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은 첨단기술의 산물로 움직인다. 사람의 지능을 탑재한 기계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한다.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은 사람과 사물을 비롯한 모든 것들을 연결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정보는 가공 여부에 따라 화폐보다 더 큰 가치를 갖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 처음 언급됐는데,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새로운 산업 시대를 의미한다. 과거 컴퓨터,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정보 혁명)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혁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앞에는 세상을 뒤흔들 대전환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우버, 에이비앤비 등 오늘날 혁신기업은 유비쿼터스(Ubiquitous)와 모바일 인터넷, 인공지능을 통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세상에 내놓았다. 사물 인터넷(IoT : internet of things),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이 기존 산업과 서비스에 융합되고, 3D 프린팅, 로봇공학,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 여러 분야의 신기술과 결합되면서 실세계 모든 제품
고방 /백석 낡은 질동이에는 갈줄 모르는 늙은 집난이같이 송구떡이 오래도록 남어 있었다//오지항아리에는 삼촌이 밥보다 좋아하는 찹쌀탁주가 있어서/삼춘의 임내를 내어가며 나와 사춘은 시큼털털한 술을 잘도 채어 먹었다//제삿날이면 귀머거리 할아버지 가에서 왕밤을 밝고 싸리꼬치에 두부산적을 때었다//손자아이들이 파리떼같이 모이면 곰의 발 같은 손을 언제나 내어 둘렀다//구석의 나무말쿠지에 할아버지가 삼는 소신같은 짚신이 둑둑이 걸리어도 있었다//넷말이 사는 컴컴한 고방의 쌀독 뒤에서 나는 저녁 끼때에 부르는 소리를 듣고도 못 들은 척하였다. 시를 접하고 마침 심훈문학관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건축디자인이 놀랍게도 아름다운 문학관에는 다락방의 전설을 읽어내게 했다. 물건도 두고 귀중한 사물들을 보관하는 창고와도 같았던 고방은 아이들과 놀기 좋은 다락방이었다. 어둡고 침침하지만 고방의 냄새는 사람이었고, 삶이었다. 친구들과 어머님 몰래 숨어서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시인의 비유적인 표현과 고방의 풍경과 정서들이 환기되는 숨고르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추억은 누구에게나 그리움으로 남는다. 어린시절의 기억에 머물러 어른이 되어서도 화자의 마음은 여전히 짙게 그려지고…
미세먼지를 불법적으로 배출한 업체들이 적발됐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이 지난 10월 24일부터 11월 6일까지 실시한 ‘미세먼지 불법배출 사업장 수사결과’다. 이들은 주택가 부근에서 방지시설 없이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다. 또 날림(비산)먼지를 방지하기 위한 억제시설도 가동하지 않았다. 참 나쁜 사람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살인병기인 미세먼지를 이웃들에게 마구잡이로 뿌려댔다. 거칠게 표현하면 ‘남들은 죽던말던 내 배만 불리면 된다’는 악마적 심성의 발로(發露)다. 미세먼지는 인체에 들어와 암을 발생시킨다. 이미 지난 2013년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에서 미세먼지를 ‘사람에게 발암(發癌)이 확인된 1군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미세먼지의 발생원(發生源)에는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이 있다. 원인을 살펴야 방지가 가능하다. 자연발생원은 흙먼지와 소금, 꽃가루 등이다. 주요 위협 요소인 인위적 발생원은 크게 다섯 종류다. ▲보일러나 발전시설 등에서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날림먼지 ▲공장 내…
