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장관은 23일 남북회담본부에서 금강산기업인협의회(금기협) 소속 기업인들과 면담을 가졌다. 통일부장관이 면담한 금기협 소속의 기업인들은 금강산관광사업에 투자한 현대아산의 협력업체들이 모여 결성한 단체 소속의 회원들이다. 이 단체의 회원은 현재 49개 회원사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면담의 가장 큰 의미는 2008년 7월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경제협력사업의 주무부처인 통일부 장관이 금강산관광 투자기업인들과 면담했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이번 면담은 앞으로 금강산관광 투자기업인들의 소망대로 금강산관광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확인한 자리였다. 정부는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될 때 금강산관광사업도 재개될 수 있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금강산 관광의 중단 이후 5년이 넘도록 그동안 고통과 아픔을 참고 견디며 살아 온 금강산관광 투자기업인들의 가슴에 맺힌 한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단 말인가?
금기협의 자료에 따르면,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5년 동안 회원사들의 피해액은 현지 투자비 1천700억원과 5년간의 매출 추정액 약 5천200억원 등 총 7천9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그 동안 금강산관광 중단 이후 정부는 금강산관광 투자기업 15개사에 대해 48억원의 남북협력기금 특별대출, 40개사에 4억2천만원 상당의 긴급운영경비 무상지원, 30여개사에 대한 남북 경협사업 승인 등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런 지원규모는 투자금액이 1천900억원에 달하는 데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이들 기업의 입장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들의 가슴을 더 아프게 만든 것은 정부의 개성공단사업 중단과 금강산관광사업 중단에 대한 지원과 조치의 차별적 접근에 있다.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 4개월 동안 공단투자기업들과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과의 면담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등 정부의 각종 지원을 통해 개성공단 재개에 적극 나섰다. 이에 비해 금강산관광 중단 이후 지난 5년 동안 금강산 투자기업들과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이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는 등 정부 지원과 사업재개에도 전략적 접근이 부족했다. 그래서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금강산관광 투자기업인들은 현대아산을 비롯해 금강산의 면세점과 판매점 등에 다양한 상품 등을 전시·판매하는 협력사업에 투자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가의 대북통일정책에 부응해 금강산관광사업에 적극 참여한 죄밖에 없다. 이들이 투자한 금강산관광사업은 남북 간 신뢰와 상생의 상징적 경협사업이며, 남북통일의 미래투자사업이다. 그런데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금강산관광사업의 중단 원인과 책임은 1차적으로 북한에 있다. 그러나 이를 통제하고 조정하는 대북접근전략의 부재는 우리 정부에게도 있다. 이젠 충분하다. 지난 5년 동안 금강산관광 투자기업인들이 받은 고통, 금강산관광사업이 중단된 교훈을 말이다. 지금부터 “금강산관광사업은 왜 뒷걸음쳐야 합니까?”라는 금강산관광 투자기업인들의 의문에 우리 정부는 응답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이들의 입장과 처지를 무시하고 거부하고 외면한다면, 앞으로 누가 남북경협사업, 남북통일사업에 투자하거나 동참하겠는가.
현재 박근혜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부산을 출발해 북한∼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상’도 현실화되려면,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의 남북경협사업, 남북통일사업이 탄력 받기 위해서라도, 먼저 우리가 금강산관광 투자기업인들의 입장과 처지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말로만 금강산관광 재개에 나서겠다고 해선 안 된다. 국가이익의 확보차원에서, 경제적 관점에서 개성공단의 재개와 같이 금강산관광 재개에도 실천전략으로 즉시 실행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