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은 50만년 세월이 빚은 자연생태와 역사가 흐르는 강이다. 지난해 7월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네스코(UNESCO) 제209차 집행이사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곳은 한탄강이 흐르는 경기도 포천시 유역, 연천군 유역, 강원도 철원군 유역의 화적연, 비둘기낭 폭포, 아우라지베개용암, 재인폭포, 직탕폭포, 고석정, 철원 용암대지 등 총 26곳의 지질·문화 명소들이다. 지난 2010년 10월 제주도 전체, 2017년 5월 경북 청송군, 2018년 4월 광주 무등산권에 이어 우리나라 네 번째 세계지질공원이 됐다. 유네스코 지질공원은 미적 가치, 과학적 중요성과 고고학ㆍ문화ㆍ생태학ㆍ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곳을 지정한다. 세계(문화·자연)유산, 세계생물권보전지역과 함께 유네스코의 3대 보호제도다. 보호가 목적이지만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세계적 명소로 공인된 곳이라서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관광객의 유입은 곧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탄강은 지질자원의 보고(寶庫)다. 내륙에서 보기 어려운 화산 지형이 잘 보존돼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전곡리 선사유적지부터 고구려 당
노동, 즉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것은 인생의 필수조건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남을 시켜 하게 할 수는 있지만, 노동에 대한 육체적인 욕구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만일 자신에게 필요한 훌륭한 일을 하지 않는다면, 대신 불필요하고 어리석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남을 시켜 일하게 하며, 정작 자신은 시간을 때우기 위한 어리석은 일을 궁리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노동을 강요당하며 억지로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모두에게 좋지 않다. 왜냐하면 무위도식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영혼을 파멸시킨다는 점에서 불행하고 후자는 가혹한 노동에 의해 육체를 소모시킨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역시 일하는 사람이 일하지 않는 사람보도 낫다. 영혼은 육체보다 존엄하기 때문이다. 만일 노동 그 자체가 너희에게 있어 일차적인 것이고, 그 대가는 이차적인 것이라면 노동과 그 창조자인 신이 너희에게 주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노동이 이차적인 것이고 그 대가가 일차적인 것이라면, 너희는 대가와 그 창조자인 악마의 노예가 될 것이다. (존 러스킨) 모든 육체노동은 인간을 고결하게 한다. 어린이에게 일하는
지난 2009년 8월, 목포대학교에서 한ㆍ일 씨알사상 포럼이 열렸다. 나는 그 학술행사의 기획위원장이었다. 그 때 가장 인상적인 발표자는 오가와 하루히사(당시 동경대학 철학과 교수)였다. 그는 특히 다석 유영모(1890-1981)의 사상에 경도되어 있었다. 그는 " 선생의 '생각의 고결함'과 '생활의 검소함'은 21세기 생태위기를 구할 수 있는 심오한 사상"이라며, "죽을 때까지 한국의 다석 유영모를 연구하겠다", 고 엄숙히 선언했다. 뭉클했다. 다석은 심지어 백 리 먼 길도 걸어다녔다. 선생은 51세부터 91세에 죽을 때까지 1일1식을 했으며, 부인과는 '해혼(解婚)'이라 하여 각방을 썼다. 평소 "인류의 모든 문제는 '食'과 '色'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실천한 것이다. 선생은 새벽 세시에 일어나서 사색과 묵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코로나-19는 인간의 탐욕이 초래한 재앙이다. 과식, 과소비, 과속을 특징으로 하는 인류사회는 지난 200년간 난폭하게 자연을 파괴하여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급속한 자멸의 과정이다. 어느 진보적인 환경론자는 이 바이러스 재앙 이전에 지구의 수명은 25년 남았다고 단정했다. 하루에 한 끼의 식사를 하고서도 아흔…
◇왕후사의 창건과 파사석탑 불교는 가야에 언제 들어왔을까? 남한의 역사학자들은 왕후사(王后寺)가 창건된 서기 452년이라고 주장한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나오는 아래의 왕후사 창건기사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다. “수로왕의 8대 후손인 김질왕(金銍王)은 정사에 근면하고 또 진리를 매우 숭상했는데, 세조모(世祖母:시조모) 허황후(許皇后)를 위하고 그 명복을 빌기 위해서 원가(元嘉) 29년(452) 임진에 원군(元君:수로왕)과 황후가 합혼(合婚)한 곳에 절을 세워 이름을 왕후사라고 하고, 사자(使者)를 보내어 근처의 평전(平田) 10결을 헤아려 삼보(三寶)를 공양하는 비용으로 삼게 하였다.” 원가(元嘉)는 중국의 남조 송(宋) 문제(文帝) 유의륭(劉義隆)의 연호로 그 29년은 서기 452년이다. 이때 불교가 처음 전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이는 왕실에서 시조모를 기리는 사철을 창건했다는 기사이지 불교가 처음 전해졌다는 기사가 아니다. 이 기사는 452년에 가야에서 왕실사찰을 건립할 정도로 불교가 성행했다는 기사지 이때 불교가 전래했다는 기사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삼국유사》에는 그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가야에 불교가 전래되었다는 기사가 여럿…
가슴이 답답하고 속으로 열이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을 깊이 못자고 3,4시간마다 깬다. 검사상 우울과 불안 그리고 적대감을 보인다. 화병이기도 하다. 특히 오늘의 이 젊은 아가씨는 엄마와 마주할 때 심해진다. 자신의 증상은 엄하게 많이 때리면서 키운 폭력적인 엄마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도 여전히 엄마는 본인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계속 쓸데없이 예민하다는 말만 반복한다. 여러 치료 들을 거치면서 엄마의 지나친 통제와 폭력이 원인일 수 있지만 엄마도 또 부모에게서 대대로 물려받은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대에서라도 이런 대물림을 끊으려고 노력중이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한의원에 내원하게 되었다. 가능할까? 심리상담의 한 분야에 가족치료라는 분야가 있다. 한 개인은 개인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고 그 환경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가족이다. 