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부가 영유아 보육에 대한 국고 기준보조율을 애초 약속한 20%포인트가 아니라 10%포인트 올리는 데 그침에 따라 영유아 무상보육의 재정 부담에 대한 정부와 지방정부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무상보육을 지속하려면 정부의 재정 분담률을 높여 지자체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데, 이를 요구하는 지자체들에 대해 정부는 오히려 무상보육 대란을 조장한 책임을 물으면서 무상보육이 또다시 정쟁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이명박 정부의 무상보육 중단 위기 사태를 비판하고, 소득과 관계없이 보육료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정부의 재정 책임을 자신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재정논란이 재현되고, 상위 70% 이하 소득 제한,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 제한 등의 얘기가 새누리당 내에서 다시 나오면서 부모들은 또 속았다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무상보육 문제는 애초부터 정치적으로 성급히 추진한 데 문제가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보육료 지원과 같은 중차대한 보육정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여 장기적인 계획 속에 예산이나 인프라를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그러한 협의 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급조된 무상보육은 애초부터 정부와 여당의 선거용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보육의 공공성을 뿌리내리고 제도화하는 데 윤활유가 돼야 하는 무상보육이 다시금 정쟁의 폭탄이 되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나아가, 보육의 공공성은 단순히 부모에게 현금을 지원하고, 어린이집 수를 늘리는 데 있지 않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포함해야 하는데, 보육현안이 현금지원 논란에서 맴돌고 있다.
지금까지 보육정책은 보육료 지원 위주로 이루어졌고, 이 때문에 어린이집 수는 급격히 늘어났으나 정부가 쏟아 부은 재정에 비해 부모의 만족도나 보육의 질적 수준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크다. 그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보육사업이 재정 논란에 휘청거릴 때마다 보육의 질 이야기는 누구나 알면서도 언급조차 할 수 없는 뒷전이 되기 일쑤다.
보육현장의 여건 문제가 그 대표적인 일례이다. 보육교사의 취약한 근무환경과 처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2년 보건복지부의 전국 보육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육교사들에게는 법적으로 보장된 8시간 근무시간과 1시간 점심 휴게시간은 남의 얘기다. 9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로는 물론이고, 행사준비나 행정일 때문에 초과근무, 토요 근무도 허다하다. 보조 인력 한 명만 있어도 근무여건은 나아진다고 요구하지만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휴식 없는 노동에 비해 보육교사의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 전국 보육교사의 월평균 급여는 131만원에 수당 24만원을 포함한 155만원이다. 이마저도 어린이집 유형이나 지역에 따라 몇 십만원의 차이가 나고, 이러다보니 보육교사들의 이직률은 매우 높다.
보육 현장 여건 개선을 위한 정부의 투자는 재정상황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사안이 아니라, 보육정책의 주요 골자 중 하나로 인식되고, 시행돼야만 한다. 그러나 2013년 정부 보육예산의 대부분은 보육료와 양육수당 지원에 책정됐고, 교사 지원 등 보육환경 개선에는 겨우 10% 정도만 할애됐다. 보육교사 급여 인상은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정부 예산안에도 보육교사 급여인상에 대한 예산 증액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상보육은 단순한 현금지원의 이슈가 아니라, 보육 공공성의 제도화 과정으로 인식돼야 한다. 즉, 모든 아이들은 국가의 보육 안전망 속에서 양질의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여야는 정쟁을 멈추고, 무상보육의 제도화에 다 같이 혜안을 모아야 하고, 동시에 보육현장의 여건 개선을 위한 정부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