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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출판기념회

 

얼마 전, 모 여당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관한 신문기사가 있었다. 축하 화환 80여개와 눈도장을 찍으려는 장관, 여야 의원들, 공공기관장 등 1천여명이 참석하였다 한다. 국회 예산심의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잇달아 열리고 있으며, 예산배정과 감사 대상기관에서 몰려온다 했다. 이들이 내는 책값은 적게는 20만원에서 수백만원으로 경조사비처럼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 편법 후원금이라 한다. 출판된 책은 고료 1천500만∼3천만원의 대필 작가가 쓴다고 하며, 정치철학이나 비전보다 자기자랑을 나열하는 선전용 책자에 가깝다 한다. 출판 비용도 5천만원쯤 든다고 하니 가난한 문인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거금이다.

출판기념회란 저자의 땀과 재능, 사상과 철학, 인생과 혼을 담은 작품집의 출간을 축하하기 위한 모임이다.

수필집의 경우, 한 권을 묶으려면 엄격히 정선된 작품 50여편은 있어야 하며, 최소한 2년에서 길게는 십여년이 걸리기도 한다. 더구나 작품집이나 자서전 등은 진실이 담보되는 고통스러운 창작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대필이란 어불성설이다. 이 행사는 대개 단체 모임이 가능한 회관, 뷔페식당 등에서 초대받은 문우들을 포함하여 가족, 친지 등 보통 60∼100여명이 참석한다. 참석하지 못한 문우들에게는 일일이 우편으로 작품집을 발송한다.

작품집은 대개 1천부를 만들어 저자가 500부를 가지고, 나머지는 출판사에서 서점에 배포한다. 출판 비용은 400만∼700만원 정도이며 거의가 자비로 출판된다. 넉넉하지 못한 문인들로서는 수월하지 않아, 출판기념회까지 하는 사람은 많지를 않다. 서점에 배포돼도 몇 권, 서가 한쪽에 꽂혀 있다가 반품을 당하기 일쑤다. 수필계의 중진이라 해도 서점 판매부수는 몇 백권을 넘기지 못하고 결국 출판사 창고에서 폐기되는 신세가 된다.

문예잡지들 역시 판매되지 않아 힘들게 운영하고 있다. 원고 청탁을 받아도, 고료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발표할 지면(紙面)을 얻는 데 만족해야 한다.

문예창작기금을 지원 받기도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기작가 몇몇 외에 글을 써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작가는 없다. 이런 현실 때문에 다른 직업을 가지다, 은퇴 후에야 본격적으로 문학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우리국민들이 책을 너무 읽지 않는 데 있다. LA타임스에서 주당 책 읽는 시간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3시간 6분으로 조사 대상국 30개국 중 꼴찌였다 한다. 2012년도 출판연감에 의하면, 성인 30%는 연중 한권의 책도 읽지 않았고 최근 10년 동안 서점 수는 절반으로, 10평 미만의 동네서점은 914에서 74개로 격감했다고 했다.

책을 읽지 않는 국민들, 이같이 척박한 풍토에서 작품집 출간은 작가의 자기만족 외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사회적으로 낭비일 뿐이다. 정치인들의 호화 출판기념회 소식, 어느 별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월간 ‘한국수필’ 등단 ▲한국수필작가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가평지부장 역임 ▲수필집: ‘남쪽포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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