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기념세미나에 안철수 의원이 참석했다. 이를 두고 손학규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 간에 연대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거기다 민주당은 다시금 야권연대를 부르짖고 있다. 한마디로 손-안 연대냐, 야권연대냐가 지금 정치권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확률상으로 보면 손-안 연대가 성사될 가능성이 야권연대의 성사 가능성보다 낮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먼저 손 전 대표의 입장에선 실체도 없는 안철수 의원과 연대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 손 전 대표 측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창립기념일에 안 의원이 온다고 해서 이를 말릴 수 없었을 뿐, 연대를 염두에 두고 초대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 말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안 의원의 세력과 인기 그리고 정치적 영향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안 의원의 언급은 신문 3면이나 4면에 하단기사로 처리되기 일쑤다. 반면 손학규 전 대표의 경우는, 독일에 있을 때도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문 정치면에서 비중 있는 기사로 다뤄졌다. 언론에서 특정 정치인의 발언 혹은 행보가 어떻게 다뤄지는가는 정치인의 비중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척도다. 이런 기준으로 보자면 지금 속이 타는 것은 손학규 전 대표가 아니라 안철수 의원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더구나 손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달랑 의원 한명만 데리고 있는 안철수 의원에게 매력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더욱이 안철수 의원이 추가 인재영입에 성공할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
모 언론은 12월에 안철수 신당 창당준비위원회가 발족될 것이라고 보도하며 비중 있는 인사들의 참여는 아직은 없다고 했는데, 바로 다음날 안철수 의원 측은 이를 공식 부인했다. 설령 이 보도가 오보라고 하더라도, 안 의원과 함께 하려는 비중 있는 인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맞는 것 같다. 이것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서도 증명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 의원의 이념적 지향성이 중도여서 새누리당 지지층과 민주당 지지층을 모두 끌어 모을 수 있다면, 이번 재보선에서 포항은 몰라도 화성 갑에서는 최소한 후보를 냈어야 했다. 화성 갑이 아무리 농촌지역이라 하더라도 수도권이어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른다면 한번쯤 도전함직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안철수 의원 측이 이번 재보선을 포기했다는 사실은, 마땅한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추론할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손학규 전 대표가 안철수 의원과 연대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정치는 생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최소한 손-안 연대가 가시화되기 위해서는 안 의원의 지지율이 다시 상승해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번 식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란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야권연대의 성사 가능성은 높다는 생각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장외투쟁을 했음에도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어 세(勢)확산의 방법으로 야권 연대를 생각할 수 있고, 안철수 의원도 지지율 상승을 위해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이익의 교집합으로 민주당-정의당-안철수의 연대는 가능하리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하다고 해서 야권연대가 곧바로 이들의 구세주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연대의 이니시어티브를 시민단체가 쥔다면 민주당은 종북논란에 다시 휩싸일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이제 야권은 ‘연대 신화’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지난번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이 연대를 했음에도 패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다시 한 번 연대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야당이 살길은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과 눈높이를 잘 맞추는 것밖에 없다. 연대는 마술지팡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