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논의는 일찍이 미국에서 시작됐다. 1960년대 자유주의 예찬자인 통화주의자들에 의해서였다.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1962년 빈곤 퇴치를 위한 수단으로 기본소득의 일종인 ‘마이너스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NIT)’를 창설하자고 제안했다. 닉슨 대통령(Richard Nixon)은 이에 영향을 받아 자녀가 있는 가정에 연간수당을 보장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상원에서 기각됐다. 진보적 입장에서 기본소득을 주장한 인물은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목사였다. 그는 1967년 가난을 물리칠 최선의 수단으로 기본소득을 들었다. 그러나 1980년 공화당의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이 탄생되면서 기본소득 논의는 폐기됐다. 레이건은 기본소득이 노동 가치와 양립불가능하고 불건전한 의존문화를 부추길 것으로 보았다. 그러던 기본소득이 최근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앤드류 양(Andrew Yang)은 기본소득을 지지했다. 그는 미국의 모든 시민에게 자유 배당금으로 매월 1000달러를 주자고 주장했다. 이 장치야 말로 경제와 고용창출을 위한 영구적 지원이라는 것이다.…
동물적 생활을 보내는 사람에게 육체적 욕망의 만족이 행복인 것처럼, 자신의 영성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에게 자기 부정은 바로 행복이다. 남에게 선을 행하는 사람은 선인이다. 만약 그가 선을 행하는 것으로 말미암아 고통을 받는다면 그는 더욱 더 선인이다. 나아가서 그가 선을 행한 상대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면 그는 최고의 선에 도달한 것이며, 그 선을 더욱 강화할 수 잇는 것은 오직 그가 그것을 계속함으로써 받는 고뇌의 증대뿐이다. 또 만약 그가 그것 때문에 죽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최고의 완성에 도달한 것이 된다. (라 브뤼에르)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 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 오지 않는 사람도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 자기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을 것이다. (예수) 아집은 영혼의 감옥이다. 감옥이 우리의 육체의 자유를 빼앗는 것처럼 아집은 반드시 우리의 행복을 빼앗는다. (류시 말로리) 남을 위해 사는 것이 비로소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사는 것이다. 얼핏 이상하게…
세계 질서와 안보가 미·중 패권 구도로 긴박하게 빠져들고 있다. 지난주 미국에서 만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강력한 대중국 공조를 천명하면서 미중 사이의 대치 전선이 더욱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다. 미·일은 특히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중국에게 가장 예민한 대만 문제를 50여년만에 두 정상이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일본으로서는 1972년 중국과 국교정상화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한국처럼 대중국 교역 비중이 큰 일본이지만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을 향해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도쿄올림픽에 대한 지지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방위를 재확인하는 반대 급부를 얻어냈다. 이를 놓고 일본 내부에서 우려와 함께 여러 시각들이 교차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 이웃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번 미·일정상회담을 계기로 동북아와 동중국해 등 역내에서 일본의 역할 확대와 함께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두 나라는 공동성명에서 “일본은 동맹 및 지역의 안전보장을…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1936~2011) 대통령이 유명했던 것은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청바지를 입고 뒷 주머니에 시집을 꽂은 채 주말이면 공연을 보러 갔다는 이유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건 상당 부분 하벨이 대통령이 된 후에 윤색된 얘기이거나 그의 전기 영화에 쓸 요량으로 첨삭된 각본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그렇다 하더라도 그게 뭐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하벨처럼 시인이나 극작가는 정치를 해서 비교적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는 있어도 그 역(逆)은 그리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정치라는 영역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끌어 들일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많은 것이 달려 있음을 보여 준다는 얘기다. 수많은 사회주의 혁명이 실패한 것은 인문학과 예술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그랬다. 예술이 사라진 사회주의는, 그것이 아무리 인민에 봉사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갖고 있다 한들 선전(宣傳), 선동(煽動)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벨이 체코의 벨벳혁명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늘 미완의 혁명이며 때문에 영구적으로 혁명을 수행해 나가야
