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교정시설은 다른 기피 시설보다 더 자리를 옮기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여러 층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편리하지만 그만큼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몇 해 전 순직한 고(故) 임재표 전 서울지방교정청장이 수원구치소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출입기자였던 필자에게 틈만 나면 설명하고 강조했다. 최근 대유행을 겪은 아파트형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확산세 취재 내용을 접하면서 임 전 청장에 대한 아쉬움이 더 하는 요즘이다.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내가 사는 곳 근처에는 절대 둘 수 없다’며 기피하게 되는 몇 가지 시설 중 하나가 구치소나 교도소와 같은 교정시설이다. 오래되고 낡아 새로 지으려고 해도 예정 후보지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거나 아예 백지화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들어설 때부터 제한된 바닥 면적에 층수는 많아지는 ‘아파트형 교정시설’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형이 확정되기 전 재판을 받고 있는 ‘미결수’, 형이 확정된 ‘기결수’, 노역으로 내지 못한 벌금을 채우는 ‘노역수’에 이르기까지 좁은 공간에 여러 명이 수개월 이상을 같이 지내야 한다. 아파트형 교정시설은 층별 모서리 두 곳에 있는 감시 초소를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는 감염병으로부터 누구도 안전할 수 없음을 알았다. 확진자를 치료할 병원이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의료 안정망의 구멍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병상 수는 인구 10만명 당 12.4개(‘18년 기준)로 OECD에서 두 번째로 높은 반면, 공공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의 5.5%, 병상 수는 9.6%밖에 되지 않아 OECD 평균의 1/10에 불과하다. 더구나 울산과 세종은 공공병상이 아예 없는 등 시도별 공공 병상 비율 격차도 크다. 이렇게 공공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입원환자의 치료를 공공병원에서 전담하다 보니 병상 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으로 의료재원의 공공 비중은 높아지는데, 의료 공급은 공공 비중이 내려가는 모순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민간병원 위주의 의료공급 체계에서는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수요가 있는 대도시로의 의료기관 집중, 이로 인한 의료기관 간 기능 중복, 지역간 의료 격차 발생, 수익성 위주의 진료에 따른 과잉․과소 진료 발생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여러 복합적인
국제 곡물가가 심상치 않다. 옥수수·밀·대두 등의 가격이 2013년 이후 최고치를 보이며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5.5%이고 가축 사료를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1%에 불과하다. 쌀(92.1%)을 제외하면, 밀 (0.7%), 대두(26.7%), 옥수수(3.5%) 등은 매우 취약하다. 그 추세도 매년 악화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부터 관계기관, 업계 전문가 등과 함께 곡물 시장 동향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대비 태세를 가동 중이다. 최근 국제 곡물가가 상승하는 데는 우선 코로나 장기화 여파가 영향을 미쳤다. 곡물 생산이나 유통 과정에서 제때에 필요한 인력을 투입하기 어려워 생산·공급의 축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는 코로나가 해소되면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다. 더 큰 관건은 온난화에 따른 기후 재앙에서 오는 식량 위기다. 지난해 전 지구는 다양한 형태의 대재앙을 경험했다. 초대형 산불, 폭우와 가뭄, 하루새 폭염에서 한파로 수직 낙하하는 기후 변화,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는 대규모 메뚜기 떼 등등. 이로인해 농산물 작황이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노랑부리백로가 여름을 나고 도요새, 노랑지빠귀 겨울을 난 뒤 저어새 새로이 둥지를 튼 노을과 썰물이 뒤섞이는 봄 갯벌 붉게 검붉게 혹은 금빛으로 물드는 가장 깊은 곳에 감춰둔 적막을 본다 매화 향기 남은 자리에 벚꽃 분분히 날린 다음 모가지를 떨군 동백꽃 흥건히 잠겨 흘러가는 실개울 수척한 빈 산 노거수 그늘에 들어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을 더듬는다 재 너머 차밭에 연두색 눈엽 오르고 까마득히 사라졌던 기억 몸속 가장 깊은 곳에서 아련히 깨어난다 비어 있으나 차 있는 혹은 차고 비고 또 차고 비는 약력 ▶전주 출생. 대산문화재단 재직,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1996년 세계일보에 '벽화 속의 고양이 3'을, 2002년 [시평]에 '수락산' 외 5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인디오 여인', '지도에 없는 집', '슬픔의 뼈대', '너는' 등 ▶저서 '한국 근대시의 북방의식', '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등고대신예작가상, 애지문학상, 편운문학상, 유심작품상, 김달진문학상 등 수상
가짜뉴스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도 꽤 오래 되었다. 가짜뉴스는 여론을 왜곡시킴으로써 민주주의를 해치는 독이 된다. 올해는 1991년 5월의 민주화투쟁이 어언 30주년이 되는 해다. 그 해 유서대필이라는 희대미문의 가짜뉴스가 12명 젊은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매도했었다. 그로 인해 독재정권의 연장에 대한 학생들의 저항도 접어야 했다. 가짜뉴스가 의제로 거론되면 학자들은 가짜뉴스의 개념 정의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전문가인 시민들도 그 의미를 이해하는 걸 정의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 가짜뉴스란 표현은 메타포(metaphor)다. 그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메타포는 직관적으로 정곡을 찌르는 묘미가 있다.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개념을 정의하는 것은 학자들의 몫이다. 다른 한편으로 언론이 위축된다는 엄살과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우려가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언론단체들의 반응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대한민국 언론의 신뢰도는 우주에서 꼴찌다. 저널리즘의 본분을 망각한 상태에서 방종에 가까운 자유를 만끽하면서 정파적 목적으로 허위날조보도를 남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아무런 법적 책임도 지지 않거나, 또는 배상액이
