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서일옥 어느 겨울 받아 든 출생의 운명처럼 가도 가도 높고 가파른 하이힐이 여기 있다 찬바람 무찌르려고 찬바람 허리에 감고 세상은 목마르고 뜨거운 사막이었다 그 길을 여자 하나가 절며 걸어간다 똬리 튼 파충류처럼 맹독의 입술을 하고… 하이힐은 여자의 자존심이다. 높고 뾰족할수록 꼿꼿해지는 자세,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풍긴다. 어느 날 여자가 하이힐을 신고 나서는 건 찬바람만을 무찌르기 위한 수단은 아닐 것이다. 뜨거운 사막을 건너가는 목마른 세상을 향해 ‘나는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일 수도 있다. 바닥을 기어가는 한이 있어도 꼿꼿이 머리를 치켜들고 가는 뱀의 당당함으로 하이힐은 높고 위대하다. 빨간 하이힐에 빨간 립스틱, 그건 도발이고 극복이며 맹독이고 입술을 깨무는 뜨거운 눈물이다. 몇 번이고 쓰러지려는 좌절을 몇 번이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다. 여자의 무기는 웃음도, 나약함도 아니라는 수천 번의 다짐이다. 하이힐은 그걸 신는 사람의 내일이다.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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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을 취할때에도 예의라는 것이 있다. 내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그대들을 양식으로 이용해 미안하지만 이해해달라, 뭐 이런 최소한의 동의를 구하는 행위 말이다. 미국대륙의 원(原) 주인으로, ‘체로키 인디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사냥을 할때도 법도가 있었다. 꼭 필요한 만큼만, 그것도 병이 걸리거나 열등한 순서로 잡는다. 좋은 유전자를 살려 종족 보존에 지장이 없게 하겠다는 ‘친자연 사냥법’이다. 필요없는 생명까지 취해 쟁여놓는 짓을 하면 안된다는 불문율이다. 삶을 대하는 자세로 본받아야 할 덕목이다. 그나마 인간을 다른 동물들보다 조금 상위에 놓을 수 있는 드문 이유를 지닌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다른 동물들도 꺼리는 저급한 짓을 백주대낮에 버젓이, 그것도 경기도에서 자행해 충격이다. 경기도 민생특별사법경찰단(민특사경)이 무더기로 적발한 잔인무도한 행위는 이렇다. ▲다른 개들이 지켜보는 바로 앞에서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 ▲무허가로 반려동물을 번식시켜 판매 등이다. 명백한 동물관련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특히, ‘잔인한 도살’은 일본제국주의가 우리 민족에게 벌인 만행과 겹쳐져 치가 떨린다. 지난 2월부터 12월까지 민특사경은 59개 업체 67건
지난 20일 열린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경기도교육청 독립운동사 교육 활성화 조례안’이 통과됐다. 이 조례안은 기획재정위원회 신정현 의원(고양3, 더민주)이 전국 최초로 발의한 것으로 2020년 1월에 공포, 시행된다. 조례안은 경기도 학교에서 독립운동사 교육을 활성화하고 지원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독립운동사 교육 활성화 계획의 수립·시행’, ‘독립운동사 교육 지원 협의회의 구성·운영’, ‘다양한 독립운동사 교육 활동’, ‘유관기관과의 협력’, ‘관련 사업의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등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이 조례안을 발의한 신정현 의원은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독립운동가에 대한 원색적 조롱이 오가고 독립운동행위를 이슬람국가의 테러와 동일시하며 성노예 할머니들에게 자발적 매춘부라고 비난하는 글들이 횡행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사실이다. 올해 친일 미화 논란을 불러일으킨 ‘반일 종족주의’란 책은 한국에서 20만 부, 일본 10만 부 이상이 팔렸단다. 역사를 왜곡한 콘텐츠들도 SNS를 통해 널리 유포되고 있다. 이를테면 3·1운동과 독립운동을 폭동이나 테러로, 김구·홍범도·김좌진·안중근·윤봉길·이봉창 선생 같은 독
오래 전 언론사 미국특파원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가족과 함께 스키장에 갔는데, 거기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앞을 볼 수 없는 여자 시각장애인이 스키를 타고 있었다.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스키를 탈 수 있을까? 두 명의 도우미가 양팔을 부축하면서 그녀의 스키 타기를 돕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내게는 그 장면이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왔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그랬다면 어땠을까. 필경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앞도 못 보는 주제에 별 걸 다 한다’는 식의 핀잔을 듣지 않았을까. 그 후 한국에 와서 나는 비슷한 광경을 부여 낙화암에서 볼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 다섯 사람이 인솔자의 안내로 낙화암에 올라 관광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관광을 했을까. 손으로 바위를 만지기도 하고, 정자에 앉기도 했다. 그들은 손으로 낙화암을 보았고, 마음의 눈으로 낙화암을 감상했다. 나는 이 광경을 보는 순간 다시 한 번 그들에 대한 연민의 정과 함께 가슴 속에서 무언가 뜨겁게 북받쳐 오름을 느꼈다. 그것은 저들도 나랑 똑 같은 존재라는 각성이었다. 그렇다.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도 정상인과 똑같이 스키타기와 관광의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에
아언각비(雅言覺非)는 다산 정약용이 1819년에 펴낸 우리말 연구서이다. 이 책은 우리말 중에서 잘못된 연원을 따져서 백성들의 언어생활을 바르게하기 위하여 이치에 맞지 않고 와전된 말들을 찾아 그 잘못된 뜻과 확실한 용례를 들어 설명한 국어책이다. 아언각비(雅言覺非)는 3권 1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다산이 긴 유배생활을 마치고 양주의 집으로 돌아온 이듬해에 펴냈으니 지금부터 200년 전이다. 아언(雅言)이란 말은 논어의 술이(述而)편에 나오는데, “공자께서 평소에 하신 말씀(子所雅言)은 시와 서(詩書)이며 몸가짐과 행동은 예를 지키는 것(執禮)이었으니 이 모두가 평소에 하시는 말씀(皆雅言也)이다”라고 하였다. 당나라 때 유학자 공영달은 이 ‘아언(雅言)’이란 말은‘바른말(正音也)’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이 말은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에 ‘백성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말’이라는 뜻이니 오늘날‘표준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뜻에 비추어 ‘아언각비(雅言覺非)’는 일반 백성이 쓰는 언어가 이치에 맞고 뜻이 올바르게 소통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그 잘못된 것을 깨우쳐야 한다는 뜻으로 지었음을 제호(題號)에서 보여주고 있다. 제1권에 소개된…
