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를 보내든지, 아니면 외국으로 가세요.” 특수학급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유명 웹툰 작가에게 비난 댓글이 달렸다. 제 자식만 챙기는 이기적인 부모라는 낙인이 따라왔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처럼 쉬운 표현 같겠지만 냉담하다 못해 돌팔매에 가깝다. 처음엔 작가인 부모가 표적이 됐지만, 다음에는 그의 아들로, 그 다음에는 장애아동과 부모에게 비난이 옮겨갔다. 작가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했다고 하니 교권 침해라고 눈총을 샀다. 특수교사에게 자녀에 관한 당부를 상당하게 전달했고, 아동에게 녹음기를 들려 보내고, 적합한 성교육 강사를 추천하겠다고 했다. 극성 부모의 모습이었다. 부모 행위에 대한 비난으로 끝나지 않았다. 작가의 자녀가 비장애아동과 수업을 듣는 통합교실에서 어떤 계기로 특수학급으로 옮겨 수업을 받게 됐는지 자세히 파헤쳤다. “본능에 충실한”, “바지 내려”, “고추‧사타구니 단어 사용”과 같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주로 인용했고 제목에 그대로 노출했다. 자녀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행동을 이해시키기 위한 설명을 생략한 채 보도한 부분은 ‘문제적’이다. 비장애아동과 부모들에게 납득 여부를 묻는…
눈 먼 자만이 될 수 있었다. 현악기를 들고 마을을 돌며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서사시를 읊고 옛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대부분 문맹이었고 통신수단이 없었던 옛날, 사람들은 이들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전쟁이 났다더라. 왕이 바뀌었다더라. 역병이 돈다더라...... 집시들의 삶만큼 원시적이고 낯설고 매혹적인 사람들. 그들끼리만 비밀리에 주고받던 언어가 있어 신비를 더하는 존재들. 이들은 우크라이나의 맹인 유랑 예술가로, ‘콥자’라 불렸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세월의 격변 속에서도 콥자를 예우하고 사랑했다. 글 배운 이들이 늘고 통신수단이 생기고 놀거리, 볼거리 넘치는 세상이 되어도 콥자를 기다렸다. ‘오직 사람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가 있기에. 그렇게 수 천 년 역사와 함께 해온 콥자들이 20세기를 만나면서 씨가 마르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원 전후, 이란 계통의 스키타이인과 로마제국을 뒤흔든 고트족, 훈족이 잠시 살았던 이 땅에 뿌리내린 이들은 서기 6세기경에 나타난 슬라브인들이었다. 이들은 (오늘날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라는 도시를 세워 우크라이나 역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13세기 침입한 몽골의 2세기에
색소폰 아티스트,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소울 아이즈(Soul EYES)’. 제이비엘 4344(JBL Model 4344) 스피커로 듣는 음악은 사물과 현상을 관조케 하는 마력이 있다. 평소엔 감정의 편이 되다가도 재즈를 들으면 이성(理性)의 편에 서게 된다. 영혼의 눈으로 사건과 사물을 보면 미래는 긍정적이다. 반전 있는 미래를 그려보게 된다. 지난 21일, 민주당 국회의원 최소 30명이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에 찬성했다. 마치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300명 국회의원 중 234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던 장면과 겹쳐진다. 빌어먹을… 기성 프로페셔널 정치인, 직업 정치인들에게 국민이 농락당했다. 윤석열과 이준석에게 젊은 청년들이 이용당했듯, ‘개딸’들도 노회한 문파 정치인들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무대 위 적막. 감정적으로 격분할 일 아니다. 철학으로 분해하면 간단하다. 칸트와 쌍벽을 이뤘던 독일 철학자 헤겔은 “현실적인 모든 것은 이성적이며, 이성적인 모든 것은 현실적”이라고 했다. 배신과 잇속의 정치는 현실이다. 따져보면 이성의 정치다. 인간의 이성은 그게 선이든, 악이든, 현실로 나타
인천시민사회단체가 여·야에 인천대학교에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입법 활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기신문(21일자 15면)은 ‘의사 인력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과목에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전문의 양성에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므로 지금이라도 당장 서둘러야 한다는 ‘공공의료 강화와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 범시민협의회’의 주장을 보도했다. 공공의대 관련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 전문의 수급과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의 의료인력도 양성해야 한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협의회는 필수 의료 인력이 부족한 것은 특정 의료과목으로의 쏠림 현상 때문이라면서 소외된 의료과목에 인력을 보충하는 새로운 시스템인 ‘공공의대’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 당위성도 설명했다. 