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영국 에든버러에 있는 대학 연구팀이 3D 프린터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복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세계적 뉴스거리가 됐다. 당시 줄기세포와 배양액을 섞은 ‘바이오잉크’로 매우 얇고 작은 세포 구조물을 찍어낸 것이다. 이렇게 복사된 배아줄기세포는 놀랍게도 어떤 장기조직의 세포로도 분화해나갈 능력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그보다 한달 전인 1월 미국 코넬대 연구팀도 3D 프린터로 인공 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역시 콜라겐과 연골세포가 들어있는 바이오잉크로 귀 구조물을 찍어냈는데 살아있는 세포로 만들었기 때문에 몸에 이식하면 곧 자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8년 스콧 크럼프(Krump)가 딸에게 글루건(glue gun·접착제를 바를 때 사용하는 분사기)을 통해 개구리 장난감을 만들어주다가 얻은 아이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3D 프린터는 1992년 세상에 첫 출시됐다. 그 후 20년이 지난 현재 기술이 혁명적으로 진화하면서 세계시장은 2조원 규모로 커졌고, 5년 내에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나라마다 미래를 흔들 혁명의 아이템으로 정하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은 ‘떠오르는 10대 기술’의 두 번째로 3D프린터를 꼽기도 했다.
입체적인 물건을 찍어내는 3D 프린터 기술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면서 자동차 엔진부품·치아 임플란트·보청기·보석 등 소형 시제품은 물론 항공기 부품·의료기기 같은 대형 제품 복사는 어느덧 일반화 됐다. 보잉은 이미 3D 프린터로 군용기·여객기의 2만2천여 부품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을 정도다.
3D 프린팅 기술이 글로벌 제조업의 총아로 떠오르면서 3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으나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발명의 긍정적 의도와 달리 무기나 마약복사 등 부정적인 의도로 쓰일 수 있다는 게 그것이다.
실제로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갱단이 3D 프린팅으로 총기를 만들다 적발된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인류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많은 위험 물건들이 있다. 이를 생각하면 끝 모르게 진화하는 3D 프린터를 보며 또 한편으론 섬뜩함을 느낀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