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4일, 89세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삭발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됐다. 그리고 삭발한 이유가 백혈병을 앓고 있는 2살 난 아기를 격려하기 위해 스스로 감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을 비롯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패트릭이란 백혈병 아기는 조시 부시 전 대통령의 부하직원 중 한 명의 아들이다. 같은 날 그와 한솥밥을 먹었던 대원 26명도 자진 삭발에 동참해 감동을 더했다.
사람들이 삭발을 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삭발로 인해 많은 메시지가 전달된다. 부시 전 대통령처럼 감동을 주기도 하고, 반항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또 당사자의 강한 의지와 결연한 다짐을 읽을 수도 있다.
스스로 하지 않는 삭발도 있다. 이럴 경우는 대개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수치심을 주기 위해 동원되는 체벌 성격이 짙다. 범죄자 관리가 이에 해당하며, 2차 대전 후 독일군과 사귀던 점령국들의 여자들을 독일군 철수 후 강제로 삭발시킨 후 거리에서 모욕감을 준 것도 이런 차원이다.
삭발하면 제일 많이 떠올리는 게 스님이다. 출가의 필수 의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불가에서는 머리카락을 인간들의 번뇌에 비겨 ‘번뇌초’ 또는 ‘무명초라’ 부른다. 그래서 번뇌를 없앤다는 뜻에서 머리를 깎는다. 그래야만 이제까지의 자신을 버리고 불문(佛門)에 들어가 몸과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할 수 있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미로 볼 때 불가의 삭발은 숭고한 서원의 표시 중 하나로 이해된다.
저항의 방법으로도 많이 이용된다. 귀중한 머리카락을 자름으로써 분노도 표출하고 자신의 뜻, 혹은 집단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일종의 표현방법이다. 지난 6일 통진당 의원 5명이 정부의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에 항의하는 뜻으로 삭발식을 가졌다.
이를 두고 SNS 등 쇼셜네트워크에서 논쟁이 뜨겁다.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통진당 해산 청구가 적절하다는데 웬 생쑈냐’라는 극단적 표현부터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라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삭발식을 본 대다수 국민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언제쯤 부시 전 대통령 같은 감동이 이어지는 정치인들의 삭발을 볼 수 있을는지 쯧쯧….”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