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어언 백 스물둘이다. 오늘 일흔두 살인 내 손자가 죽었다. 그가 누구인가. 천금 같은 내 손자. 그가 내 무릎 위에서 재롱을 떨고, 내 등에 업혀서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건만 이제 그는 하늘나라로 갔다. 슬프다. 슬픔이 앞을 가려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모진 놈. 무정한 내 손자 놈. 이 할미를 홀로 두고 하늘나라로 간 내 손자가 너무너무 그립다. 내 품에 안겨 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그의 머리에 백발이 와서 앉았다. 눈도 어두워지고 귀도 온전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몹쓸 당뇨병까지 덮쳤다. 내 손자는 늘 이 할미 앞에서 병든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약 먹으면 낫는다”고 했지만, 비싼 약값을 치를 돈이 없었다. 돈 없는 신세라니. 나도 그를 도울 만큼 부유하지가 않다. 그 위에 나는 그가 죽을 만큼 가난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거기다가 현대의학이 어떠한가? 당뇨병 정도는 병도 아니다. 의사의 처방대로 약 먹고 주사 맞으면 백 스무 살까지 능히 살 수 있다. 그러나 내 손자는 현대의술을 거부했다. 그렇게 해서까지 연명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남들은 걸핏하면 장기를 바꾼다. 심장도 갈아 끼우고 위장도 인공위장으로…
경기도가 내년 2월까지 특별방역기간을 연장한다고 한다. 걱정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에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는 명분에는 동감하지만 이를위해 투입된 공직자들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살처분으로 명명되는, 동물학살에 동참한 이들의 후유증이 걱정돼 더욱 그렇다. 사람의 목숨이나 동물의 생명이나, 살아있는 것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비정함은 같다. 그래서 불가(佛家)에서는 생명을 앗은 후에 ‘여시축생발보리심(如是畜生發菩提心)’을 발원하는지도 모르겠다. 전쟁 후 증후군으로 자살을 하는 많은 참전용사들의 고통도 다르지 않다. ASF와 AI, 구제역을 막기위한 최전선에 서 있는 공직자들의 헌신에 존경과 고마움을 보낸다. 특히 ‘눈가리고 아웅’식이 아닌 진심을 담은 방역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같은 열정은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의 예고없는 현장 방문에서도 증명됐다. 도는 이 기간동안 ‘심각 단계’에 준하는 최고 수준의 차단방역에 나서기로 했다. AI 차단 방역을 위해 10억 원을 투입하고 14억 원을 들여 5만 마리 이상 사육 산란계 농가 앞 통제초소를 운영한다. 철새 도래지와 반복적으로 AI가 발생하는 15개 시·군 102개 읍·면·동
지난 3월 정부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분권과 자치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이 법안은 인구 100만 대도시의 ‘특례시’ 지위 및 추가특례확대를 비롯해 주민참여 권리 강화, 주민투표 등 주민참여제도의 실질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확대, 중앙-지방협력관계 정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중요한 이유는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자치분권 추진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는 지방자치 기본법이기 때문이다. ‘주민이 진정한 지역의 주인이 되는’ 자치분권을 활착(活着)시킬 토대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는 결국 지역의 균형발전을 이루게 되고 국가의 번영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조속히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국정철학과 지방분권 강화라는 시대적 흐름과도 일치한다. 전부개정안은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에서 발표됐다. 이후 국무회의를 거쳐 올해 3월 말 국회에 제출됐고 지난 6월 26일 행안위원회 상정되어 심사를 위해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이첩돼 있다.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지방의회 등에서는 조속한 법통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6개월째 계류 중이다. 전부개정안 국회 통과를 더욱 간절히 바라는 지자체는 경기도내의 수
