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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도종환"여린 가지"

 

가장 여린 가지가 가장 푸르다

둥치가 굵어지면 나무껍질은 딱딱해진다

몸집이 커질수록 움직임은 둔해지고

줄기는 나날이 경직되어가는데

허공을 향해 제 스스로 뻗을 곳을 찾아야 하는

줄기 맨 끝 가지들은 한겨울에도 푸르다

모든 나무들이 자정에서 새벽까지 견디느라

눈비 품은 잿빛 하늘처럼

점점 어두운 얼굴로 변해가도

북풍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가지는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엄동에도 초록이다

해마다 꽃망울은 그 가지에 잡힌다



-도종환 시집 ‘부드러운 직선’ /1988 / 창비





 

 

 

푹푹 찌는 무더위. 여름이다.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우기의 비바람 속에서도 잘 견디는 나무들의 여름이 수런댄다. 작은 것들의 힘은 위대하다.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의 땅은 마르지 않는다. 제 스스로 자생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잔가지들은 결코 부러지지 않는다. 부드러운 직선이기 때문이다. 남보다 먼저 몸집 키우려 남의 자리 함부로 딛고 오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마다 꽃망울을 틔울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눈비 오고 북풍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을 잔가지들 모인 숲에 우리가 있다.

/권오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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