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바탕 위에 사람 한 명이 서 있다. 하얀 바탕은 눈밭이 될 수도 있고, 강이 될 수도 있고, 산을 배경으로 한 길이 될 수도 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은 그림들은 옷깃을 여미고 고독감을 느끼게 한다. 성남 헤드비갤러리에서 열리는 손정기 개인전 ‘Silent dimension’에선 침묵을 주제로 한 그림 26점을 볼 수 있다. 그림 속 고요한 공간이 발길을 멈추고 멍하니 바라보게 만든다. 작가는 ‘고독’이라는 감정에 주목했는데, 그림 속 숲이나 강에서 자발적 고립을 하다보면 마음의 정화를 통해 가벼워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자연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고요를 되찾는다. 그림들은 검은색과 흰색, 회색이 주를 이룬다. 울창한 자작나무 숲에서 자신을 관찰하거나 숲의 끝에서 자신을 마주하기도 한다. 강에서 고요히 노을 저어가는 모습도 있고, 숲 속 한가운데 나무 집이 있기도 하다. 눈 덮인 숲속은 포근함을 준다. ‘A Solitary Walk’에선 숲 속 호수를 배경으로 한 남자가 걸어간다. 멀리는 산이 보이고 하늘이 지평선을 이룬다. 그림 속엔 남자 한 명 뿐이다. 남자의 그림자는 해를 바라보고 걸어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림 중심의
한지 위에 펼쳐진 깔끔한 실이 정갈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만개한 꽃 하나가 화려하게 수놓아져있다. 바느질로 확장된 꽃잎은 단순한 채색이 아닌 꽃잎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앙에서 퍼져가는 꽃잎들은 방향성을 갖는다. 성남 헤드비갤러리에서 열리는 김순철, 김근배 작가의 2인전 ’Still, Wave and Again(고요한 움직임, 그리고 반복)’에서는 ‘About Wish’, ‘여정’ 등 총 36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김순철 작가는 ‘About Wish’를 통해 삶의 과정과 의미, 인내의 결실을 표현했다. 작가는 바느질을 통해 수를 놓으며 인고의 시간을 갖는다. 수를 놓는 과정을 통해 마음의 고요를 찾아간다. 한지 위에 바느질과 그림으로 재구성된 작품은 한국화를 현대미술 속으로 확장시킨다. 작가는 ‘바느질’에 큰 의미를 뒀다. 동양화에서 ‘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작가는 선을 더욱 적극적이고 활동적이게 표현하려 바느질을 이용했다. 작가가 바느질을 하는 순간은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이 된다. 작품의 앞면과 뒷면을 아우르는 바느질은 어제와 오늘을 연결한다. 작가는 바느질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정리한다. 감정의 결들을 담아내고 비워내 결국엔 마음의 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