인천엔 공항과 항구가 있어 감염병 방어의 최전선이지만 필수 의료과목 의사가 부족하다. 수도권이면서도 의료 취약 지역이기에 의료인력 공급을 통한 의료환경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치권에서도 공공의대 필요성을 공감, 관련 법안도 이번 제21대 국회에서 13개나 발의됐다, 하지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까지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의료 취약지역의 심각한 의료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인사청문회가 끝났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많은 의혹이 제기됐으나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후보자는 72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청문회가 시작도 되기전에 거액의 비상장주식이 누락된 것이 밝혀졌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재산신고 등과 관련해 미비한 점으로 드러난 부분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경위를 묻는 청문위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납득할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해 청문회 내내 추궁이 이어졌다. 이 후보자의 증여세 탈루의혹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후보자의 아내가 2018~2023년 미국 유학 중이던 장녀에게 매년 9000달러~1만달러씩 총 5만8000달러(6800만 원)를 송금하고도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이 후보자는 “도와주는 정도의 생활비라 증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현행법에서는 성인 자녀에게 10년간 5000만 원 까지만 증여세가 면제되는데, 이 후보자의 장녀는 2014년 어머니로부터 현금 5000만 원을 증여받았기 때문에 유학기간 송금받은 6800만 원은 증여세를 납부했어야 했
책 한 권을 만들려면, 5m 높이의 나무 한그루가 필요합니다. 그 나무가 온전히 자라는데 걸리는 시간은 30~60년입니다. 나무의 전 생애를 바쳐야 책 한 권이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노르웨이에서 가문비나무 묘목 천 그루를 심었습니다. 2014년에 심어진 이 나무들은 백 년 동안 베지 않습니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은 그때부터 작품을 요청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마다 한 사람의 작가에게 한 편의 작품을 부탁했습니다. ‘마가렛 앳우드’, ‘데이빗 미첼’ 등이 요청에 응했습니다. 요청에 응한 작가 중에는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꺼이 내놓았지만 작품은 누구도 읽을 수 없습니다. 모아진 작품들은 단단히 봉인되어 오슬로 공공도서관 ‘침묵의 방’에 백 년 동안 보관됩니다. 봉인된 작품을 읽으려면 백 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봉인은, 가문비나무 천 그루를 심었던 2014년부터 정확히 백 년 뒤인 2114년에 풀립니다. 봉인이 풀린 작품을 책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2014년에 심은 천 그루의 가문비나무입니다. 백 년 전에 심었던 가문비나무 천 그루로 백 편의 작품을 책으로 묶는 것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래도서관’이라…
1. 페이스북(facebook)은 마크 주커버그가 약관의 나이였던 2004년에 창업한 SNS 플랫폼이다. 이후 월간 활성 사용자(MAU), 즉 30일 동안 접속한 사용자 합계 기준으로 30억 명을 넘어서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로 성장했다. 이 온라인 공간에서 표현자유 탄압 논란이 불붙고 있다. 도화선이 된 것은 지난 9월 2일 이었다. ‘개밥풀’과 ‘물의 노래’등으로 널리 알려진 이동순 시인의 시작품 ‘홍범도 장군의 절규’를 혐오표현이란 낙인을 찍어 무단 삭제한 것이다.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개탄한 이 시의 삭제 이후, 현재까지 이동순 시인이 올리는 작품에 대한 집요한 삭제가 반복되고 있다. 그의 시를 옮겨 적은 일반 게시물에 대해서도 대대적 삭제 열풍이 불고 있다. 문학으로서 저항시에 담긴 비판과 풍자는 작품의 생명이요 존재 이유 자체다. 그러한 ‘인간 정신’에 대한 무도한 검열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와 문학작품에 대한 이 같은 직접적 탄압은 박정희의 유신시대에나 있던 정치적, 문화적 만행이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세계적 선진국으로 자리잡은 민주주의 공화국 아닌가. 이런 공동체에서 일개 외산(外産) 상업적 온라인 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