필자가 딸에게 신경 쓰는 것은 딱 하나 인성이다. 교육의 힘인지, 타고난 성품인지 딸아이는 주위 사람들이 인정하는 천사 같은 아이, 그리고 난 이런 착한 딸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를 읽다보면 착한 딸이 마냥 자랑스럽지만은 않게 된다. 니체는 착한 사람은 모두 거짓말쟁이고 악하단다. 나쁜 사람이 될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착한 사람인 것이고 나쁜 짓을 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거절당하고 싶지 않아서 즉 악행을 저지를 만한 용기가 없어서 라는 것이다. 또 착한 사람은 타인에게 반감을 일으키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짓말을 하는데 이유는 자신이 안전하기 위해서란다. 그야말로 우리가 생각하는 착함에 대한 니체식 도발이다. 심리학에서도 이러한 심리적 역동을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이라는 기제로 설명한다. 억압된 감정이나 욕구가 나타나지 않게 정반대 행동을 하는 것으로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이에 해당한다. 미운 사람을 밉다할 용기는 없고 마음이 불편할 때 반대로 착한 행동을 함으로써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착한 사람은 도덕적인 사람으로 비춰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OECD국가 중 꼴찌라고 한다. 왜 그럴까? 필자는 여유롭지 못한 삶에서 오는 피로감이 많아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나 여유롭고 넉넉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실제 삶에서는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소유한 것을 지키고자 애를 쓰며,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픈 욕망에, 잃어버리면 안 되는 소중한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손에 쥐고자 한다. 그런데 내가 먼저 손 내밀면 행복은 천개의 얼굴로 온다고 한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누군가에게 내가 먼저 다가갈 때 어디선가 날개 짓하며 다가오는 기쁨을 경험하게 된다. 시간을, 물질을, 땀과 재능을 기꺼이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생활의 생기와 활력소를 제공해주며, 희망이 희망을 잉태하는 갑절이나 더해지는 기쁨과 행복을 선물로 준다. 재물을 나누는 것은 조금 나누는 것이고, 지혜를 나누는 것은 많이 나누는 것이며, 사랑을 나누는 것은 모두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꽹과리와 같다고 했다. 지혜보다, 재물보다 더 귀한 것이 넓은 가슴으로 발자국마다에 사랑이라…
얼굴의 기색(안색)은 그날 날씨와 같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나누고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안부를 묻게 된다. 비록 그 사람의 이런저런 사정은 알 수 없다 하더라도 기색으로도 그간 사정이나 기분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얼굴은 우리 몸속의 오장육부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 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얼굴은 인체 내의 기와 혈이 운행하는 통로인 경맥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곳으로, 오장육부가 몸 구석구석까지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다. 얼굴 부위 중 눈은 간, 입은 비위, 코는 폐, 콧구멍은 방광, 혀는 심장을 나타낸다. 오장의 기운은 이목구비(耳目口鼻)를 통해 나가고 들어 오고를 반복한다. 기(氣)는 피부 안에 머무르는 것을 말하며, 밖에 표출된 것을 색(色)이라 한다. 기색의 근본은 혈(血)인데, 혈이 좋아야 기색이 빛이 난다. 혈은 피부 안쪽에서 밖으로 은은하게 선홍색을 띠면서 퍼져 나와야 좋다. 피부 속의 혈색이 어두우면 기가 체한 것이고, 피부 바깥에 흑·적색으로 나타나면 혈이 체하여서 탁해진 것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 같은 사람이라도 감정의 변화나 건강 상태에 따라 수시로 얼굴빛이 바뀐다. 인상학에서는 관형찰색(觀形察色)이라고 하여…
달팽이가 있는 저녁 /김민지 빗물이 마른 나무를 계속해서 찌른다 봄날의 저격수인가 꽃들의 수혈인가 세상이 폭탄 터지듯 온통 붉다, 온통 저리다 뼈 없는 마음으로, 가장 느린 걸음으로 속내를 감추고, 울음도 감추고 정처는 동가식서가숙 홀가분하겠네 쓸쓸하겠네 - 시조집 ‘타임머신’ 이른 봄, 아직 나무가 눈을 뜨지 않았는데 봄비가 내린다. 죽은 나무에게 수혈하듯이 단비가 계속해서 내린다. 미동도 없던 나무에서 톡, 톡, 꽃눈이 떠지고 세상이 온통 환해진다. 온 몸이 저릿저릿 전기가 통하고 일제히 세상은 꽃의 터널 속으로 진입한다.그러나 한편에서는 세상 가장 느린 걸음으로 한 세상을 지나가는 목숨이 있다. 누구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데 오늘은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내일은 저곳에서 또 하루를 보내고,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으니 얼마나 홀가분할 것인가. 와옥(蝸屋) 한 채가 전부이니 더 무엇을 가진다 해도 짐만 될 뿐이다. 