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는 한반도도 차지하지 못한 나라였나? 지금 사용하는 검정 한국사교과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사용했던 모든 국정과 검인정 교과서는 고려강역을 한반도의 2/3 정도 크기로 그려놓고 있다. 이 지도를 보면 저절로 “고려는 작고 초라한 나라였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 않을 수 없다. 고려는 북방 강역을 두 행정구역으로 나누었는데 서북방을 북계, 동북방을 동계라고 불렀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 당시의 국정교과서는 물론 현재 문재인 정권의 검정 한국사 교과서의 고려 강역 지도는 모두 동계를 함경도와 강원도, 경상북도에 길게 걸쳐 있는 것으로 그렸다. 동계의 남쪽 끝을 지금의 경북 영덕과 포항 사이로 그려놓고 있다. 고려의 동계 지도를 보면 고려 사람들은 왜 이런 행정구역을 만들어놨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행정구역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려의 동계는 중국 고대 한(漢)나라가 위만조선을 무너뜨리고 그 수도 자리에 세웠다는 낙랑군의 위치가 지금의 평양이라는 것만큼이나 이해할 수 없다. 낙랑군의 상급 행정기관인 유주(幽州)는 지금의 북경이라는 것이다. 낙랑군의 군청소재지는 지금의 평양인데, 도청 소재지는 지금의 북경이라는 것이다
정조대왕의 효심과 정치개혁의 원대한 꿈을 바탕으로 조성된 신도시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화성이 있는 수원시민의 자부심은 매우 높다.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전국 제일의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수원이지만 치부가 있다. 1960년대 초부터 형성돼 지금까지 존재하는 수원의 관문, 수원역 앞의 성매매집결지가 그곳이다. 지난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됐다. 이후 전국 성매매 집결지는 대부분 폐쇄됐다. 그러나 이 곳은 여전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4월 26일자 본란 ‘본궤도 들어선 수원역 앞 성매매집결지 정비’ 제하의 사설에서도 언급했지만 수원역 앞 성매매집결지 문제는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수원시의 숙제였다. 10여 년 전 부터는 이곳이 국제적인 홍등가가 됐다. 밤이 되면 이 지역엔 내국인보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이 더 많이 보였다. 얼마 전엔 좋지 않은 일로 또 다시 매스컴을 탔다. 대를 이어 성매매업소 여러 곳을 수십 년간 운영해온 일가족이 입건되고, 이중 2명이 구속된 사건이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 알선·강요)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은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면서 128억원 상당의 불법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빚에 쪼들리는 여성
박근혜 정권 때였다. 지하철 무임승차 단속반이 아내와 나를 가로막았다. 아내가 사용하는 장애인 교통카드 때문이었다. 단속반 완장을 찬 중년 사내는 장애인을 사칭한 무임승차라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멀쩡한 사람이 교통비 몇 푼 떼먹으려고 이래서야 되겠냐는 식이었다. 그런 게 아니라고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았다. 퇴근길에 지친 눈길들이 아내에게 쏟아졌다. 파렴치범을 대하는 눈빛이었다. 찔러오는 눈빛 앞에서, 발가벗겨지기라도 하듯 아내는 장갑을 벗어야만 했다. 엄지를 잃은 손은 어미를 잃은 아이 같았다. 주체할 수 없는 모멸감에 아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엄지손가락을 잃은 아내의 손을 확인하고도 단속반은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역무원들이 일하는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지만 어느 누구에게서도 정중한 사과는 듣지 못했다. 공공근로를 하는 일용직이라 단속이 서툴렀다며 책임을 회피하기에만 급급했다. 역무원들이 입고 있는 조끼가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되어 가슴에 날아와 박혔다. 조끼에는 ‘단결투쟁’이라는 구호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아내 손을 꼭 쥐고 사무실을 걸어 나왔다. 엄지 잃은 조막손이 내 손 안에서 파르르 떨었다. 아내의 손을 쥔 주먹에 힘을 더했다. 떨
