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의 최대 격전지는 이탈리아다. 작년 초 밀려온 코로나로 밀라노에서는 순식간에 3만 명이 사망했다. 국토는 봉쇄되고 경제활동은 전면 중단됐다. 실업자가 속출했고, 먹을 것을 찾아 길거리를 헤매는 시민들이 즐비했다. 카리타스(Caritas) 수녀회가 운영하는 밀라노의 한 배급소에 식료품을 받으러 나온 65세의 여인 마리아(Maria)는 “참 괴롭네요”라며 수줍어했다. 마리아는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는 라 스칼라(La Scala) 오페라 극장 휴대품 보관소에서 일했다. 그런데 오페라 극장이 문을 닫자 생계는 막막해졌다. 미망인 연금으로 월세를 내고 의약품비로 매월 60유로를 지출해야 한다. 로마 한복판에서 생필품 보급차(Ronda della Solidarieta: 연대 순회차)를 기다리는 50대 여인 아나(Anna) 역시 “생활이 어려울 때 가끔씩 오지요. 창피하네요”라고 말한다. 아나는 가사 도우미였지만 코로나로 직장을 잃었다. 집세를 내려면 식비를 아껴야 한다. 노동조합 콜디레티(Coldiretti)에 따르면, 이 여인들처럼 식료품을 보급 받는 사람은 약 370만 명. 전보다 100만 명 더 증가했다.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
학림다방 앞이었다. 다방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양희은의 노래가 걸어 내려왔다. 양희은의 노랫소리는 턴테이블에 감긴 LP판 눈금을 따라 천천히 풀어졌다. 다방 앞 횡단보도 역시 불어난 퇴근길 인파로 감겼다가 풀리기를 반복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이 신문지를 깔고 앉아 술판을 벌였다. 새내기들은 선배들의 기타 반주에 맞춰 김광석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술잔이 부딪칠 때, 대학로의 젊음도 덩달아 참방거렸다. 권이 형은 붐비는 인파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서있었다. 그리곤 불쑥 아무 이름이나 불렀다. 그것도 큰 소리로. “희숙아!” 아무도 돌아보는 이가 없으면 다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이내 또 다른 이름을 불렀다. 역시 큰 소리로. “미경아!” 그렇게 아무나 부르는 여성의 이름에 누군가 뒤돌아보면, 비로소 권이 형이 움직였다. “이게 얼마만이냐. 오빠는 잘 있지?” 권이 형은 뒤돌아본 젊은 여성, 혹은 여성의 일행들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권이 형은 처음 본 여성들을 이끌고 가까운 순대국밥 집으로 왔다. 외상장부를 적고 먹는 몇 안 되는 단골집이었다. 단골이라고 해 봐야 극단 소속의 배우들이 전부였지만, 인심 좋은 할매는 추가
2년전 참여하고 있는 한 학회에서 어떤 명상관련 인사를 초빙하여 마련한 강의코너가 있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대표는 낭랑한 목소리로 사례를 바탕으로 미국과 영국 등에서 이제 마음챙김명상이 주류문화임을 말하였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실리콘벨리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이 마음챙김 명상을 앞다투어 직원들의 근무능력과 사기진작을 위해서 사내프로그램으로 도입하였고 민간 분야를 넘어 미국 공립학교와 군대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하었다. 명상을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유발하라리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명상이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를 구원할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 서술이 연상되었다. 어느샌가 그 문화가 우리의 일상으로 성큼 다가왔다. 명상을 언급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아지고 유튜브 영상들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쉴새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한편으로는 불안과 우울이 늘어가는 현대의 우리에게 거리를 두고 자신을 바라보는 법을 알려준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달리는 것을 잠시 멈추고 숨결을 느끼게 한다. 명상을 주류문화로 끌어올린데는 40년전 존 카밧진이 만든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 매뉴얼(Mindfull Based…
본보의 기획시리즈 ‘쌓여가는 쓰레기… 대책 없나’를 보면 경기도내 쓰레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취재 기자의 표현대로라면 ‘도내 곳곳이 쓰레기 무법지대’가 되고 있다. 실제로 수원시내, 특히 구도심지 곳곳에는 분리수거를 하지 않거나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배출, 수거를 거부당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모습이 발견된다.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지만 경기도내 쓰레기 배출량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자원순환정보시스템 환경통계현황을 보면 지난 2017년 도내 생활폐기물은 1만1605t, 2018년 1만2406.1t, 2019년 1만3196.9t이었다. 지난 2020년 폐기물 발생량은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상품을 포장했던 플라스틱 등 쓰레기 물량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지난 1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전과 후 배달음식 주문횟수가 각각 한 주당 1.4회에서 3.5회로 2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환경부도 지난해 공공선별시설에서 처리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923톤으로 재작년(776톤) 대비 18.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도내 곳곳에 자체 폐기물처리시설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한 현안