중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굉장히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장 필요한 것은 모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모른다는 것은 그리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나쁜 일도 아니다. 아무도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이야말로 부끄러운 일이고 잘못된 일이다. 지식인들의 논리 정연해 보이는 말들은, 때때로 어떻게도 받아들일 수 있는 애매한 의미를 언어에 부여함으로써,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회피하려고 한다. 이유는 ’모른다‘고 하는 매우 솔직담백한 말이 학문의 세계에서는 그리 환영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칸트) 인간의 무지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태어나면서부터의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무지이고 다른 하나는 진정한 현자만이 도달하는 깨달음의 무지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이것저것 거죽만 핥은 얄팍한 지식을 갖고 대단한 학자인 양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는데 바닥 민중은 그들의 허황됨을 알고 경멸한다. 그러면 그들은 민중을 무지몽매한 무리라고 경멸한다. (파스칼) 가장 나쁜 것은 깊이 고찰된 사상에만 어울리는 특별한 언어를 사용해, 함부로 자신의 사상을 얘기하려는 사람들이다. 만일 그들이 쉬운…
지난 2018년 9월 19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우리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시민 15만명 앞에서 행한 그 연설을 지켜보면서, 이제 남북의 실질적 평화시대, 나아가 남북연합의 시대가 곧 올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 조였던 기억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분단 70여년의 역사가운데 그 날처럼 한반도 평화의 꿈을 그렇게 구체적으로 실감했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북한이 문재인정권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 해 김정은위원장 신년사와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 이 후 특사파견에 따른 북미정상 만남의 주선과 4·27 판문점 남북정상의 만남에 이은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실현, 결과물인 합의문에서 북이 그간 그렇게도 바라왔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새로운 북미관계수립이라는 성과를 얻게 되면서 우리 문재인정부의 중재능력과 대미 영향력에 대하여 새로운 평가를 내린 결과가 평양 5.1경기장에서의 문대통령 연설이었다고 필자는 굳게 믿는다. 1년 남은 이 정부가 ‘꽃피는 봄날’을 다시 보고 싶다면 현 상황에 대한 바른 인식과 대안책을 강구해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지난 달 북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와 이후 최선희 외무성제1부
◆보조태후 허왕후 수로왕과 허왕후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김해 사람들이 대를 이어 이야기를 전하고 유적들을 보존했다는 특징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경상도 김해도호부조에는 허왕후릉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구지산(龜旨山) 동쪽에 있다. 세상에서 전하기로는 왕비는 아유타국의 왕녀인데, 혹은 남천축국(南天竺國)의 왕녀라고 한다. 성은 허(許), 이름은 황옥이고 호는 보주태후(普州太后)인데, 읍인(邑人)들이 수로왕릉에 제사지낼 때 함께 제사지내고 있다.” 이 내용은 조선 후기 편찬한 《여지도서(輿地圖書)》 하(下)에도 그대로 실려 있다. “세상에서 전하기로는[世傳]”이란 말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구전(口傳)사료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삼국유사》에는 나오지 않는 ‘보주태후’라는 호가 등장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보주태후가 등장한다. 조선 정조 16년(1792) 규장각의 각신 이만수(李晩秀)가 수로왕릉과 허왕후의 릉에 대해서 보고한 별단(別單)이 기록되어 있다. “가락국 왕릉이 김해부의 성 서쪽 2리쯤 되는 평야에 있는데, 사면이 모두 낮은 논으로 둘러져 있습니다. 비록 큰 장마를 만나더라도 능 곁의 10보(步) 안에는 물이 고이지 않아서 거주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택배물량이 급증했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 전체 18개 택배 사업자의 지난해 택배 물량은 총 33억7818만9000 개였다. 이는 2019년보다 21% 증가한 것이다. 택배 물량은 2016년 20억 개를 돌파했다. 그 후 매년 10% 정도씩 증가했지만 코로나19가 세상을 지배한 지난해에는 평년 증가율보다 2배가 넘는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곳은 택배 회사들이다. 택배 노동자 역시 수입은 늘어났다고 하지만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물량을 처리하다가 급기야 과로사로 숨지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6일 심야·새벽배송을 끝낸 택배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부검결과 과로사 증상인 뇌출혈이 발생했고 심장 혈관이 많이 부어오른 상태였다고 한다. 같은 달 24일에도 한 택배노동자가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8년차인 택배기사인 그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주 6일을 근무했고 하루 평균 200개에서 250개, 한달 평균 5500~6000개를 배송했다고 한다.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 노동자 15명, 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