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장기화 되면서 관련 업계가 자칫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라며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14일 점심시간 수원 지동시장 순대국밥집. 이 가게의 주 메뉴는 순대와 곱창, 선지해장국, 족발 등이다.
그러나 곱창 가격이 1관(4㎏) 3만원에서 3만 6천~8천원대로 오른데다 최근에는 1주일 필요물량인 6관을 주문해도 3분에 1 수준밖에 납품받지 못하고 있다.
족발 역시 기존 1㎏ 당 2만원에서 2만5천원으로 상승했고, 선지는 구할 수 조차 없어 판매를 중단했다.
주 메뉴의 재료를 구하지 못하다 보니 전체 매출도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가게 주인 박모(54)씨는 “곱창과 선지 등은 구할 수 조차 없는 실정에 야채 등 부재료까지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점심시간과 일요일 같은 피크타임에 사람이 몰려도 팔 물건이 없어 현상유지조차 힘든 실정”이라고 하소연 했다.
서문시장에서 10여년째 순대국밥집을 운영중인 조모(63) 씨의 실정도 마찬가지다.
주 메뉴인 순대국밥에 들어가는 머리고기와 순대, 곱창 등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데다 물량을 주문해봐야 주문량의 절반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원가 상승에 팔 물건 조차 구하지 못하자 조씨는 당분간 휴업을 결정, 이 달초 가게 문을 걸어 잠궜다.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문모(65) 씨의 경우 1주일 평균 60㎏~100㎏ 정도의 돼지뼈를 소비 중이나 최근 들어 주문 후 당일 저녁이나 다음날 오전 납품되던 물량이 3~4일전 주문해야 겨우 맞출 수 있는 상황이다.
정육식당을 운영중인 홍모(53)씨는 2월 들어 삼겹살 가격(200g)을 1만2천원으로 20% 올렸다. 점심시간만 판매하는 김치찌개의 경우 지난해 배추 파동 때 5천원에서 6천원으로 올려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유지 중이다.
돼지 부산물(머리고기, 내장, 족발 등)을 유통중인 H식품·유통 조모(48) 씨는 수도권에서는 부산물을 구할 수 조차 없어 전라도 등 지방으로 물량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1마리당 1만2천원에서 2만원으로 60% 이상 오른 가격은 차치하고 1일 평균 소비 물량 300마리 중 단 20마리 밖에 못구하는 실정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탁상행정도 영세 자영업자들의 희망을 꺾었다는 지적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3일 기존 수매가축(소, 돼지)의 부산물 폐기에서 열처리가 가능한 부위의 경우 70도 이상에서 30분 이상 열처리한 후 시중에 유통될 수 있도록 규정 완화했다.
그러나 사실상 국내에는 이 같은 처리시설을 갖춘 도축장이 전무해 결국 말 뿐인 완화조치인 셈이다.
조씨는 “정부의 완화 조치에 기대가 컸으나 실정을 모르는 탁상행정이 오히려 업계의 희망마저 꺾어 놨다”며 “유통물량이 50% 이상 줄어든 만큼 현 추세로라면 구제역 종식 후 관련 업계 50% 이상이 폐업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