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길을 가다 아는 사람을 마주치면 의례히 하는 인사가 김장은 했느냐는 말부터 나온다. 그만큼 김장이 우리 생활에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마트에 가면 김치도 종류대로 판매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예부터 김장을 반양식이라고 부를 정도로 중요시했고 지금도 양은 줄었다고 해도 겨우살이 준비의 필수 과정이다.

며칠 사이 우리 식탁은 이웃집 김장 덕분에 풍성해진다. 어느 집에서는 김장에 동태를 넣는다거나 낙지를 넣었다고도 하고 비린내를 싫어하는 할머니를 위해 따로 버섯과 다시마 육수에 밤채를 썰어 넣고 속을 버무렸다고 그 집 며느리 칭찬이 늘어진다. 이장 집에서는 김장을 첫 새벽에 씻어 아침 일찍 속을 넣고 금방 끝나고 이장 어머니가 홍시를 하나씩 앞앞이 나누어 주더니 그 옆집에서 또 질세라 김장하는 날 단감을 나누어 주더라고 하시며 내일은 누구네 집 차례라고 하신다.

지금은 대가족으로 사는 집이 별로 없고 대부분 부부에 자녀 한두 명뿐인 집이 많고 혼자 사는 사람들도 많다.

게다가 가옥 구조도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 주택이 많아 김장을 하기에 다소 불편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예 김장을 주문해서 먹거나 시골에 부모님이나 형제가 있는 집은 몇 집이 모여서 김장을 하게 된다. 어머니나 큰 형님이 김장날을 통보하면 모두들 김치통을 들고 모여들어 남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속을 버무리면 어느새 잘 절은 배추쌈과 수육을 곁들여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막걸리까지 등장하게 되고 늦가을 햇살 넉넉한 마당은 보쌈 잔치가 벌어진다. 줄을 지어 선 김치통이 차면 남자들은 차에 차곡차곡 싣고 온 김에 쌀이나 다른 양념까지 얻어간다.

어떤 해에는 열 집 이상의 김장을 담그다 보니 예전에 반양식이라고 하던 시절보다 더 많이 해서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면서도 이웃에 홀로 사시는 어른 몫도 빠뜨리지 않는다. 마음속에는 주는 기쁨이 김장독보다 꽉 들어차 보인다. 모내기, 김매기 같은 농사일 품앗이가 사라진 지금에는 김장이 자연스럽게 품앗이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은 올해는 가을 채소가 풍년이라고 한다. 배추를 산 중간상인이 계약금을 포기하고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시장에 한 차를 출하하려면 이런저런 비용 포함 50만원 정도를 보태야 할 지경이니 차라리 날씨가 바짝 추워 다 얼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딱한 처지를 털어놓는다.

이럴 때 평소에 가까운 사람이나 신세진 사람에게 김치를 선물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고마우신 선생님께도 스승의 날 같은 때 쓸데없는 잡음을 만들지 말고 정성이 담긴 김치가 더 좋지 않을까? 물론 김장을 담그는 일이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정 일손이 없으면 절임배추를 이용하거나 혼자 하기 어려우면 두세 가정이 모여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맛있는 김치 한 가지만 있으면 반찬이 몇 가지가 나오는 신기한 마술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 작가 신인상 수상 ▲가평 문학상 수상 ▲가평문인협회 이사 ▲플로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