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단연 화두다. 관련해서 2013년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에 의미 있는 부분이 있다. 사회심리실험과 신경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행복은 주관적 범주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객관적 혜택으로 우리에게 보답하는 역동적인 것임을 밝힌다.
행복은 우선 건강한 삶을 오래 누리게 도와준다. 행복한 사람에게는 각종 염증과 심장질환이 줄어드는 대신 면역과 내분비 체계는 개선된다. 행복은 병으로부터 회복되는 속도도 빠르게 하고 운동이나 금연을 잘 실천할 수 있게 해 준다.
둘째, 행복은 생산성을 높여준다. 행복한 사람은 결근이 적고 다른 사람과의 협력과 협동에 적극적이다. 종업원의 만족도를 높여 기업의 매출과 이윤을 키워준다.
셋째, 높은 수준의 행복감은 사람들의 개인적 사회적 행태도 바꾸어 준다. 장기적 목표를 추구하여 저축은 늘리고 소비는 줄이게 한다. 헌혈과 기부, 자원봉사에 적극 참여하게 하고 안전벨트 착용을 늘려서 사고위험을 줄여주기까지 한단다.
나아가 한사람 한사람의 행복감이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눈덩이효과(snowball effect)’를 낳는다는 사실, 또 이런 연구결과들이 사회문화가 서로 다른 120여개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확인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정책적 시사다. 주관적 행복이 다양한 영역에 걸쳐 정(+)의 외부효과 혹은 파급효과를 낳는다면, 정책의 중심에는 반드시 ‘행복’이 자리해야 한다는 거다. 그럼 공적 정책의 영역은 그렇다 치고 우리들 각자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행복하려면 사랑하자. ‘사랑’, 이것이 물론 행복의 문을 여는 단 하나의 비밀번호는 아닐지라도 행복에 이르는 확실한 둘레길인 것은 맞지 않겠는가. 바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랑하라는 거다. 한 여류시인의 말처럼 이 세상 모든 사랑은 무죄다. 오히려 사랑하지 않는 게 죄다. 주저하거나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영국 시인 테니슨의 말처럼 사랑하고 잃는 것이 사랑을 하지 않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한 세상 살고 나서 남길 수 있는 게 사랑밖에 없다면 자꾸자꾸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잔잔한 감동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으로 남은 작가 박완서의 말이다. 경남 거창에 40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고등학교가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 혁신학교이자 ‘행복학교’로 꼽히는 이 시골 학교 교육목표는 결코 거창하지 아니하되 울림이 있다.
다시 우리들의 문제, 그럼 어떻게 사랑하랴. FC서울 축구감독 최용수는 선수시절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국가대표 스트라이커였다. 그가 출퇴근하며 차 안에서 매일 듣는 노래가 ‘백만 송이 장미’라고 한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행복의 꽃은 피어나리라. 수십 명 선수들을 이끌며 매 경기 결과로 평가받는 감독으로서 자칫 빠지기 쉬운 편견과 사심을 버리고 모든 선수들에 임하고자 하는 그의 너른 품은 독수리를 닮았다.
이렇듯 사랑은 먼저 행하고 줌으로써 행복에 이른다고 청마 유치환은 노래한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그리고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네라.’ 올가을엔 사랑함으로 행복하기 위해 내가 먼저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써보자. 답이 없으면 또 어떠랴. 주관적 행복이 주는 객관적 혜택만으로도 나는 이미 충만할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