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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산에 이는 바람]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최영
  • 등록 2026.04.10 06:00:00
  • 15면

 

늘 현실은 영화보다 절박하다. 이란의 다리 위와 발전소 앞에 사람들이 늘어서 있다. 그들은 군인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시민들이다.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란 터전을 지키기 위해 '인간 방패'가 된 아버지와 어머니들이다. 세계 최강대국의 폭격이 시작된다면 온몸으로 불벼락을 받아내야 한다. 여차하면 일방적 학살이 벌어질 이 비극적 대치 앞에서 나는 애끓는 마음으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진정코 21세기 인간의 문명이란 말인가? 2주간의 휴전이 선포되었다. 트럼프는 군사적 목표를 초과달성했다고 떠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쉬 끝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여, 당신은 무엇을 위해 전쟁을 일으켰는가?

 

2월 11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금이 이란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적기”라며 일련의 작전을 브리핑하면서 이 비극은 시작되었다. 네타냐후의 계획에 래클리프  CIA국장은 ‘웃기는 계획’, 루비오 국무장관은 ‘개소리’라 했다. 그러나 한창 막바지 협상 중이던 2월 28일 15시 38분, 트럼프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댄 케인 합참의장에게 명령을 보낸다. “에픽퓨리 작전이 승인되었다. 중단은 없다. 행운을 빈다.”(트럼프는 어떻게 미국을 이란과의 전쟁으로 이끌었나-뉴욕타임즈 인용)

 

이 전쟁은 명백한 침략이다. 고로 네타냐후와 트럼프는 전범이다. 달리 포장해선 안된다. 이스라엘의 핵무기는 '안보'로 치부하면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은 '세계의 재앙'으로 낙인찍을 수는 없다. 진실로 끔찍한 재앙은 미국이 일으킨 전쟁, 그 자체다. 허나 미국은 전쟁을 게임처럼 만들어 소비한다. 팔란티어 AI가 공격을 결정하고 인간을 사냥한다. 다리 위에 선 이란 국민들의 공포는 우리 모두의 미래가 될 수 있다. 머지않아 쿠바 국민들이, 다음엔 어느 나라 사람들이 발전소 앞에 방패가 되어야 할지 알 수 없다.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 휴전 선언 이후 외려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인구밀집 지역에 최대의 폭격을 가했다. 수백 명의 여성과 아이들이 백주대낮에 학살당했다. 이번 휴전은 헤즈볼라 섬멸에 집중하기 위해 2주간 시간을 달라는 이스라엘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미국은 협상하는 척하다 기습공격을 주특기로 하는 나라다. 결국 협상은 벼랑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종전협상이 무산된다면 트럼프는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는 협박을 실현하려 할 것이다. 아.. 누가 이 무자비한 폭거를 멈출 수 있는가?

 

우리는 기억한다. 과거 베트남의 정글에서 무고한 생명이 쓰러져갈 때 미국인들은 반전을 외치며 광장을 메웠다.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는 "나는 베트콩과 아무 감정이 없다"며 징집을 거부하고 챔피언 벨트와 전성기를 포기한 채 감옥을 택했다. 그것은 거대한 폭력에 맞선 '인간의 존엄'이자 '진정한 위대함'이었다. 그 뜨거웠던 반전평화의 정신은 지금 어디로 사라졌는가? 미국에서도 “미치광이는 물러나라”며 트럼프 축출을 위한 ‘수정헌법 제25조’ 발동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테일러그린 공화당 전 하원의원은 “미국엔 단 한 발의 폭탄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전체 문명을 죽일 수는 없다”고 앞장섰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종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양심을 향해 쉼 없이 울리고 있다. 이 전쟁은 인류 양심의 전쟁이다. 학살은 멈추어야 한다. 학살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미국 국민들과 깨어있는 세계시민들뿐이다. 반문명적 만행 앞에서 세계의 양심은 왜 침묵하고 있는가? 미국이여. 이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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