봄은 꽃의 계절이기 전에 씨앗의 계절이라고 했다. 하나의 예로, 정월 대보름 오곡밥을 지어 먹으며 씨앗을 심기 전 그 씨앗들을 확인하였다. 조상들은 겨울 동안 곡간에 갈무리해 두었던 씨앗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자 일부러 오곡(五穀)밥을 지어 먹었던 것이다. 5월의 숲은 봄의 완성을 위한 녹색 볼륨으로 충만하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은 자기 본래의 모습과 체질에 맞게 무성해지면서 커다란 숲 세계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의 봄은 숲과는 달리 예상치 못했던 질병으로 짙은 안개 속에 갇혀 있다. 우리 집에는 외국에서 사업하던 아들이 코로나로 입국하여 친구 사업을 돕다 발목을 심하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장기간 고생하는 아들을 보면서 삶이란 게 능력과 성실만으로 되는 게 아닌가 싶어 마음 약해질 때가 있다. 서점 나들이를 했다. 아들에게 책이라도 한 권 읽게 하고 싶어서였다. 『아들아 삶에 지치고 힘들 때 이 글을 읽어라』 는 책을 샀다. 책을 들고 2층으로 가서 아들에게 줄 티셔츠도 하나 골랐다. 카드로 계산하면서 젊은 주인에게 말했다. 코로나 시대에 고생 많겠다고. 웃고 있는 청년에게 다시 말했다. ‘나 같이 나이 든 세대들이 그동안 세상
태양광 패널을 도심의 건물에 설치할 경우 옥상 이외에 딱히 마땅한 곳은 없다. 건물 벽체에 설치할 시 옥상에서의 발전량 대비 약 78% 정도로 효율이 떨어진다(서울에서 남쪽 방향의 경우). 게다가 인접 건물이 태양 빛을 막는 위치에 있을 경우 효율 저감은 더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건물 외벽에 태양광 패널을 부착하는 것은 발전을 위한 것이기 보다는 재생에너지 발전 의무화 비율 혹은 계몽적 목적이라 볼 수 있다. 건물 외벽의 검은 패널들을 보면 흰 비단에 검은 패치를 붙인 옷을 입은 신사가 ‘나는 친환경 패션이야’라고 우쭐대는 듯하다. 건축은 그 자체로 문화이며 인간 생활의 그릇이기에 심미성은 그저 장식이 아니고 건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만약 나의 옆 건물이 친환경이면서도 보기에 수려하다면 내 건물의 자산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내 건물의 임대율이 떨어져 공실률이 높아지게 되는데 에너지 측면에서는 전기와 가스 소비는 줄어드는 우픈 일이 생긴다. 심미적 요소를 충족하면서도 친환경적 건물로서 기능할 수 있기 위해 개발된 것이 건물일체형 태양광(Building-Integrated PhotoVoltaic)이다. BIPV 개발의 목적이…
선량함이 따르는 겸손처럼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은 없다. 그러나 그것은 스스로 찾는 것이며,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강과 바다가 저들이 흘러내리는 골짜기를 지배하는 것은 강과 바다가 골짜기보다 낮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은 만약 사람들보다 높아지기를 바란다면 사람들보다 낮게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사람들보다 앞장서고 싶다면 그들 뒤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하여 성인은 설사 사람들보다 높이 있어도 사람들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며, 사람들 앞에 서 있어도 사람들은 그것을 보지 못하니, 그것으로 괴로워하지 않는다. 성인은 누구하고도 말다툼을 하지 않고 세상의 어느 누구도 그와 시비를 벌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끊임없이 그를 기다리는 것이다. (노자) 제자들이 누구를 제일 높게 볼 것이냐는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것을 보고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의 왕들은 강제로 백성을 다스린다.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백성의 은인으로 행세한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처럼 처신해야 하고 지배하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처럼 처신해야 한다. 식탁에 앉은 사람과 심부름하는 사람 중에 누가 높은 사람이냐? 나는 심
김부겸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고 5개부처 장관에 대한 청문회는 일단 끝났다. 이번에도 ‘다운계약·위장전입·외유출장·논문표절’ 단골 메뉴가 재연됐다. 여기에 도자기 밀수 의혹 논란, 가족 외유성 출장, 세종시 ‘관사 테크’ 등이 더해져 ‘종합세트 특별판’이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地下 萬人之上)’ 총리 후보자 부부는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등을 체납해 총 32차례나 차량을 압류당했다. 현 정부들어 지금까지 야당의 동의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는 29명이다. 이번에는 4·7 재보선 이후 민심흐름을 두루 살피는 인사권이 작동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에서 드러난 치부는 우리 사회에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주고 있음에 주목한다. ‘공직자에게 공급했던 세종시 관사의 재테크는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만의 문제일까.’ ‘도자기를 대량 반입할 때 그것을 단속하고 관리해야 할 해당 기관이나 담당자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박준영 해수부장관 후보자 부부가 통관할 때 어떤 잣대로 처리됐나.’ ‘이런 사례가 박 후보자 경우에만 국한된 것일까.’ ‘만약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말대로 학계에서 가족이 동반하는 출장이 관행처럼 돼 있다면
