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41대 대통령인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 대한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머리를 완전히 민 상태에서 역시 머리카락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어린 아기를 무릎에 안고 웃으며 찍은 사진이 바로 화제의 사진이다. 그래서 얼핏 보면 이 사진 속의 주인공이 인구 3억의 나라를 통치했고, 전 세계의 전략을 좌우했던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그의 이런 사진은 전 세계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자신의 경호원 아이가 백혈병을 앓고 있어 그 아기와의 연대를 위해 자신의 머리를 빡빡 밀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시 전 대통령처럼 머리를 의도적으로 민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지금 모습과 외형적으로 유사한 전직 대통령인 전두환씨는 정말 대조적인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자신의 추징금 미납액인 1천672억여원을 안 내고 버티며 연일 ‘우리 가족은 돈이 없다’는 소리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 아들과 딸도 자신들은 추징금을 낼 돈이 없다며 자신들의 아버지인 전두환씨가 치매 증상까지 보이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런 소리를 하면서 국민은 자신들을 믿지 않을 것이라는 말까지 한다. 자신들에 대한 국민적 시선을 알기는 아는 것 같다. 이런 소리를 믿을 수 없는 이유는 파산신청까지 생각한다는 전두환씨와 그 가족의 행동 때문이다. 자녀들을 외국인 학교에 불법적으로 입학시켰고, 1박에 최소 140만원, 최대 280만원 하는 리조트에 휴가를 가면서 돈이 없다고 하니 국민들은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미국의 대통령은 은퇴 이후에도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전 세계에 감동을 주거나 도움을 주고 있는데 전두환씨와 그 일가의 행동을 보면 국민들의 분노만 일으킬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차이는 어디서 나올까? 가장 큰 이유는 어떤 과정을 통해 대통령이 됐는가에 숨어 있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경우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각 정당의 대선 후보를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니까 이 과정에서 개인의 생각이나 윤리의식이 모두 드러나게 되어 있다. 반대로 전두환씨는 총으로 권력을 잡았다. 그리고 자신이 권좌를 차지하기 위해 무자비한 방식으로 광주시민들을 희생시켰다. 이런 방식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니까 퇴임이후에도 도무지 창피한 줄을 모르는 것이다. 권좌를 찬탈하는 과정도 불법이었고, 그 권력을 유지하는 방식도 공포 정치였으니 퇴임 이후도 당연히 엉망일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자질도 없고, 직업윤리도 없는 인물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권좌에 올랐으니 퇴임 이후에도 그런 걸 기대한다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서 배워야 할 점은 제도적 정통성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이다. 어쨌든 전두환씨 덕분에 우리 국민들은 습하고 더운 여름을 더욱 짜증나게 보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전두환씨와 그 가족들에게 꼭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먼저,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전두환씨가 집권하던 시절에는 자신들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지 몰라도 지금은 국민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체질에 맞지는 않겠지만 국민들과 눈높이를 함께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름의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두환씨와 그 일가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서 정말 지워지지 않는 죄인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또 하나 말하고 싶은 점은, 전두환씨가 집권 내내 그렇게 외치던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구호와 지금 본인의 행동은 정확히 역행한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정의란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먼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 미납 추징금을 납부하는 것이나 미납 지방세를 납부하는 것으로 정의사회 구현을 몸으로 보여줬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왜냐하면 이는 법치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 일가는 이제 사면초가에 몰려있음은 확실하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이런 상황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