최근 경기침체로 건설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가 내년 역시 건설경기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지역 건설업체들은 자본 규모 등 경쟁력 부족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에 각 지방에서는 지역 건설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인천시의회 고존수 의원이 지역 건설업체를 보호하는 조례안을 상정했다. 지역 건설산업에 참여하는 건설업자에게 인천지역 업자에 대한 하도급 권장비율을 현행 60%에서 70%로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이다. 고의원은 지난 3년간 지역 건설업체의 하도급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지역 건설 산업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들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인천시와 대형 건설업체는 지역 건설업체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의원은 지역 건설업체 일감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어느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기 보다는 지역 업체 참여비율에 따라 용적률을 추가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오는 10일 건설교통위원회에 상정돼 심사·의결될 예정인 이 조례안에 따르면 자본과 시공실적 등 경쟁력이 부족한 인천지역 건설업체의 공사 참여 확대를
사주팔자란 인간의 운명을 지탱하는 네 가지 기둥인 태어난 연(年), 월(月), 일(日), 시(時) 사주와, 12간지(干支) 10간(十干)의 머리글 여덟 글자(八字)를 통해 그 사람의 타고난 운을 점치는 데서 나온 말이다. 또한 관상은 사람의 생김새를 보고 그 사람의 운명이나 재수 따위를 판단하는 행위다. 중국 송나라 때 마의 도사(麻衣道士)가 저술해 그의 제자인 진희이(陳希夷)에게 전수했다고 하는 비결서가 있으니 ‘마의상법 麻衣相法’이다. 이 비결서에는 얼굴과 나아가서는 신체의 관형찰색에 대해 능숙하고도 섬세한 정보가 제시되고 편집돼 있으며 이러한 정보의 편집술에서 보듯, 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현상물에서 얼굴 혹은 그에 해당하는 정보를 오래 전부터 구축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세상 사람들 어느 누구나 권력자나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이는 없고 모두가 편안한 삶을 살고자 하지만, 굴곡 없이 살기에는 불가능한 것이 ‘인생살이’이다. 사주나 관상을 보는 이유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재보다는 진보한 운명을 기대해서 일 것이다. 옛부터 작은 부자는 노력으로 되고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다. 이는 큰 부자는 팔자에 타고 난다는 말이 있으나 이는 운명
‘농가월령가’ 10월령을 보면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앞 냇물에 깨끗이 씻어 소금 간 맞게 하소/고추 마늘 생강 파에 조기 김치 장아찌라/독 옆에 중두리(작고 배부른 오지그릇) 요 바탱이(중두리보다 조금 작은 오지그릇) 항아리라/양지에 움막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장다리 무 아람 한 말 수월찮게 간수하소.’‘농가월령가’는 정약용의 둘째 아들인 정학유(1786~1855)가 지은 것이다. 우리의 전통 음식인 김장하는 모습을 그대로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김장에 대한 인식이 김장하는 사람보다 김치를 사 먹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김포족’은 김장을 포기한 주부를 일컫는 요즘의 신조어다. “지금 세상에 돈과 시간 낭비하며 힘든 김장을 꼭 해야 하나요?”하고 반문하는 주부들이 전에 없이 많이 늘었다. 올해 세 차례나 들이닥친 가을 태풍의 영향으로 크게 치솟은 배춧값 상승도 김장을 포기하는 요인이 되었다. 국내 유수의 한 식품업체가 주부 3115명을 대상으로 한 ‘김장’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9%가 ‘김장을 포기한다’는 ‘김포족’으로 나타났다. 그 ‘김포족’의 김장 포기 이유로, 고된 노동과 스트레스로 인한 후유
중국 당나라 때 시선(詩仙)으로 불린 이백(李白)이 어린 시절, 학문 정진을 위해 입산했다. 그러나 곧 공부에 취미를 잃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에 돌아가기 위해 산을 내려오게 됐다. 길을 가던 중 냇가에서 바위에 도끼를 갈고 있는 한 노파를 만났다. 이상하게 생각한 어린 이백이 물었다. “할머니,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신 것입니까?” “바늘을 만들려고 그런다. ” 대답을 들은 이백이 기가 막혀 “도끼로 바늘을 만든단 말씀입니까?” 하고 웃자, 노파는 가만히 이백을 쳐다보며 꾸짖듯 말했다. “얘야, 비웃을 일이 아니다. 