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8 (월)

  • 맑음동두천 32.0℃
  • 맑음강릉 33.9℃
  • 맑음서울 32.7℃
  • 맑음대전 32.8℃
  • 맑음대구 31.6℃
  • 맑음울산 31.0℃
  • 맑음광주 32.3℃
  • 구름조금부산 31.5℃
  • 맑음고창 33.1℃
  • 구름조금제주 29.9℃
  • 맑음강화 30.8℃
  • 맑음보은 30.5℃
  • 맑음금산 30.8℃
  • 맑음강진군 33.3℃
  • 맑음경주시 31.9℃
  • 구름조금거제 29.1℃
기상청 제공

[아침 詩산책]국화에게 미안하다

 

어쩌다 침을 뱉다가

국화꽃에게 그만



미안하고 미안해서

닦아주고 한참을 쓰다듬다가 그만



그동안

죄 없이 내 침을 뒤집어 쓴

개똥, 말똥, 소똥에게 미안해서 그만



국화꽃에게서 닦아낸 침을

내 가슴에도 묻혀 보았더니 그만



국화 향기가

국화 향기가 그만

 

 

 

우리는 자신에게 불편한 것은 늘 내뱉는다. 국화에게 미안하다는 이 시편이 죄없이 내 침을 뒤집어 쓴 세상의 다른 존재들에게, 그리고 혼자 깨끗한 듯 퉤퉤 침을 뱉으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뱉은 침이라도 닦으며 살라고 다독인다. 내가 뱉은 침이 어느 들꽃들에게 묻었을 지라도 그 침을 닦는 순간 그 향기가 내게로 온다. 국화를 닦는 순간 국화향기가, 똥을 닦는 순간 똥내로 전이(轉移)되는 놀라운 정리(情理)를 노래주고 있다. 시인은 언제나 세상의 멘토다. 그러나 시인의 멘토는 언제나 자연! 자연은 아무에게도 침을 뱉지 않는다. 이 가을에 자연의 일부인 우리가 더러는 들꽃이 되고 새똥도 돼 사람과 자연, 자연과 나를 번갈아 보고만 살 수 있다면 좀 덜 미안할 지도 모르겠다. /김윤환 시인

- 안상학 시집 ‘아배 생각’/2008년/애지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