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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동굴과 터널

 

2014년 갑오년이다. 매년 돌아오는 새해가 되면 조용히 앉아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면서 자신의 나아갈 길을 가늠도 해보고 궁리도 하고 이것저것 계획도 세워본다. 가정에서의 위치, 사회적 지위 등에서 현재적 자기정립과 미래지향적 목표를 설정한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자신의 형편을 생각하면서 희망을 갖기도 하고, 바라는 바 소원을 빌기도 한다. 지금 우리 시대는 어떤 동굴과 터널을 지나려 하는가? 사전적 의미로 ‘동굴’은 자연 현상에 의해서 땅이 넓고 깊게 파여 들어가 있는 구멍이요, ‘터널’은 산이나 땅속, 바다, 강 등의 밑을 뚫어서 만든 통로(通路)다.

동굴과 터널의 비슷한 점이라 하면 장애물이 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기가 쉽지 않은 산이나 바다, 강 등의 장애물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동굴과 터널의 다른 점을 생각해 본다. 동굴이든 터널이든 들어가는 입구는 있다. 그 입구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굴을 이용하여 저곳으로 가야할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동굴을 선택하여 동굴로 들어가면 막다른 골목이 버티고 있다. 동굴 속에 장애물이 버티고 있는 셈이다. 저쪽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동굴 속의 장애물을 뚫지 않는다면 계속하여 직진할 수는 없다. 결국 돌아 나오는 수밖에 없다. 커다란 장애물인 동굴 벽을 뒤로 하고 되돌아 나와야만 한다.

그러나 터널은 동굴에서 되돌아 나올 때 생각해 둔 것의 해결의 결정판이다. 분명히 그는 정면 돌파하여 동굴을 굴착하여 저쪽으로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실행이 굴착이다. 저곳으로의 통행목표가 분명하므로 나아간다. 마침내 터널이 생긴다. 산, 강의 장애물을 뚫고 통로를 구축한다. 저쪽 마을의 산바람이 터널을 통하여 이쪽 마을로 불어온다. 그 통로로 이쪽과 저쪽이 융합되고 조화를 이룬다.

2014년엔 우리 사회가 동굴에서 터널로 이어지는 상황들이 전개되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동굴은 불통이요, 터널은 소통이기 때문이다. 불통의 궁극은 공멸이요, 소통의 궁극은 상생이다. 왜 불통이 공멸일까? 분명히 한 쪽은 성공했는데 말이다. 그 성공은 순리라기보다는 역리(逆理)이기 때문이다. 소통은 상대를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호 존재한다. 불통은 그렇지 않다. 일방통행이다. 억지춘향적인 리더십이다. 에리히 프롬의 말을 빌리면 불통은 소유론적 관점이다. 사회의 공기가 이러한 방향으로 흘러가면 결국 자칭 승자도 종국에는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난다. 이 고리야말로 우리 사회가 가장 경계해야 할 ‘쓴 뿌리’이다. 이 고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리더십이다.

새해, 정치사회에 거는 기대는 한결 같다. 소통과 이해, 대화와 타협,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 이기주의가 아닌 공존상생의 길이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결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말잔치를 끝내야 한다. 그간 얼마나 많은 말잔치에 허기가 졌는지 모른다. 약속을 하였다면 지켜야 한다. 여야(與野)를 막론하고 국민을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 국민의 다수는 어려운 이 시대의 고개를 넘어가는 서민들이기 때문이다.

▲고려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 ▲경기예총 2012년 빛낸 예술인상 수상 ▲전 (사)한국문인협회 평택지부 지부장 ▲시집-『카프카의 슬픔』(시문학사·1992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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