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가 다가왔다. 상가와 거리가 북적이고 고향가는 마음으로 들떠야 하지만 올해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마음은 무겁고 지갑은 얇다. 코로나가 힘든 것은 맞지만 진짜 국민을 더 우울하게 하는 것은 ‘딴 세상’에 사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다. 오는 4월7일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많은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누가 적임자인지, 비전이나 공약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검증할 길도 시간도 별로 없다. 진보·보수 진영에서 각각 단일 후보를 내면 그것으로 투표하라고 한다. 성 추행 등 도덕성이 문제가 돼, 693억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선거에서 당만 보고 찍으라고 한다. 도덕성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는 어떤가. 대법원장은 거짓말 파동에 휩싸였고, 사법농단에 연루돼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현직 부장 판사는 대법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녹취해 폭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치권과 검찰에 사법부까지 어떻게 이 지경이 됐나. 자영업자들은 영업 제한 때문에 피눈물을 흘린지 오래다. 코로나로 인해 일감이 줄어들면서 관급공사에 목을 매야 하는 영세한 중소기업들에게 공무원의 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소리는 들리는
우리 집 냉장고 문짝에 그런 문구가 붙어 있다. ‘탁월해 질 때까지 끝없이 연습하세요.’ 이 문구를 가져다 붙인 사람은 지금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이다.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가을 무렵이었다. 학교 과제 표어로 여러 장을 만든 것인데 다른 표어들은 소리없이 사라졌고 이 표어만 살아남아 냉장고에 붙어 있다. 이 고리타분한 말이 우리 집 냉장고에 붙은 뒤로 변화가 생겼다. 아들의 꿈은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도 막연하게 축구선수 되겠다고 해서 축구클럽에 다녔다. 일주일에 두 번이나 세 번 정도. 그랬는데 저 탁월한 격문이 우리 집 냉장고에 붙은 뒤로 아들의 행동이 달라졌다. 일주일에 두 차례나 세 차례 가던 훈련을 매일 가는 걸로 바꾸었다. 나나 아내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그리하겠다 해서 그리 하라고 했다. 다른 학원을 일체 다니지 않는 데다가 몸 쓰는 일이라 오히려 아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초등학교 시절 동네 아이들과 뭘 하고 놀지, 맛있는 걸 뭘 먹을 지에만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딱히 정한 꿈도 없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산과 들, 강으로 놀러 다녔고 주머니에 용돈이 생기면 만화방에 가는 정
“우리 삶을 구성하고 단연코 나를 반짝이게 만드는, 영원히 반짝일 모래알들, 시간이 흘러도 우리는 사람들과 살아가고 또 사랑을 할 것이다. 언제 힘들었냐는 듯이.” 10년 전에 타계한 박완서 작가가 남긴 글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1년 내내 뭔가 모를 상실감과 불안감에 시달리며 살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생활패턴이 바꿨다. 변화된 일상에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해졌다. 바깥 외출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답답함, 몸에 미세한 변화에도 혹시나 코로나가 아닐까하는 마음이 날 무기력하게 만든다. 누굴 만나는 것도 서로가 꺼린다. 이런 감정을 ‘코로나 블루’라고 하는가 보다. 코로나 우울이다. 친구들도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우울증이 오는 듯 걱정한다. 생존에 대한 위험신호다. 그렇다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세상에 미아(迷兒)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나의 존재를 잃을순 없어 “언제 힘들었냐.”고 털털 털고 일어서는 날이 빨리 오길 기다린다. 백신을 기다리는 이유다. 이스라엘은 60대 이상 노인층 80%가 백신접종을 이미 마쳤다는 외신이다. 부럽다. 감정을 많은 이들은 색(色)이나 소리, 언어로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코로나로 인한 정신적 증세를 우울감을 뜻하는…
대한민국의 헌법은 만인의 평등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누구도 특권을 누리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특권이 있다. 헌법이 명시한 평등의 원칙과 모순된 특권을 인정하는 이유는 그 특권이 한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과 국제적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에서 주어진 법률적 특권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되어서 안 된다. 하물며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법률에 주어지지도 않은 특권을 누리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특권을 누리는 여러 ‘특권층’이 있다. 법조계는 법률에 명시된 특권과 명시되지 않은 특권을 모두 누리는 대표적인 특권층의 하나다. 변호사는 변호사법에 의해 법률적 대리행위를 할 수 있는 배타적 특권을 누리고, 검사는 죄를 물을지 말지를 판단하는 독점적 기소권리를 지니며, 판사는 죄의 유무와 경중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다. 사회적 존경과 경제적 보상을 누리고 정년이 없는 자격증도 주어진다. 이런 이중의 특권은 그들이 진실과 정의라는 공익을 위해서 공평무사하게 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최근 들어 우리 국민은 검찰과
현행 정치자금법제 아래서 경제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18세 이상 유권자는 아예 세제지원혜택에서 배제된다. 청소년, 대학생, 전업주부, 노인, 실업자 등 1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저소득층 유권자의 경우 10만원까지는 전액세액공제를 받아 정치후원을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정치후원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소득하위 50%는 정치후원금의 2%를 냈을 뿐이다. 거의 1000만 명이 이 범주에 해당한다. 4400만 유권자 중 2500만 이상을 정치후원의 세계에서 배제해온 작금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건 심각한 차별행위이자 중대한 위헌사태다. 1인1표 유권자들이 국고지원 정치후원법제를 통해서도 동일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요체는 다음과 같다. 첫째, 4400만 유권자 모두에게 국고지원을 받아 정치후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 이래야만 지금까지 원천 배제됐던 저소득층, 전업주부, 청소년, 노인, 실업자 등이 제몫의 목소리와 영향력을 찾을 수 있다. 둘째, 유권자 1인당 정치후원액수는 대폭 줄여야 한다. 지금의 연간 10만원을 연간 1만원(선거가 있는 해에는 2만원)으로 줄이면 된다.