“농민들은 죽어간다. 그들은 이 죽음에 익숙해져 버렸다. 아이들의 죽음, 여성들의 과중한 노동, 특히 노인들의 기아 등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제 농민들이 가난에 시달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낮처럼 명확해졌다.” 톨스토이의 작품 《부활》에 등장하는 주인공 네흘류도프의 고백이다. 그가 말하는 “가난의 이유”란 무엇일까? “농민들의 유일한 수입원인 토지가 지주들에게 약탈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을 먹여 살릴 토지가 그들의 손에 있는 게 아니라 소유권을 행사하며 농민들의 노동력으로 먹고사는 자들의 손에 있기 때문이었다.” - 가난의 이유 그 자신도 지주이자 귀족인 네흘류도프가 과연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있다. 그는 자신의 토지 소유권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토지에서 나오는 모든 수익을 농민들의 공공자금으로 쓰겠다고 하자 토지 관리인이 묻는다. - 그러니까 토지 소유권을 포기하는 대신 이 공공자금의 이자수익을 가져가시겠다는 거지요? “아니요, 그것도 포기합니다. 토지가 개인의 소유물이 되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당신도 이해해야 합니다. 토지에서 나오는 모든 것은 만인의 소유입니다.” - 그렇게 되면 나리의 수입도 없어질 텐데요. -…
신앙은 어느 시대에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신앙(신념)의 변화이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주정꾼이, 위험하다고 소리치는 사람들을 향해 비웃으면서 횡설수설하는 것처럼, 온갖 물질욕망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은 비참한 운명에서 자신을 구하고자 하는 선각자들을 비웃고 있다. (류시 말로리) 과거 예언자들은 외쳤다. “너희는 신을 잊고 신의 뜻을 실천하는 일에서 벗어났다. 그렇지 않았다면 불행이 너희를 덮치지 않았을 것이다. 너희는 신의 뜻을 따르지 않았고 허위와 기만의 세속에 빠져 진리를 외면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연의 인내력도 한계에 다다랐다.” 이는 아직 세상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은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 자연을 수천 년 전에 발명된 태엽시계 비슷한 고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 시계는 지금도 여전히 째깍거리면서 가지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충고와 비난도 무용지물이다. 그러나 다행히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어서, 만약 인간의 삶이 불행하다면 그 죄는 오직 인간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도 있다. (칼라일) 인류는 영원
요사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3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사실 보다, 지지율을 올리기 매우 힘들어 보인다는 데 있다. 그 이유를 요약해 보면 이렇다. 먼저 시기적인 요인을 들 수 있다. 시기적으로 문 대통령은 레임덕으로 돌입할 때가 됐다. 여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은 레임덕이 없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런 주장은 인간의 불로장생이 가능하다는 소리와 똑같다. 권력도 인간사의 일부이기 때문에, 쟁취하면 시간이 감에 따라 노쇠해지고 사멸하는 길을 걸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레임덕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만일 이번 서울, 부산시장 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패하기라도 하면 레임덕은 더욱 빠른 속도로 현 정권을 덮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두 번째 이유로, 현 정권이 추진 혹은 주장했던 일들이 하나같이 이상 징후를 보이고…
◆월지국을 거쳐 신라에 온 불교 고려의 국가 사관인 동수국사(同修國史) 민지(閔漬:1248~1326)가 쓴 〈금강산 유점사 사적기(楡岾寺史蹟記)〉는 신라 제2대 남해왕(南解王) 원년(서기 4년) 불교가 전래되었다고 쓰고 있다. 김부식(金富軾:1075~1151)이 《삼국사기》에서 고구려에 처음 불교가 전해진 것은 소수림왕 2년(372)이라고 쓴 것보다 368년 전이다. 〈금강산 유점사 사적기〉는 금강산 유점사(楡岾寺) 창건 연기(緣起)를 기록한 글인데, 유점사란 느릅나무(楡) 고개(岾)에 있는 절(寺)이란 뜻이다. 〈금강산 유점사 사적기〉는 석가가 열반한 후 문수보살이 사람들을 시켜 53개의 불상을 주조하게 한 후 종에 넣어 바다에 띄웠는데, 혁치(赫熾)가 왕으로 있던 월지국(月氏國)에 도착했다가 다시 “여러 나라를 거쳐 금강산 동쪽의 안창현(安昌縣) 포구에 닿았는데, 이때가 신라 남해왕(南解王) 원년”이라는 것이다. 고려 사관 민지가 《삼국사기》를 보지 못했을 가능성은 없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 《신라고기》를 근거로 서기 4년 신라에 불교가 전래되었다고 쓴 것이다. 이 종과 53개의 불상은 인도에서 월지국을 거쳐 신라에 전해졌다는 것인데,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