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면서 오늘날 미술 작품은 전시장보다 디지털 화면에서 먼저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압축된 이미지와 빠른 스크롤 속에서 작품은 짧은 시간 안에 이해돼야 하며, 명확하게 보일수록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추상미술 역시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가'에 따라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은 조건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미지가 아닌 물질 자체에 주목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실험공간 UZ에서 열리고 있는 김재남의 '잔여의 정치학'이다. 이번 전시는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지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으로 남겨진 것. 즉 잔여는 완성되지 못한 결과나 불필요한 부산물로 여겨지지만, 작가는 이를 하나의 진행 중인 상태로 바라본다. 남겨진 물질 역시 시간과 조건 속에서 계속 변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닥을 가득 채운 꼬막 껍질과 벽면의 작품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자연스럽게 쌓인 꼬막 껍질과 목탄 가루의 흔적은 특정 이미지를 재현하기보다 물질이 시간 속에서 형성한 결과를 그대로 드러낸다. 별자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목탄의 흔적 역시 작가의 의도된 표현이라기보다, 중력과 공기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진 결과다
용인문화재단은 6월 15일까지 환경문화주간 기념 기획전 ‘친애하는 지구에게(Dear Earth)’를 용인포은아트갤러리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제29회 환경의 날 행사 및 ‘제3회 환경교육주간’의 용인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으며, 환경을 주제로 활동하는 다양한 작가들의 예술적 실천을 통해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과 행동을 함께 이끌어 낼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올해 한국미술평론가협회에서 작가상을 수상한 김기라 작가가 기획과 연출을 맡았으며, 그 외 김재남, 김지민, 노진아, 전희수, 최수앙 등 국내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29명이 대거 참여해 환경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전시뿐 아니라, 관람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을 비롯해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전시로 널리 알려진 어린이 미술관 ‘헬로우 뮤지엄’과의 협업을 통해 어린이 대상 관람 프로그램을 상시로 운영한다. 아울러 용인문화재단의 예술교육 매개자인 ‘아트러너’가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예술교육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프로그램은 비닐 업사이클링 워크숍, 놀이형 관람 프로그램, 자연물을 활용한 감각 깨우기 활동으로 총 3개이며, 사전 신청을 통해 단체 및 개인별 참여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