◇동이족의 여성중시 풍습 《삼국유사》에 기록된 수로왕과 허왕후의 국혼기사는 같은 시기를 기록한 다른 사료들과 확연하게 비교되는 특징이 있다. 허왕후 도래기사가 기사가 구체적이며 양성평등적이라는 점이다. 먼저 《삼국유사》 〈금관성 파사석탑〉조에는 ‘공주가 바다를 건너 장차 동쪽으로 가려 했는데 파도신이 막아서 가지 못하자 부왕이 파사석탑을 싣고 가라고 명해서 건널 수 있어서 남쪽 해안에 와서 정박했다’고 말하고 있다. 〈가락국기〉에 따르면 공주는 5월에 아유타국을 떠나서 7월 27일에 가야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요디아 왕국이 있던 갠지즈강 상류의 5월은 배가 거슬러 올라가기 힘든 시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공주가 태국 메남강가의 옛 도시 아유티야를 거쳐서 왔다는 학설이 등장한 것이다. 길지 않은 구절이지만 현지 사정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공주는 수로왕이 보낸 신하들을 따라서 가야 궁전에 들어가지 않고 수로왕을 나오라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수로왕은 구간(九干) 등이 혼인을 권하자 하늘에서 짝을 맞이하게 해 줄 것이라면서 유천간에게는 망산도(望山島)에 가서 왕비를 기다리게 하고, 신귀간에게 승점(乘岾)에 가서 왕비를 기다리게 했고, 얼마 후 허왕후 일행이…
고양·김포·파주시의회가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고양시의회는 지난 5일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시행 촉구 결의문’을 긴급발의, 의원 전원 만장일치로 최종 의결했다. 결의문은 국토교통부, 경기도, 경기도의회, 김포시의회, 파주시의회 등 관계기관에 전달했다. 같은 날 김포시의회도 일산대교 통행료 징수 백지화를 촉구하는 일산대교 무료통행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파주시의회 의원들도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 경기서북부 시민들의 교통권 보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의회 고양·김포·파주지역 의원들도 가세했다. 해당 지역 도의원 16명은 4일 일산대교에서 ‘경기도의 일산대교 인수를 통한 통행료 무료화 방안’을 제안하며 관계기관 협력을 촉구했다. 통행료 무료 촉구를 위한 장외투쟁도 시작됐다. 고양시의회와 김포시의회는 5일 일산대교에서 집회를 열고 일산대교 통행료가 폐지될 때까지 강도 높은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앞으로 1인 시위를 비롯해 단체 집회, 서명운동, 통행료 무료화 촉구 현수막 게첨, 청와대 국민청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통행료 징수 부당함을 알려 통행료 폐지 촉구 운동
새해를 며칠 앞둔 2020년 연말 교육청에서 공문이 하나 왔다. 올해 다문화 교육 관련 연수를 들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공문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고양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다문화 교육 연수가 필수이니 얼마 남지 않은 12월 31일까지 꼭 15시간 이상 연수를 이수하라고 해서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소동은 21년 내에 연수를 학습하라는 수정 안내로 마무리 되었다. 다문화 교육이 필수 연수가 된 건 교실에 다문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다문화와 크게 상관없을 것처럼 보이는 고양시 일산구 어느 조용한 동네에 위치한 우리 학교에도 한 학년에 몇 명 정도 학생이 다양한 국적을 가졌거나 부모님 중에 한분 혹은 두분 모두 외국인이신 친구들이 있다. 정확하진 않지만 비율을 따지면 대략 5% 남짓이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비율인데 조금씩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몇 년 전에 2시간 정도의 짧은 다문화 연수를 들었다. 강사님은 경기도에서 가장 다문화 학생이 비율이 높은 안산시 원곡동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셨다. 그곳은 다문화 학생 비율이 90% 이상인 학교였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사용하는 학생은 10%가 채 안된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입학식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현관 앞에 소국이 어우러진 푸짐한 꽃바구니가 환하게 웃고 있다. ‘뭐지?’ 어리둥절해하던 나는 그 때서야 생각이 났다. 아침에 한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가 뜬금없이 우리 집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던 것이. 친구를 반기듯 꽃바구니를 집안으로 들여 차근차근 들여다보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짙은 향이 나는 잘디잔 소국들이 옹기종기 앉아있다. 군데군데 이름을 알 수 없는 하얀 눈송이 같은 꽃봉오리가 여리디여린 미소를 띠고. 날개처럼 울타리를 치고 있는 초록의 잎사귀들. 알록달록한 소국의 꽃망울은 빨갛고 작은 장미를 품은 채 잔잔한 위로를 보내오듯 끊임없이 재잘재잘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마치 소국 좋아하는 나를 여전히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친구의 마음처럼, 촉촉한 그 친구와의 지난 추억들처럼 말이다. 좋은 친구를 갖는다는 건 어쩌면 아주 특별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서서히 익어가는 인생처럼 아웅다웅 다투기도 하고 또 다시 잘 이어가다가도 각자의 풍파에 조난을 당하기도 하니 말이다. 옛말에 ‘사이좋은 벗끼리 마음을 합치면 단단한 쇠도 자를 수 있고, 우정의 아름다움은 난의 향기와 같다’라고 했는데 그 사이좋은 친구란 참으로 갖기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