오산은 경기 남부의 작은 마을이었다. 1989년 시로 승격돼 인구 5만, 약 200억원의 작은 재정으로 소박하게 출발했다. 그런 오산이 올해 서른 살 청년이 됐다. 사람으로 치면 ‘입지’, 즉 뜻을 세우는 해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곽상욱 시장이 민선 5기와 6기를 포함해 어느새 10년차를 맞았다. 그동안 곽 시장은 오산시를 전국 최고의 교육도시로 만들었으며, 교육 주도 성장을 통해 오산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도록 했다. 이에 곽상욱 시장으로부터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초선 당시 오산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당면과제는. 당시 오산시는 시민들의 정주성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도시였다. 발전을 위한 비전과 전략이 불확실했고, 도시 정체성도 없었으며, 자신의 삶과 미래를 도시와 함께 설계할 수도 없는 변방의 작은 도시였다. 집집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4·5학년이 되면 대도시로 전학가기 바빴는데, 바로 자녀 교육때문이었다. 그래서 ‘교육때문에 떠나기 싫은 도시, 교육때문에 이사 오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갖고 시정을 운영해왔다. 그 결과,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lsqu…
연말인 요즘, 각종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노래다. 그 노래중 최고 선호 장르는 단연 트로트(trot)다. 트로트는 4분의 4 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가요다. 영어로는 ‘빠르게 걷다’라는 뜻이다. 1910년대 중반 미국과 영국에서 유행했던 댄스리듬 폭스트로트(fox trot)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거기에 우리의 독특한 꺾기 창법을 더해 지금의 트로트가 완성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국민은 유난히 트로트를 사랑한다. 생활속 함께 했던 ‘트로트 가락’은 우리네 삶의 동반자였기 때문이다. 또 시대의 흐름과 함께 하며 국민들의 희·노·애·락을 대신해 크나큰 위안과 용기, 그리고 희망을 주었다. 때때로 ‘지쳐있는 삶의 응원가’이기도 해 더욱 그랬다. 올해는 이 트로트계에 유재석, 일명 ‘유산슬’과 ‘송가인’이 등장, 국민의 마음을 위로했다. 둘 다 새로운 삶의 도전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랑도 듬뿍 받았다. 내년이면 데뷔 30년차가 되는 유재석은 개그맨 출신 연예인이다. 9년의 무명시절을 뺀 20여년동안 그는 우리나라 예능의 중심에 서 있었다. 최고의 인기도 누렸다. 그런 그가 올초 변신을 꽤했다. “예능계도 다른 돌파구가 필요하다”며 트로트계에 도전한…
장수에 대한 갈망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그러나 마음대로 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장수의 방법은 있다. 누구나 아는 상식적인 일이지만 꾸준히 운동하는 일이다. 적당한 식생활로 칼로리를 소모하고 신체가 피로를 부담을 갖지 않게끔 운동하는 것은 우리 삶에서 필수이다. 운동 후 사우나를 하고 스트레스를 줄인다면 누구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한 습관적인 일상을 도모한다면 장수도 가능하다. 일생에 이루어 놓은 성과는 개인 별로 다르지만 자신의 현재에 만족하며 자신의 삶을 즐길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가진 이가 한 푼 더 벌려고 아등바등하는 인생은 슬기롭지 못하다. 얼마 전 한국영화계의 거목이신 동아술출공사의 이우석 회장을 따라 그의 고향인 성주를 방문했다. 경북 성주는 인구 4만 5천 명의 군이다. SRT로 1시간 20분 거리인 김천역에서 내려 차로 30분 거리이다. 참외의 주산지로 알려져 있고 최근 사드기지로 세인의 주목을 받은 곳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부산을 근거지로 살다가 서울에서 본격적인 영화사업을 시작했던 그이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기에 그는 후학들을 위해 거금 1억 5천만 원을 쾌척했다. 그의 삶의 발자취는 모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1980~90년대 ‘세계경영’을 펼쳤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12월 9일, 향년 83세 나이로 별세했다. 한국 경제 성장의 황금기를 이끈 인물 중 한 명으로써 비록 IMF 경제위기를 맞아 무너지긴 했지만, 그의 창조적인 도전정신은 지금도 많은 경영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세계경영을 꿈꾸던 기업가’ VS ‘외환위기를 초래한 경제사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떠올리면 등장하는 수식어이다. 이처럼 김 전 회장은 생전에 극명히 엇갈리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우리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임은 분명하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김 전 회장은 도전으로 축약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특히 일찌감치 전 세계를 무대로 경영활동을 확대해 나가면서, 한국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줬다. 김 전 회장은 원단생산업체인 대도섬유의 도재환 씨와 손을 잡고 1967년 자본금 500만원, 직원 5명으로 대우실업을 창업하며 ‘샐러리맨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대우는 대도섬유의 ‘대’와 김우중의 ‘우’를 따서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김우중 회장은 그야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