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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투표에 관한한 1인 1표와 무기명투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부재자투표의 일종인 우편투표만 유일하게 인정할 뿐 대리투표 등 기타 어떠한 간접투표도 허용치 않고 있다.

하지만 1890년대 벨기에에서는 이런 투표제도도 있었다. 한 선거구에 2년 이상 거주자에 2표, 3년 이상 거주자에게는 3표를 부여했다. 또 25세 이상에 2표, 30세 이상에 3표, 50세 이상에 5표를 주며, 미혼자에게 3표, 기혼자에게는 5표를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졸업자 1표, 중학교 졸업자 2표, 대학교 졸업자 3표를 허용했다. 선거인의 재산·교육·신분 및 그 밖의 조건에 따라 참정권을 부여한 복수투표제와 등급투표제가 그것이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할 과거로의 여행 같은 이야기지만 엄연히 존재했다.

요즘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하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 100선’ 선정 인터넷 투표에서 순위를 왜곡하기 위한 중복투표가 성행한 사실이 국감에서 드러났다. 투표수는 한 사람이 수회에서 수백회에 이르고 있다. 중복투표를 조장하는 주체는 지방자치단체들이다. 자기 고장 관광지 순위를 높이기 위해 사람을 동원한 것이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문경새재(본보 8월22일자 창룡문)는 한 사람의 5회 이상 중복투표율이 41%나 차지하고 있다. 2위 창령 우포늪은 49%, 3위 여수 거문도는 24%다. 나머지 4위부터 10위까지도 10% 이상이다. 덕분에(?) 유네스코 등재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은 1회 참여율 77%로 101위를 기록해 아예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불국사는 72%로 62위에 머물렀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헷갈린다.

이번 투표는 한국관광공사가 국내 대표 관광지를 선정해 국내여행 분위기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그리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시간 순위를 공개했고, 국민의 참여와 관심을 부탁한다는 홍보자료까지 낸 바 있다.

뒤늦게 공사 측이 동일인 1일 1회 투표로 제한하고 있어 더 이상 순위의 변화는 없으나 투표의 원칙과 중요성이 무시된 이전의 순위를 보고 관광지를 찾았던 국민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아무리 속고 사는 세상이라지만 오늘따라 기분이 매우 찝찝하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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