포털 네이버가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오는 25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실시간으로 검색량이 급증한 검색어를 보여준다고 해서 ‘실검’으로 부르는 것이 익숙한 이 서비스는 대중의 관심을 표시하는 척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급상승 검색어를 만들어내서 상품을 홍보하는 방식은 ‘실검 마케팅’으로 불렸다. 정치에선 ‘총공’을 펼친다고 해서 특정 키워드 올리기 운동이 일기도 했다. 실검 1위는 화제성과 영향력을 동시에 거머쥐었다는 확신의 징표로 종종 활용됐다. 실검을 폐지한다고 해서 어뷰징 기사가 사라지거나 언론의 포털 종속성이 덜해지는 것도 아닌데 포털 서비스 하나에 왜 관심이 쏠릴까? 포털은 뉴스를 직접 생산하는 언론사가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언론사가 알아서 포털에 뉴스를 전송한다. 덕분에 포털은 오로지 뉴스의 배치와 전달만으로 이용자의 뉴스 소비 패턴을 결정짓는다. 포털 저널리즘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기성 언론 이상의 의제 설정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볼만한 뉴스 가치에 맞춰 기사를 발굴하고 취재해야 할 언론이 포털 이용자가 좋아할만한 뉴스, 포털 메인에 걸리는 흥미로운 뉴스를 우선적으로 생산하는 것에 적응해갔다.…
떨어졌다. 목숨 하나가 또 떨어졌다. 전옥주가 죽었다. 일흔한 살의 나이였다. 이것으로 전옥주는 완전히 죽었다. 완전한 죽음으로 세상에서 지워질 때까지, 전옥주는 수도 없이 여러 번 반복해서 죽었다. 처음 전옥주가 죽은 것은 1980년 5월 광주였다. 전두환이 이끄는 공수부대가 광주 시민의 머리와 목과 가슴에 총구멍을 겨눌 때, 전옥주는 가두방송을 하며 계엄군의 학살에 맞섰다. 그것이 전옥주가 죽어야 할 이유였다. “광주 시민 여러분, 지금 우리 형제자매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도청으로 나오셔서 우리 형제자매들을 살려주십시오.” 그것이 죄의 전부였다. 죽어가는 형제자매를 살려달라고 가두방송을 한 죄로 전옥주는 죽어야 했다. 전두환이 이끄는 계엄군은 전옥주를 간첩으로 조작했다. 계엄사가 발표한 ‘모란꽃 간첩단사건’이 그것이었다. 보안대로 끌려간 전옥주는 입에 담기도 민망한 고문을 당하며 처음 죽었다. 보안대 군인들은, 몽둥이로 매타작을 하며 열흘 동안 잠을 재우지 않았다. 야구방망이에 맞아 팔이 부러졌고 척추가 내려앉았다. 화장실도 못 가게 해서, 가슴에 총구를 겨눈 체 잔디밭에 신문지를 깔고 용변을 봤다. 성고문도 자행되었다. 전옥주의 옷을 모두…
솟구치는 볼! 강력하게 내려꽂는 불꽃스매싱으로 겨울철 인기스포츠로 자리잡아 가던 배구가 인기 절정 스타선수의 10여년전 학교폭력으로 중심을 잃어 휘청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영입한 팀은 무적함대의 위용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그리고 얼마전 TV에서 트롯트 열풍을 최고조로 견인하며, 무명을 떨쳐버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던 가수도 학생시절 찰라의 학교폭력으로 눈물을 머금고 중도 하차했다. 과거형이 현재진행형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중 하나가 학교 폭력이다. SNS세상은 과거의 흔적을 시계를 되돌려 고스란히 현재에 투영한다. 필자는 과거가 발목잡는 이번 사건을 보며 어른들이 학교폭력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무엇보다 지금이야말로 학교폭력 예방과 대처를 위해 최선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불요불급의 절실한 시기다. 경기도 역시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경기도교육청이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발표한 바 있다. 2019년과 비교해 2020년 도내 학교폭력 목격, 피해 경험과 가해 경험률이 모두 낮아졌다고 기술되어 있지만, 이는 숫자일 뿐이다. 그리고 코로나19로 학생들 등교 제약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학교 폭력 제로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7일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경기농수산진흥원, 경기복지재단, 경기연구원,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등 7개 기관을 북·동부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경기도일자리재단,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을 이전하고, 경기교통공사, 경기도환경에너지원을 북부에 신설한다는 발표에 이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경기문화재단, 경기관광공사,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도 북부 이전을 앞두고 있다. 도내 굵직한 공공기관은 전부 북부로 옮겨지는 것이다. 당연히 이들 공공기관이 있는 수원지역의 반발이 크다. 그럼에도 이 지사는 균형 발전을 내세우며 3차에 걸쳐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 지사는 “사람이든 지역이든 공동체를 위한 특별한 희생을 하고 있다면 이에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이 공정의 가치에 부합하고, 이것이 균형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밝혔다. 사실 경기 북부지역은 특별대책지역, 개발제한구역 등의 규제로 개발행위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중첩적 규제로 경제개발이 지연되고 사회기반시설이 낙후돼 있다. 따라서 선거 때마다 ‘경기도 북부 분도(分道)론’이 고개를 들곤 했다. 내년 3월 9일 대통령선거와 6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