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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영화 ‘변호인’의 눈물

 

영화 ‘변호인’이 1천만 관객을 향해 가고 있다. 이 영화는 송강호라는 톱스타가 주연한 영화인 것에 비해 개봉 전에는 세간에 노출되지 않았다. 제작발표회는 물론 마케팅 차원에서 하는 시사회도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졌다. 이것은 이 영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지난 대선 이후 계속된 NLL파쟁으로 인한 정치권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제작진은 제작 초기 단계부터 배급까지 민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변호인’은 우려와 달리 개봉 후 뜨거운 호평을 받으며 감동적인 울림으로 퍼져나갔다.

며칠 전 먼저 보고 온 아내와 딸의 ‘아주 좋았다’라는 말을 듣고, 이 영화의 감독에게 동업자로서 약간의 질투심과 기대감을 함께 안고, 나도 영화를 보러갔다.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했으며 형식은 평범했다. 새로울 것이 없는 영화였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뜨거운 울림에 진동된 이유 중의 하나는 간결한 연출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리 전개의 깔끔함과 긴장감을 끌고 가는 완급, 법정 대치 장면의 혈관이 터질 듯한 격렬함 등은 정확하게 보여줄 만큼만 보이고, 다음 스토리는 어떻게 되나 싶은 시점에서 과감하게 끝내서 더 긴 여운을 남긴다. 인간 노무현의 역정을 생각할 때, 냉정한 평상심을 유지하며 자신이 말하려는 한 곳에 집중한 감독의 절제력이 놀라웠다.

무엇보다도 연기가 주연배우 송강호뿐 아니라 곽도원, 김영애와 그 외의 조연들까지 완벽에 가깝게 뛰어났다. 송강호는 그가 주연한 ‘관상’ ‘설국열차’ ‘괴물’ ‘살인의 추억’ ‘공동경비구역JSA’ 등등 이번 영화 이전에도 그는 이미 최고의 반열에 오른 배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변호인’을 통하여 배우로서 재탄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만큼 충격적일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를 토해냈다. 그가 연기한 송우석 변호사의 온 힘을 다해 정의를 추구하는 우직한 행동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여 시쳇말로 ‘심금을 울리게’ 했다. 답답하게 누르던 뭔가가 무너지며 가슴이 뚫리는 통쾌함이 느껴지더니 끝내는 나를 돌아보게 하고 미안한 마음까지 들게 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객석에 불이 들어오자 자리를 뜨지 못하고 앉아 있던 사람들은 서둘러 눈자위를 닦기도 했다. 나도 계단을 내려와 주차장으로 가는 동안 고개를 숙이고 눈가의 습기를 닦으며 내려갔다. 그렇게 주차장 입구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누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고, 감정을 추스를 틈도 없이 벽을 잡고 꺼억 꺼억 울었다. 사람들이 볼까 창피한 생각에 얼른 호흡을 가다듬고 차안으로 들어갔지만, 바로 출발하지 못하고 고개를 꺾은 채 한참을 앉아 있었다.

나는 왜 영화를 보고 나오다 주책없이 꺼억 꺼억 울음을 터트려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말았을까? 그 이유는 권위주의, 지역주의 등 기득권유지 기존질서를 무너뜨리려 온 힘을 다했던 노 전 대통령의 역정과 무관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세련되지 못한 집행 과정만 부풀려져 ‘국격을 땅에 떨어뜨렸다’는 류의 질시와 무시가 그에게 쏟아졌다. 그는 대통령이 누릴 수 있던 권위와 검찰의 힘까지 스스로 내려놓고 바위에 온 몸을 던진 생계란처럼 산산이 부서져 가며 기득권 구조를 혁신하려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반대 진영과 황색언론은 노골적으로 ‘가방 끈이 짧아서 저래’라며 멸시정서를 확대재생산 했고, 많은 국민들은 가랑비에 옷 젖듯 거기에 동조했다. 그 후, 바쁘고 고달프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잊고 살았던 관객들은 통치권자들의 행적에서 자신의 기억에 침잠돼 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정성을 발견하고 있던 차에 ‘변호인’을 보고 자신들이 과거에 가졌던 기대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동조에서 공감으로의 반전이 주체할 수 없는 울음으로 터져 나온 것이 아닐까. 영화의 엔딩에서 99명의 변호사가 피고 송우석 변호사를 변론하러 와서 한 명씩 호명되는 장면은 더 깊게 울게 한 명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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