중도에 그만두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이 도끼로 바늘을 만들 수가 있단다.” 이 말을 들은 이백은 크게 깨달았다. 그 후로 한 눈 팔지 않고 글 공부에 정진, 결국 중국의 3대 시성이 됐다. 그래서 생겨났다는 고사성어 마부작침(磨斧作針).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뜻으로 지금도 널리 쓰인다. 어제(4일) 2020년 수능 채점표를 받아든 모든 수험생들이 긴 시간 이런 심정으로 노력해 온 것으로 보인다. 15명의 만점자는 더욱 그러 했으리라. 그들의 노력이 어떠했는지 미루어 짐작도 간다. 하지만 어디 만점자들 뿐 이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이지만 갑자기 부모님 상을 당하게 되면 당황하게 마련이다. 황망한 가운데 장례식을 치르고, 문상객을 맞이하고, 돌아가신 분을 묘소에 모신다. 그간 잘못한 일도 생각나고, 가신 분에 대한 아련한 추억도 생각나서 감정이 앞서고 합리적 판단이 어려울 수도 있다. 바쁜 장례식, 삼우제가 지나면 상속인들 간 재산의 분할과 상속세 신고 등의 절차도 진행해야 한다. 상속재산이 10억원 이상이라면 상속세 절세방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상속재산은 고인이 보유한 예금이나 부동산 등이 대상이지만, 사망에 따른 보험금, 퇴직금, 신탁재산도 상속재산에 가산된다. 상속인에게 10년 이내 증여한 자산과 비상속인에게 5년 이내 증여한 자산도 상속재산에 합산된다. 증여재산가액은 증여 당시의 가액이 되며, 이미 납부한 증여세는 상속세에서 공제해 준다. 그러나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가산세가 부과되며 이는 공제되지 않는다. 또 상속 전 2년 이내에 자산을 처분하거나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도 그 용도가 명백하지 않으면 상속재산에 포함 된다. 상속개시 전 1년 이내 자산을 처분한 가액이 2억원 이상이거나 2년 이내 그 가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사용처를 소명하지
중·고등학교 담임교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기간제교사의 고용불안과 처우개선에 대한 교육계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더구나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 10명 중 7명이 정교사가 기피하는 업무를 떠맡는 등 정교사와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전교조는 오후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 교사와 동일한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호봉승급 뿐 아니라 정근수당, 퇴직금 산정, 성과상여금, 복지제도에서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들의 권리에 관한 실태 파악하기 위해 전국의 유?초·중·고 기간제 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 내에서 정교사와 다르게 차별을 경험한 기간제 교사가 74.8%에 달했다. 부당한 경험의 유형으로는 기피 업무담당 요구가 75.9%로 가장 많았고, 각종 위원회 피선출?선출권 박탈(59.3%), 방학?연휴 등을 전후한 쪼개기 계약(37%), 정교사와 달리 방학 중 근무기간 차별(23.0%), 계약기간 만료 전 계약 해지(17.4%) 등이 뒤를 이었다. 또 기간제 교사들은 처우
행복한 하루 /배영옥 단풍나무에 기대앉아 백설기 먹고 물 마시고 토마토 몇 조각 먹는 사이 기껏 거미 두 마리 큰 개미 서너 마리 작은 개미 수십 마리 다녀갔다 며칠 전에 잘려나간 단풍나무 그림자 아래였다 - 시집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 문학동네·2019 2018년 6월 11일 배영옥 시인은 ‘이미 오래전부터/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아직 말하지 않음으로/나의 모든 것을 발설하였으므로//내가 끝내 영원으로 돌아간다 한들/아무도 나를 탓하지 않으리라’라는 시인의 말을 남기고 소천하였다. 그리고 2019년 6월 11일 시인의 유고시집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가 출간되었다. 나는 이 시집 중에서 가장 짧은 시를 골라 읽었는데 공교롭게도 ‘행복한 하루’였다. 잘려나간 단풍나무는 이미 생이 다한 상태다. 그런 나무의 그림자 아래에 기대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한다.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눈에도 잘 안 띄는 개미들만이 왔다가 간 그런 시간. 사람이나 개미나 다 같은 거라고,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살아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