를 꼽았다. 김 위원장은 다음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지자체에서 내놓은 '애를 낳으면 돈 준다'는 식으로는 안되며 교육, 주거 등 복합적인 처방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진단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84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고 이대로 두면 2100년에는 인구 반토막에 노인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져 왔다. 그런데도 역대 정부나 정치권은 특정 계층을 겨냥한 땜질식 처방으로 인구 문제에 대응해온 게 사실이다. 출산율 제고는 시간과 예산, 문화 등 다양한 요소들이 대거 투입돼야 하는 지난한 문제여서 5년 단임 대통령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과제다. 하지만 이제 탄소중립처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명적 현안이다. 여야 후보들은 이번 대선에서 인구 문제를 달라질 미래 경제 흐름과 연계해 다각적인 논의의 장을 열어가길 촉구한다. 우선 출산
Benefit Corporation! 최근 친구의 권유로 『비즈니스 혁명, 비콥』(크리스토퍼 마퀴스著)을 읽었다. 놀라웠다. 저자는 하버드와 코넬에서 15년 넘게 기업의 사회책임론을 가르치는 교수다. 푹 빠져 읽게 된 사연은 좀 거창하다. 인류사회를 종말론적 염세주의에 빠뜨리고 있는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1:9의 불평등 세상, 신자유주의의 난폭함, 노예시대와 다름없는 저질 고용시장 등 시대적 난제들을 경영목표로 삼아 이를 해결하고 있는 특별한 그룹에 대한 연구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GM IBM 삼성 등 전통적인 기업들은 물론 아마존 구글 테슬라 등도 자본가들은 인색한 품삯으로 일을 시키고 그 과실을 독차지한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소수 주주들을 巨富(거부)로 만들어주기 위해 쉬지 않고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다. 씨알들은 그 대가로 간신히 연명하면서 대를 이어 남루와 궁상을 숙명으로 여기는 슬픈 족속이다. 드디어 대안이 출현했다. 비랩(B Lab)이다. 2006년 스탠퍼드대학 출신의 친구들 셋이 뭉쳐서 중환의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세상을 구할 거대담론 끝에 비영리단체를 창립한 것이다. 2007년 비콥을 설립하여, 위대한 도전을 시작했
그녀의 아버지는 이 한 단어로 결코 그 고통을 담아낼 수 없겠지만 폭력적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어린시절 가족에게 다양하게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방식으로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가 무서워 떨고 있는 아이가 생생히 느껴졌다. 엄마와 삼남매 모두 그 폭력을 견디며 살아왔던 시간이었다고 한다. 특히 가장 어렸던 그 아이는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는 것이 무서워 대문소리만 나도 벌벌 떨었다. 그렇게 지속된 긴장과 함께 어린시절부터 심한 아토피와 함께 몸이 약했다. 소화가 안되어 체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거리를 가다가 쓰러지기도 했고 대변이 막혀 응급실을 가기도 했다고 한다. 한의원에서 마주한 그녀는 잠을 잘 못자는 것은 물론이고 오랜시간 해결되지 않은 증상이 한보따리다. 하고 싶었던 많은 일들을 몸이 약해 포기해야 했던 그녀는 그 과정속에 몸과 마음의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면서 관련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다. 그녀는 “이제 건강해지기만 하면 되는데”라고 말하지만 어린시절의 기억과 고통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랜시간 과민해진 몸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거나 조금만 인스턴트. 화학조미료가 든 것을 먹거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자극
월요일 아침 7시부터 8시. 출근 시간대로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가 많고 주목도도 높은 시간대다. 지난 3일(월), 이 시간대에 포털 ‘다음’의 뉴스 랭킹 1위는 중앙일보의 ‘“존경하는 박근혜” 우호 발언 이재명…TK지지율 9→28% 급등’이었다. 7시 전까지 1위를 기록하던 한국일보의 생활밀착형 기획기사인 ‘“차 빼지도 넣지도 못하고…” 주차가 괴로운 한국인’을 2위로 밀어냈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로 그날 뉴스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사라져야 할 그릇된 관행, 두 가지가 있었다. 먼저, 제목은 이재명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발언을 한 결과, 지지율이 급등한 것처럼 착각케 한다. 그러나 이 신문이 제목으로 뽑은 TK지역에서의 30%에 근접하는 지지율 급등 데이터는 한국갤럽이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조사한 결과였다. 이 후보가 ‘존경하는 박근혜’ 발언을 한 날은 3일, 전주에서 청년들과 소맥회동 때였다. 시기적으로 상관관계가 없었다. 낚시성 제목이었다. 다음은 단장취의(斷章取義) 저널리즘 문제다. 전후 맥락이 무시돼 ‘이재명이 박근혜를 존경하고 있다’는 것처럼 독자들을 오인케 한다. 당시 영상을 확인하면, 이 행사에서 한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