적절한 양육과정이 아닌 폭력적인 관계나 지나친 과보호 또는 방임 또는 방관 등 역기능적인 가족 체계는 다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것들이 고통을 초래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최근에는 뇌과학과 연관된 연구결과들과 결합되어 대물림과 체계론적 가족치료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사회적경제기업의 재정 여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3월 기재부가 발표한 제4차 협동조합 실태조사에서 따르면, 협동조합 3곳 가운데 2곳의 자본금은 채 1억 원에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 된 바 있다. 자금 조달 방법도 10곳 가운데 8곳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증자 외에는 묘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경제기업의 버팀목이 되어야 할 사회적금융 활성화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차대조표와 담보를 중심으로 한 민간 금융 평가 방식을 들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외부 투자자나 금융기관의 불신은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과제다. 예컨대 협동조합의 조합원 출자금은 협동조합기본법상 ‘자본’으로 인정받지만, 돈을 빌려주는 금융권의 생각은 좀 다르다. 조합원 탈퇴로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돈이라는 판단에 ‘부채’로 인식한다. 공동으로 소유하는 협동조합의 투자 자체를 위험하다고 보는 인식도 여전하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금융 활성화를 통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100대 국정과제로 삼고, 5년간 3,000억 원의 사회적경제
얼마 전 백범 김구 선생이 광복 직후 중국 충칭에서 우리나라로 귀국하는 과정 중 상하이 장완비행장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자 군 통수권자의 신분으로 한국광복군을 공개 사열하는 사진이 발견됐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연합뉴스 2월 28일자). 이 사진은 상하이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1945년 발행 잡지 '승리'(勝利) 제11호에 실린 프린트를 발견한 것이다. 이 기사를 보고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사진 한 장은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사실을 기록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사진 한 장은 다양한 분야의 역사를 이어주고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된다는 점이다. 먼저, 사진 한 장이 표현하는 구체적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이 2016년 광화문 현판의 색깔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었다. 결론은 흰바탕에 검정글씨였는데, 이때 가장 결정적인 단서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당시 촬영된 사진인화물과 유리건판이었다. 물론 당시 광화문 사진 중 현판을 집중 촬영한 사진이 없는데다 흑백이라는 한계 때문에 여전히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다. 다음으로, 사진 한 장이 전하는 역사는 매우 풍부하다. 광화문 글씨를 확인하기 위해 확인한 사진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신도시 예정 지역인 광명·시흥에 100억원대의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총리실 지휘아래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LH뿐 아니라 국토부, 관계 공공기관에 걸쳐 발본색원,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도 그만큼 사안이 엄중함을 의미한다. 우리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는 오랜 역사와 뿌리를 갖고 있다. 권력형 게이트는 물론 세무비리, 각종 뇌물, 특혜성 비상장주식 보유, 자녀 입시·취업 특혜, 성상납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TI)는 2020년 한국의 국가청렴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23위로 발표했다. 전년보다 4계단 올랐지만 여전히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왜 그럴까. 우리 사회의 구조를 보자. 우선 이번 사건을 맡는 정부의 전담팀은 도마위에 오른 LH 직원은 물론 국토부와 관계 기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이다. 그런데 조사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제대로 이뤄질까. 역대 정부에서 보면 관료 집단 이기주의로 조사 과정에 보호막이 쳐지고, 설령 비위 사실이 더 드러나도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축소지향으로 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
창밖에는 별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고흐가 생 뽈(Saint Paul) 정신병동에 들어간 1889년 어느 여름날, “그가 본” 바깥 풍경이었다. 고흐가 화실로 썼던 방이 지금은 박물관으로 남아 있는 이곳은 본래 11세기에 세워진 수도원이었다. 1605년 프랜시스코 교단의 한 수도자가 여기에 정신병동을 세우자 아예 그렇게 역할이 바뀐 지 오래였다. 별이 빛나는 밤, 그 탄생 빈 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태어난 자리는 “침실”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그림 바로 옆 작은 방이었다. 고흐에게 특별히 주어진 화실이었다. 생 뽈 시절은 기묘하게도 고흐에게 가장 많은 작품들이 그려진 시기였다. 그의 정신은 뭔가에 감전된 듯 폭발 상태였다. 고흐에게 힘겨웠던 건 밤에 본 풍경을 낮에 되살려 그려야 한다는 점이었다. 마을은 근처 생 레미(Saint Remy)를 떠올렸다.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의 출생지로 유명해 사람들이 법석거리는 이곳을 그는 조용한 시골동네로 바꾸어 그렸다. 한 켠에는 사이프러스(Cypress)라고 불리는 측백나무가 하늘에 닿을 듯 높다랗게 서 있다. 12세기에 세워진 생 마르탱(Saint Martin) 성당이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고 주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