사회적경제 생태계 확장을 위해서는 기존 사회적경제기업의 혁신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R&D 역량을 갖춘 제조기반 기업들의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경기도 안산시와 시흥시에 자리하고 있는 반월ㆍ시화산업단지는 수도권 최대 산업단지로 전기·전자·기계·철강 등 많은 중소 제조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20년 12월 현재,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반월(6910개사), 시화(1만743개사), 시화MTV(987개사)의 전체 공장 가동률은 전월 대비 각각 75.6%, 71.4%, 63.2%를 기록 중이며, 소규모 기업의 폐업사례도 적지 않고 산업 현장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자동차, 반도체 관련 분야 이외의 업종 다수는 사업장 임대료, 인건비, 원자재비, 부채상환, 제세공과금 등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기술 기반 중소벤처기업의 사회적기업 전환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정책홍보, 전환 프로그램 기획·운영, 참여기업 대상 모집·교육·멘토링 등이 필요하다.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전환해가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어려움과 고민에 대한 문제해결 지원, 즉 사회적경제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익힐…
청와대에 이어 민주당도 2030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TF를 꾸린다고 한다. 돌아선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정치권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치권은 여론에 대해 최소한 이 정도의 “반응성”은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여권의 이런 “부산스러움”이 과연 효과를 낼 수 있을까가 의문이라는 데 있다. 이런 식의 대응이, 본인들의 깊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면 당연히 성공하겠지만,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젊은 세대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나왔다면, 이들 세대들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기란 역부족일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우리나라의 2030세대 들이 현존하는 정권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지난 군사정권 시절에도, 군사독재에 용감히 맞선 세대들도 이들 젊은 세대들이었고,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민주화 됐다. 민주화 이후에도 2030세대는,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반노의 입장을 취했고, 이명박 정권 때는 반이, 박근혜 정권 때는 반박 그리고 현재는 반문의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이렇듯 2030세대가 현존하는 권력에 대해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하는 이유는, 첫째 권력에 의한 피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곡을 찌르다”는 본질의 핵심을 꿰뚫었다는 말인 건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정곡은 무슨 뜻일까? 바를 “정(正)”자에 물새인 고니를 뜻하는 “곡(鵠)”자가 합쳐진 단어다. 그러면 왜 난데없이 고니인가? 화살을 쏠 때 과녁의 한 복판이 정곡이다. 활을 바르게 잡고 날아가는 새도 맞춘다는 실력이 여기에 담겨 있다. 그래서 그곳에는 고니 모양의 가죽을 붙였다고 한다. 조선실학의 거장인 성호(星湖) 이익(李瀷/1681~1763)이 남긴 《성호사설(星湖僿說)》에 적혀 있는 “정곡(正鵠)”의 유래다. 자기의 저서를 “사설(僿說)”이라고 한 까닭은 또 무얼까? “사(僿)”가 잘게 쪼개졌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그저 소소하게 잡문을 모아놓은 정도라고 겸손히 부른 데서 나온 이름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고증을 기반으로 백과사전처럼 천문학과 지리, 역사와 시, 천주교와 서양과학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박물학적 지식을 담고 있다. - 성호 이익의 실득지학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발견되는 것은 그가 주자학의 전통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질문을 통해 점검하고 실제적인 삶을 위해 유용한 지식에 관심을 두었다는 점이다. 그는 이런 것들이 기초가 되어 백성들을 위한 경세(經世)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