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위에 펼쳐진 깔끔한 실이 정갈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만개한 꽃 하나가 화려하게 수놓아져있다. 바느질로 확장된 꽃잎은 단순한 채색이 아닌 꽃잎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앙에서 퍼져가는 꽃잎들은 방향성을 갖는다.
성남 헤드비갤러리에서 열리는 김순철, 김근배 작가의 2인전 ’Still, Wave and Again(고요한 움직임, 그리고 반복)’에서는 ‘About Wish’, ‘여정’ 등 총 36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김순철 작가는 ‘About Wish’를 통해 삶의 과정과 의미, 인내의 결실을 표현했다. 작가는 바느질을 통해 수를 놓으며 인고의 시간을 갖는다. 수를 놓는 과정을 통해 마음의 고요를 찾아간다. 한지 위에 바느질과 그림으로 재구성된 작품은 한국화를 현대미술 속으로 확장시킨다.
작가는 ‘바느질’에 큰 의미를 뒀다. 동양화에서 ‘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작가는 선을 더욱 적극적이고 활동적이게 표현하려 바느질을 이용했다. 작가가 바느질을 하는 순간은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이 된다. 작품의 앞면과 뒷면을 아우르는 바느질은 어제와 오늘을 연결한다.
작가는 바느질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정리한다. 감정의 결들을 담아내고 비워내 결국엔 마음의 고요를 찾는다. 감정의 순화 과정을 거친 오브제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실을 통해 나타나는 오브제의 입체감은 빛과 함께 어우러져 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함을 전달한다. 마치 항아리에서 복잡함을 비워낸 듯, 맑고 명료한 의식에 닿고자 하는 작가의 소망을 나타낸다.
고요한 움직임이 있다면 좀 더 역동적인 움직임도 있다. 김근배 작가의 ‘여정-하늘을 날다’다. 김근배 작가는 죽은 듯 보였던 고목을 통해 생명력을 찾아간다. 푸른색 고목나무는 나뭇잎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낭만을 추구하는 김 작가는 평야와 정미소가 호기심의 장소였다고 밝히며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작가는 청동을 절단하고 분절된 동선을 용접하는 과정을 거친다. 한 점의 창작품을 만들기 위해 10번이 넘는 과정을 반복한다.
작가는 동으로 만든 로봇에 자신의 삶을 투영한다. 반복되는 나무 위에 놓인 로봇이 인생을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김순철 작가의 생명력을 표현하려는 의도와도 맞닿아있다. 작가는 나무 위 로봇을 통해 유년기를 떠올리며 몽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코끼리와 펠리칸 등 스테인리스와 대리석으로 만든 동물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을 준다.
작품은 초현실과 낭만을 표현한다. 작가는 이상과 동심이 투영된 세계를 펼치며 독자에게 공감을 유도한다. 작품을 테이블, 책장, 등 가구와 어울리도록 제작해 실용성을 높이기도 했다.
조용한 듯하지만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움직이는 생명력을 가진 작품들은 오는 7월 1일까지 만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화~토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7시이며 일요일은 예약제로 운영한다. 월요일은 휴관. 관람은 무료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