그러나 봄날은 짧고 환장할 봄날을 혼자 지나가는 일이란 또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아무 것도 욕심내지 않으니 성낼 일은 없지만 어찌 울음마저 없으리. 정처가 없으니 서두르지 않아도 되지만 이슬 내리는 하룻밤은 어찌 외롭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구의 아동과 방임아동, 학대받는 아동 등 위기아동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7월 31일에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소재 한 임대아파트에서 북한 이탈 모자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최소 2개월 전에 굶주려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점검 결과 관할 구청은 해당가구가 아동수당을 신청할 당시 소득 인정액이 없었음에도 기초생활급여 등 다른 복지급여를 연계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업무량이 폭증했기 때문이라는 해명이 있었지만 굶주림을 피해 목숨을 걸고 탈북한 사람들을 굶어 죽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복지 위기 가구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에 나섰다.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대상자를 발굴·지원하기 위한 긴급 실태조사를 각 광역자치단체에 요청했다. 이 모자의 가슴 아픈 소식을 들으면서 떠올렸던 것은 경기도의 ‘민관 협력 아동의 안부를 묻다’ 사업이다. 도는 위기아동을 조기에 발견,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했다. 이 사업은 도와 31개 시군이 함께 추진하고 있다. 통·리장이 양육수당을 받는 가정을 직접 방문해 복지사업을 안내하고 아동의 안정적 성장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진행됐다. 그러나 세
올해 초 경기도의 환경 고민은 ‘다음세대에게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에서 시작됐다. 최근 환경공포의 주범으로 급부상한 미세먼지를 줄이기로 잠정 결론냈다. 하여, 지난 3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을 포함, 도내 121개 기업 사업장과 ‘숲속공장 조성 협약식’을 체결했다. 그후로 6개월이 지난 9월말 현재 1만4천957그루의 나무가 심어졌다. 올해 목표량인 1만3천602그루 보다 10% 가량 초과한 숫자다. 연말까지 3천39그루가 더 심어질 예정이니 모두 1만7천996그루가 지역 공장 주변에서 숲을 이루게 된다. 지난달 30일 도가 도내 기업들의 나무식재 추진 상황을 중간 점검한 결과다. 이 사업을 추진한 배경에는 ‘도내 공장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미세먼지 발생원인 가운데 일정부분을 차지한다’는 도의 판단이 있었다. 그래서 ‘공장 주변에 미세먼지 정화 효과가 뛰어난 나무들을 심어 마치 숲속의 공장처럼 환경을 조성하면 공기 질이 개선되고 환경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도민들이 느끼는 미세먼지 저감효과는 적겠지만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연결된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장기 프로젝트’로 여겨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9월 전후로 수도권의 인구비중이 전체 인구의 50%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 인구는 서울이나 인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따라서 당분간 경기도에 인구 집중은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인구의 지역간 이동으로 수도권의 인구규모가 크게 변화하게 되어 100만이 넘는 대도시도 출현하고, 농촌지역이 도시로 변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됐다. 수도권의 인구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비수도권 특히, 농어촌에서 수도권으로 인구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수도권 농어촌 지역 지방자치단체는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우려하는 ‘지방 소멸’에 대한 우려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매우 낮아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명이었으며, 2028년을 정점으로 총인구는 감소할 전망이다. 국가나 지방 모두 출산율 제고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으나 출산율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단기적으로 출산을 통한 인구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총인구의 감소문제와 국가 내에서 수도권에의 인구 집중으로 비수도권의 인구 비중은 더욱 떨어질 것이고 이 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